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전 대체 어떻게?"..시행 일주일 지났지만 헷갈려

이계화 2022. 7. 2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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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좀 뭐가 뭔지 잘 모르겠네요."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 의무를 확대한 새 도로교통법이 12일부터 시행됐지만, 바뀐 규정을 놓고 도로 곳곳서 정체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차량은 교차로에서 우회전 할 때 마주하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 뿐만 아니라 건너려고 하는 사람이 있어도 일시 정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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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 곳곳 혼란 지속
전문가 "일단 멈춤 후 출발하는 문화 정착해야"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등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첫날인 지난 12일 서울역 인근 도로에서 우회전 차량이 멈춰 서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이계화 인턴기자] "사실 좀 뭐가 뭔지 잘 모르겠네요."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 의무를 확대한 새 도로교통법이 12일부터 시행됐지만, 바뀐 규정을 놓고 도로 곳곳서 정체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전문가는 보행자를 위해 일단 멈추는 교통 문화가 정착될 때 혼란도 줄어들 수 있다고 제언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차량은 교차로에서 우회전 할 때 마주하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 뿐만 아니라 건너려고 하는 사람이 있어도 일시 정지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교차로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사람이 없어도 일단 일시정지하는 우회전 차량이 많아지면서, 정체와 혼선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때에 대한 해석 차이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일주일이 지났지만 운전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20일 잠실역 사거리 교차로. 사진=이계화 인턴기자 withkh@asiae.co.kr

개인 사업을 하는 운전자 류모씨(37)는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려서 보행자가 없어도 일단 정지한다"며 "이럴 때 뒤차가 빨리 가라고 빵빵대며 경적을 울리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일 때 자전거 타고 갑자기 뛰어드는 학생들도 있어서 일단 무조건 정지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운전자 박모씨(39)는 "횡단보도 신호를 지키도록 보행자도 교육해야 한다"며 "물론 운전자가 조심하는 게 맞지만, 보행자와 자전거·킥보드 운전자 등 모두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법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행자가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진입하려는 경우 △운전자에게 손을 드는 등 횡단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 △횡단보도 바로 앞에서 차도를 두리번거리거나 횡단보도를 향해 뛰어오는 경우 등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의사가 표출됐을 때 운전자의 일시 정지 의무가 있으며, 위반 시 단속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를 위반하는 운전자에게는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승합차 7만원,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교통사고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제1항 (중과실 12개항)이 적용되어 5년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횡단보도 앞 인도에 사람이 길을 건너려는 의사를 보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경우에도 일시 정지 의무가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운전자들이 많다. 보행자 안전을 우선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운전자들이 무조건 일시 정지가 의무라고 오해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한모씨(36)는 "최근 대형마트나 쇼핑몰 인근 보행신호가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끊임없이 지나다녀 기다리느라 불편을 겪었다"고 푸념했다. 그는 "상황 봐서 그냥 조금씩 가면서 지나간다"며 "진짜 안 그러면 한도 끝도 없이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도로 위 다양한 상황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 교수는 "원칙적으로 신호 체계는 보행자 신호가 녹색불이면 가면 안 되고, 빨간불일 때 주행하면 되는 단순한 규칙"이라며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그런 원칙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조금 더 나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필요한 신호등을 줄이고 외국처럼 정지 표지판이 있으면 무조건 멈추는 교통 문화가 자리 잡으면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든 아니든 간에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가 있든 없든 무조건 일시 정지 후 출발하는 문화로 정상화 시키는 데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새로운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계화 인턴기자 with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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