하루종일 비 내렸는데.. 낙동강 '녹조라떼'는 그대로

정수근 2022. 7. 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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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린 후 낙동강 모니터링해보니.. 녹조는 여전히 증식 중

[정수근 기자]

 고령교에서 바라 본 낙동강. 녹조가 심하다. 녹색강이다. 장맛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녹조는 여전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 18일 대구엔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기상청에 확인해보니 이날 대구지역엔 총 34mm의 비가 내렸다. 적지 않은 강수량이다. 그렇다면 이 비로 낙동강 녹조는 좀 사라졌을까? 궁금했다.

장맛비 후에도 녹조라떼는 여전해

그래서 20일 다시 낙동강을 찾았다. 먼저 차를 몰아 달성보 상류 고령교에 닿았다.  예상과 달리 녹조는 더 심했다. 고령교에서 내려다본 낙동강은 완전 녹색이었다. 그것도 강 전체가 다 그랬다. 녹조밭이 거기 펼쳐져 있었다.
 
 달성보 선착장에서 바라본 낙동강. 녹조가 폭발적으로 증식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녹조라떼 배양소 낙동강 ⓒ 정수근

그 아래 달성보는 어떨까? 달성보로 차를 몰아 달성보 선착장에 닿았다.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강 전체가 녹색인 녹색강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녹조 알갱이들이 올라오는 모습이 눈으로도 확인됐다. 폭발적 증식의 현장이었다.

이쯤 되면 '녹조 곤죽'이 되는 건 시간 문제. 조금만 더 있으면 녹조는 뭉쳐 떡이 돼 곤죽 상태로 진행될 것이다. 녹조 곤죽의 녹조밭이 되는 것이다.

달성보를 뒤로 하고 이번에는 중학교 아이들이 수상레저 교육을 받던 대구교육청이 운영하는 낙동강수련원의 수상레저 교육장으로 향했다. 지난 5월 '낙동강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한 대구지역 공동대책위'가 강력히 요구한 대로 현재는 아이들의 수상레저 교육은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 
 
 지난 3월 낙동강수련원 앞 낙동강에서 아이들이 수상레저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작년까지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녹조 핀 강에서 수상레져교육이 이루어졌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러나 작년까지만 해도 녹조가 피는 여름날에도 아이들은 강물 속으로 배를 타고 들어가고 있었다. 녹조 핀 강에서 대형 카약을 타고 함께 노를 젓는 활동을 이어왔다. 이 행위가 위험한 것은 에어로졸 때문이다.

녹조 에어로졸의 위험과 회전식 수차의 눈가림

녹조 독은 에어로졸 형태로 주변에 날리기 때문에 녹조가 심할 때는 강변 자체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것이 미국 등 선진국에서 지금 행하고 있는 정책이다. 녹조가 심할 때는 강변에 입간판 등을 세워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해 스스로 조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녹조의 위험을 알리는 미국의 입간판들. 녹조가 피면 그 위험성을 이렇게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 이승준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 심지어 녹조의 위험을 알리는 현수막 하나 붙어 있지 않다. 배스 낚시 등을 하면서 강변으로 나오는 시민들은 여전히 많다. 이들은 거의 무방비로 녹조 에어로졸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낙동강 수련원을 떠나 차는 어느새 녹조의 우심지역의 하나인 우곡교에 다다랐다. 우곡교에서 내려다보는 강은 마치 녹색 장막이 드리워져 있는 것 같았다. 녹색 커튼이 강을 뒤덮고 있는 듯 강 전체가 은은한 녹색이다.
 
 우곡교에서 바라본 낙동강의 녹조. 마치 녹색 장막이 걸려있는 듯한 모습이다. 녹조가 한창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옆에서는 회전식 수차들이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다. 녹조가 뭉치는 것을 방지하고자 수자원공사에서 설치한 것들이다. 우곡교 상하류에 설치돼 있지만 그것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창궐하는 녹조를 수차 몇 개로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이렇게 인위적인 교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있는 위험을 날 것 그대로 알려줘야지, 수차와 같은 녹조 저감장치를 이용해서 단지 그 부분만 녹조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해 마치 강 전체에 녹조가 없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은 사람들의 상황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일이다.
 
