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판다더니.. 머스크, 보유 비트코인 75% 손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회사 명의로 보유 중인 비트코인 75%를 처분했다. 머스크는 과거 테슬라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은 팔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최근 경기침체 우려로 가치가 급락하는 과정에서 이를 매도했다.

테슬라는 20일(현지시간) 실적보고서를 발표하며 “2분기에 보유 비트코인 75%를 법정통화로 전환했다”며 회사 대차대조표에 9억3600만 달러(1조2280억 원) 현금을 추가한 사실을 공개했다.

테슬라는 암호화폐 등 디지털 자산이 2억1800만 달러로 줄었고, 비트코인 가격 하락이 2분기 수익성에 타격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2021년 2월 비트코인에 15억 달러를 투자했고, 그해 4월 지분 10%를 매각했다. 매입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3만2000~3만3000달러 수준이었고, 지난 6월에는 1만8731 달러까지 하락했다. 바클레이즈 브라이언 존슨 애널리스트는 최근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매각하지 않았다면 2분기 4억6000만 달러 평가손을 봤을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컨퍼런스 콜에서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언제 완화될지 불확실해서 현금 보유량을 극대화하려고 비트코인을 매각했다”며 “향후 비트코인 투자에 열려 있는 만큼 이번 매각을 비트코인에 관한 판단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판 것이고, 암호화폐 투자 뜻을 접은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머스크는 “도지코인은 팔지 않았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5월 도지코인을 띄우면서 비트코인 투자를 접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회사 보유 비트코인은 팔지 않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각은 암호화폐의 암울한 이정표를 나타낸다”며 “비트코인의 가치는 지난해 11월 6만 달러를 웃돌며 최고치를 기록한 뒤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머스크의 매각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2만3000달러까지 하락했다가 이후 소폭 반등했다.

한편 테슬라는 2분기 순이익이 22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11억4000만 달러)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조정 주당순이익은 2.27달러로, 월가 예상치(1.81달러)보다 높았다.

매출은 169억3000만 달러로 1분기 187억6000만 달러보다 9.8% 줄었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 여파로 상하이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생산 차질을 겪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테슬라가 전기차 가격 인상으로 수익을 채웠다고 분석했다.

머스크는 “우리는 가격을 꽤 많이 올렸다. 솔직히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하지만 공급망과 생산에 많은 충격을 받았고,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속을 하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 가격을 낮출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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