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속 '황금 반지' 찾아라..30돈 금덩이 내건 화천 축제
여름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코로나 사태 기간 취소되거나 축소됐던 전국 축제가 일제히 재개됐다. 코로나 사태 전만 해도 여름 축제는 바캉스 시즌을 뜨겁게 달궜다. 3년 만에 여름 축제가 부활하니 자치단체도 여느 해보다 축제 준비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전국 여름 축제 중에서 대표 축제 4개를 엄선했다. 갯벌에서 뒹굴거나, 물싸움을 하거나, 제철 농산물을 즐기거나, 재현된 역사 현장을 함께하거나 취향에 맞는 축제를 고르시라. 더위는 즐기는 것이다.
묻히고 뒹굴고, 질퍽하게 논다 - 보령머드축제
머드축제는 일반존과 키즈존, 머드 워터파크존과 머드인 월드 베스트 비치존으로 나뉜다. ‘머드슬라이드’와 ‘머드런’ 등의 인기 놀이시설 대부분이 일반존에 설치돼 있다. 가장 많은 참가자와 구경꾼이 몰리는 건 ‘머드플레이’ 시설이다. 지름 15m의 대형 머드탕에서 팀을 나눠 바둑돌을 찾는데, 게임에서 지면 10여 초 동안 머드 세례를 받아야 한다.
머드와 물대포, 공연이 함께하는 ‘머드 몹신(오전 11시 30분, 오후 2시 30분, 4시 30분 30분씩 진행)’이 열릴 때마다 젊은 층이 한꺼번에 몰리며 장관을 연출한다. ‘머드 프라이빗존’은 코로나 시국에 맞춰 새로 마련한 시설이다. 지름 2m의 머드풀을 가족이나 연인끼리 독점해 이용한다. 물론 머드풀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보령머드축제는 올해로 25회째를 맞는다.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지자체 축제이자, 지구촌 여름 축제로 꼽혀왔다. 코로나 확산 이전 매년 1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렸다. 2019년에는 외국인만 38만 명이 찾았다. 지난 16일 개막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보령시는 올 축제에 120만 명(내국인 108만명, 외국인 12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 여름 성수기까지 겹쳐 대천해수욕장 인근 머드먹자골목과 숙박시설은 이미 치열한 예약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축제장 주변의 한 게장 음식점 사장은 “지난해 여름에는 거의 손님을 못 받았는데, 올여름은 벌써 단체 예약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리조트 대천 관계자도 “축제가 한 달가량 이어지는데도, 축제 기간 객실 예약률이 96% 이른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물싸움 - 정남진장흥물축제
축제 대표 프로그램은 ‘살수대첩 거리 퍼레이드’다. 7월 30일 오후 1시 장흥군민회관에서 탐진강변 장흥교 주차장까지 1㎞ 남짓한 도로 위에서 퍼레이드가 진행된다. 차량 출입을 막고 참가자만 행진하는데, 이때 거리가 물바다가 된다. 사방에서 물 폭탄이 떨어지고 물풍선이 날아다닌다. 퍼레이드가 끝나면 오후 2시부터 축제 행사장에서 지상 최대 물싸움이 벌어진다. 수천 명이 뒤엉켜 물총 싸움을 한다. 개막날만 진행되는 퍼레이드와 달리, 물싸움은 축제 기간 매일 같은 시간에 벌어진다.
정남진장흥물축제는 올해 15회째다. 매년 50만 명 넘게 참가하는 인기 축제였으나,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 때문에 취소됐다. 물에 흠뻑 젖는 게 축제의 하이라이트이므로, 온라인 축제나 비대면 축제가 의미 없었다. 올해 예산은, 예년 수준보다 2억원 정도 추가된 21억여 원이다. 프로그램은 물싸움 말고도 많다. 장흥 전통놀이인 고쌈줄당기기가 수중에서 진행하고, 물고기 잡는 이벤트도 열린다. 올해 축제에 투입되는 물고기는 장어 2500여 마리, 붕어·메기·잉어 4000여 마리다. 카누·카약·수상자전거·보트 등 수상 레저 프로그램도 있다.