 우곡교 아래 낙동강변에서 회전식 수차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 녹조가 뭉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수공이 설치한 녹조저감장치. 눈 속임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그 위험성을 그대로 알리면서 시민 스스로 판단하게 해줘야 한다. 그 판단은 "녹조가 필 때는 강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합리적인 것이어야 할 것이다.

기자의 이날의 현장조사는 우곡교에서 끝이 났지만, 함께한 팀이 알려주는 하류 상황 또한 만만치 않았다. 위에서 본 것과 같은 모습의 강이 그곳에 있었다.

34㎜의 적지 않은 장맛비로는 녹조의 위세를 꺾지 못했다. 오히려 그 비로 인해서 강 안으로 비점오염원들이 유입돼 녹조의 먹이가 됨으로써 녹조가 더 번성할 수 있는 조건만 만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폭우가 길게 내려서 강 전체가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녹조를 확 쓸어가지 않는 이상 녹조 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고령교에서 본 낙동강. 강 전체가 녹색이다. 녹색 휘장이 펼쳐져 있는 듯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문제는 이후의 기상 상황이다. 기상청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오는 24일 다시 비 예보가 있고 나머지는 모두 맑은 날의 연속이다. 폭염이 다시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덩달아 녹조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죽어가는 강이 보내는 신호... 강은 흘러야 한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현실이 이러한 데도 한화진 환경부장관은 20일 4대강 보를 '통합물관리차원'에서 활용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녹조가 창궐한 물로, 그것도 맹독이 들끓고 있는 물로 뭘 하겠다는 것인가? 이런 물로는 농업용수로도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지난 농작물 녹조 독 잔류 농도 검사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녹조 물로 키운 농작물에서 녹조 독이 검출되는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아직 국민들이 이 사실을 충분히 알지 못해서 그렇지, 농작물에서까지 녹조 독이 검출되는 이 위험한 상황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한다면 아마도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이다.
 
 달성군 구지면의 한 농가에서 키운 무에서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무 외에도 쌀과 배추에서도 검출됐다. 낙동강 주변에서 낙동강 물로 기른 모든 농산물이 위험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1991년 페놀 사태가 하천 정책에 대한 우리 사회의 큰 전환점이 된 것처럼 2022년 녹조 대란 사태 또한 우리 사회에 큰 전환점이 돼야 한다. 강을 강으로 보지 않고 거대한 물그릇으로 보는 이명박 정부식 하천관리 정책은 시급히 시정돼야 한다.

강은 살아있는 유기체로 가두거나 막으면 안 된다. 강은 흘러야 한다. 끊임없이 흐르면서 많은 생명들을 길러내고 스스로를 정화해가는 것이 강의 속성이다. 그러므로 막힌 강을 하루속히 열어서 흐르게 해야 한다.

심각한 녹조와 그 독은 어서 강을 열어 흐르게 해달라는 강이 보내는 신호다. 죽어가는 강이 인간에게 강력히 전하는 메시지가 바로 녹조 독인 것이다. 우리는 강이 보내는 그 간절한 신호에 응답해야 한다.

그것이 강이 살고 뭇 생명이 살고 우리 인간이 사는 길이다. 모든 목숨붙이들이 더불어 잘 사는 노나메기 세상을 강에서도 보고 싶다.
 
 낙동강 수초에 녹조가 뒤덮였다. 녹조는 시간이 지니면 저렇게 남색으로 변한다. 남세균이라 불리는 이유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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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을 취재해오면서 4대강사업의 폐해를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녹조는 독입니다. 낙동강에 독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 기막힌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낙동강을 흐르게 해야 합니다. 강을 강답게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인간과 더불어 모든 생명들이 함께 잘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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