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셨네" 말에 취해 포르쉐 샀다..30대 카푸어 최후 [밀실]
2030 카푸어의 후회 제94화>
“벤츠 사러 가서 ‘젊은 분이 성공했다’는 말 들었을 때 기분이 제일 좋았죠.”
29살에 7000만원짜리 벤츠를 산 뒤 팔고, 신용 대출을 받아 1억 2000만원 상당의 중고 포르쉐를 탔던 자영업자 박모(35)씨가 한 말입니다.
그는 “한 달에 200만원 정도 유지비가 들었던 포르쉐를 탈 때 월세 45만원짜리 오피스텔에 살았다”며 “당시 코로나로 적자가 지속돼 월 소득이 0원에 가까웠다. 쇼핑과 외식을 줄였고, 심할 때는 외출을 안 한 적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박씨는 “월 135만원 리스비를 냈던 벤츠를 탈 땐 모은 돈도 있었고, 월수입이 세후 270만~280만원 정도로 일정했다. 65만원만 아껴쓰면 된다는 생각에 포르쉐를 탔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는 “차를 산 이후 수입이 없었던 나와 달리, 비슷한 시기에 지인이 샀던 집이 1년 새 3억원이 올랐다고 해 충격을 받았다”며 “차를 정리하니 남은 건 빚밖에 없었다. 지금은 2016년식 중고 크루즈 차량을 700만원에 사서 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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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뒤 통장잔고 3000원…“충동 구매 말리고파”
이씨는 “그때부터 카푸어의 일상이 시작됐다. 수리비, 기름값, 보험비까지 월 유지비만 60만~100만원 정도 들었다”며 “일부 비용은 부모님께 빌리기도 했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충당했다”고 말했습니다.
BMW를 산 지 6개월 만에 결국 팔았다는 이씨는 “당시 통장 잔고에 3000원이 남아있었다”며 “경제적 부담을 느낄 거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차는 충동적으로 사지 말고 계획적으로 사길 바란다. 카푸어가 더는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숨 쉬는 데만 110만원”…연애 포기하기도
2017년에 3100만원 상당의 미니쿠퍼 차량을 산 직장인 현모(34)씨가 한 말입니다. 그는 “당시 모아둔 돈이 없어 7년 유예 할부를 진행했다. 3년 차쯤 됐을 때 ‘이건 아니다’ 싶어서 은행 대출로 대환했고, 5년으로 다시 할부를 받아 지금은 3년 정도 남았다”고 했습니다. 유예 할부란 총 할부금액 중 일부를 내고, 정해진 기간에 이자만 내다가 만기일에 남은 할부금을 전액 납부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투잡을 뛰면서 한 달에 250만원을 벌고 있다는 그는 “차량 유지비는 월 80만원 정도 나간다. 1년 새 기름값만 10만원이 올라 부담된다”며 “지난달 차 수리값까지 숨 쉬는 데만 110만원이 나갔다”고 했습니다.
할부로 차 사는 2030 카푸어
13년째 중고차 판매업에 종사 중인 김모(41)씨는 “젊은층에서 전액 할부로 구매하는 분들이 많다. 할부 기간도 길어져 ‘지르고 보자’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2030이 수입차를 찾는 이유로 ‘하차감’을 언급한 그는 “외형적인 걸 중요시하는 시대이고, 차에서 내렸을 때 누군가가 쳐다보는 기분을 느끼고자 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거래 인증사진에 “영정사진” 조롱도
다만, 밀실팀이 만난 2030 카푸어들은 “장기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못하고, 차량을 구입한 데 대해 후회한다”면서도 “차를 탈 때 행복했다. 스트레스도 풀고,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습니다.
카푸어를 본인이 지향하는 가치에 투자하고 다른 곳의 소비를 줄이는 ‘가치소비’로 바라보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의 취향이나 만족을 찾는 것을 중요시하는 현 사회에서 생긴 현상 중 하나”라며 “카푸어도 일종의 경험과 교훈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잘못했다’ 식의 평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현실성을 고려한 소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와 미래의 소득으로 감당 가능한지를 따져보고 사야 한다”며 “경제력을 고려한 소비가 돼야 가치소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영상=황은지, 강민지·김민수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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