축제는 장흥 읍내를 가로지르는 탐진강물을 사용한다. 축제가 열리면 장흥댐에서 심층수를 내려보낸다. 평균 수온보다 낮은 심층수가 축제장까지 11㎞를 흘러 내려오면 수온이 23∼24도가 된다. 장흥댐의 여름철 평균 방류량은 초당 2∼3톤인데, 축제 기간에는 초당 8톤씩 물을 내려보낸다. 장흥군청 전희석 주무관은 “지역 농민과 축제 일정을 공유해 농사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며 “축제가 오래되다 보니 요즘엔 축제가 열리기 전에 농민이 논밭에 물을 받아놓는다”고 말했다.
한국의 라 토마티나 - 화천 토마토축제
토마토는 전국 어디서나 재배하지만 화천 토마토는 명품 대우를 받는다. 맛이 남달라서다. 화천에서도 토마토가 유명한 곳은 사내면이다. 65개 농가가 토마토를 키운다. 찰토마토와 흑토마토, 네덜란드가 원산지인 깜빠리가 주종이다. 사내면 토마토 농장은 해발 300~400m 지대에 자리한다. 준고랭지다. 해발고도는 높지 않지만 화악산(1468m)·백운산(1046m)·두류산(993m) 등 고산이 둘러싸고 있다. 화천화악산토마토영농조합 문영주 대표는 “큰 일교차 덕에 토마토가 단단하고 당도가 높다”며 “수확 철에는 판매 물량이 모자랄 정도로 전국에서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축제 때는 화악산토마토영농조합에서 기른 토마토만 쓴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파지 토마토를 화천군이 전량 수매해 체험 행사에 활용한다. 올해는 45톤을 사들였다. 11만 명이 방문한 2019년 축제 때는 토마토 89톤을 썼다. 축제 대표 프로그램은 ‘황금 반지를 찾아라’다. 토마토를 가득 채운 풀장에 들어가 금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축제 기간 네 차례 진행하는데, 모두 30돈의 금덩이가 주인을 기다린다. 학용품과 문구류를 선물로 주는 어린이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화천은 주민보다 군인 수가 더 많은 휴전선 접경지다. 축제도 군부대와 함께한다. 빅토리부대(15·27사단)가 축제를 공동 주최한다. 화천에서 군 생활을 한 가수가 무대에 서고, 현역 군인의 버스킹 공연도 펼쳐진다. 식품기업 오뚜기가 토마토 파스타 1000인분 시식 행사도 연다. 물론 명품 토마토를 맛보고 살 수 있는 장도 선다.
영화 속 그 장면 - 통영 한산대첩축제
한산대첩축제는 역사가 길다. 올해 61회째를 맞았다. 규모도 크고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세병관, 이순신공원, 산양읍 당포성지, 한산도 앞바다뿐 아니라 욕지도·사량도에서도 축제를 연다. 통영한산대첩문화재단 관계자는 "올해는 도서 지방 주민을 직접 찾아가 무용·연극 등 공연을 펼칠 계획"이라며 "휴가철 섬 여행을 즐기는 여행객에게도 새로운 볼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축제 하이라이트는 세계 4대 해전으로 꼽히는 한산대첩 재현 행사다. 국내 최대 규모의 모의 전투 장면으로, 선박 100여 척이 학 날개처럼 진용을 짜 왜군을 제압한 ‘학익진’ 전법을 선보인다. 8월 12일 산양읍 당포성지에서 ‘한산해전 출정식’, 13일 정량동 이순신공원에서 ‘한산대첩 재현’이 펼쳐진다. 올해는 예약자에 한해 유람선을 타고 해상에서 관람할 수 있다. 통영 시민이 참여하는 ‘거북선 노젓기 대회’도 볼 만하다. 광도면 죽림만에서 대회가 열린다.
한산대첩축제는 공연 프로그램 대부분을 선선한 저녁 시간에 진행한다. 축제 첫날인 6일 오후 8시 세병관에서 ‘아들의 바다: 눈물의 난중일기’ 공연이 펼쳐진다. 난세의 영웅인 충무공의 고뇌 어린 내면을 묘사하는 공연이다. 대첩 재현행사가 열리는 13일 오후 6시 30분에는 해군 군악대의 ‘수군수군콘서트’가 열린다. 13일 오후 3시 통영 역사홍보관에서 김한민 감독을 초청해 영화 제작과정의 뒷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마련된다.
손민호ㆍ최승표ㆍ백종현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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