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0%대 떨어질때 尹지지율 10%p 떨어졌다..개미의 절규
중소기업 직장인 K씨(44)는 최근 스마트폰에 있던 증권사 앱을 지웠다. “매일 들여다보면서 혈압이 오르느니 아예 없는 셈 치자”며 내린 결정이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 2300선이 붕괴되면서 K씨의 투자손실률이 원금 대비 40%를 기록했다. 그는 “투자야 본인 책임이라지만 최근 정부가 일부 코인 투자자의 빚 일부를 탕감해주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배신감을 느꼈다”면서 “시장경제를 부르짖은 새 정부에 기대가 컸는데 요즘 같아서는 이러려고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나 싶다”고 말했다.
양대 하락 기록 쓴 尹 정부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국내 증시는 유례없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2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88포인트(0.67%) 오른 2,386.85에,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8.39포인트(1.07%) 오른 790.72에 장을 마쳤다. 6월말 저점보다 소폭 반등했지만, 대선 이튿날(3월 10일) 종가 기준 2,680.32였던 코스피지수가 11% 가까이 하락했다. 1년여 전인 지난해 7월 6일 사상 최고치(3305.21)와 비교하면 1000포인트 가까이 지수가 빠졌다.
코스닥은 상황이 더 나쁘다. 특히 6월 한 달 하락폭(-16.6%)은 같은 기간 ‘전세계 주요 지수 중 최대 낙폭’이라는 오명을 썼다. 당분간은 거시경제 구조상 희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물가가 급등하다보니 이를 제어하기 위한 금리 상승이 불가피하고, 그 과정에서 주가는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이자율 상승 시기의 주식 하락은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윤 대통령 지지율도 함께 하향 곡선을 그렸다. 한국갤럽이 매주 조사해 발표하는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긍정 응답률이 5월 둘째주 52%에서 7월 둘째주 32%까지 떨어졌다. 6월 한달간 하락폭(53%→43%)만 10%포인트에 달해 취임 초 기준 ‘사상 최저 수준의 대통령 지지율’ 기록을 세웠다. 긍정 응답률과 부정 응답률이 교차하는 ‘데드크로스’가 6월 다섯째주 조사 때 나타난 뒤 그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믿었는데 당했다” 뿔난 개미들
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현 정부에 대해 가졌던 기대심리가 부메랑처럼 더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입을 모은다.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0년을 기점으로 국내 증시가 크게 올랐는데, 그 때 유입된 신규 투자자 중 상당수가 20~30대 생애 첫 투자자였다”면서 “이들이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가 주가를 올려 줄 거다. 공매도나 MSCI(미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 문제도 해결해 줄 거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재 주가 하락의 책임을 정부에 돌리는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대선 직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은 20~30대 남성층에서 상대 후보를 앞서는 경향을 보였다. 당시 윤석열 캠프는 주식시장과 관련해 ▶주식양도세 완화 ▶공매도 규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을 공약하며 이른바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공략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당시 캠프 내부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공매도는 현재로서 규제 강화가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그래도 표를 위해선 이 부분을 건드려줘야 한다’는 의견 때문에 결국 공약을 발표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관료 출신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MSCI 지수 편입을 위해서라도 공매도 규제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라며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 MSCI 편입을 현 정부가 이뤄내고, 그로 인해 지수 하락 방어 효과가 나타나면 그게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을 위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세금 인하했지만…개인투자자 영향 無
정부는 지난달 2022년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주식양도세 부과 기준을 종목당 보유액 기존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크게 올렸다. 초고액 주식 보유자를 제외한 대다수 주주에 주식 양도세를 없애 이른바 ‘투자의 자유’를 주겠다는 취지였지만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100억을 10억으로 낮춘들 개미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말이 나왔다.
내년부터 축소하기로 한 증권거래세율(0.23%→0.2%) 역시 ‘증시 민심’을 다독이기엔 효과가 없을 것이란 반응이 대부분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100만원 투자자가 내는 거래세가 2000원선이고, 대부분의 개인투자자의 경우 이번 조치로 고작 세금 몇백원을 아끼게 된 셈”이라며 “오히려 폐지할 줄 알았던 금융투자소득세에 2년 유예 조치만 내린 데 대한 거부감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펀드, 채권 투자로 얻은 수익이 5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분에 대해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물리는 세금이다. 정부가 “폐지 여부는 2년 뒤 시장 상황을 봐서 결정하겠다”고 하지만, 최근 여당에서는 “이러다 지지율이 20%대까지 주저앉는 것 아니냐. 당장 다음주 지지율이 발등의 불”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尹의 주가, 文의 부동산 될까
당·정은 일단 ‘장기전’을 대비하자는 분위기다. 지난 17일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 지도부가 머리를 맞댄 고위 당·정 회의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대행 겸 원내대표가 “총리와 장·차관이 방송, 언론 인터뷰라도 해서 여러가지 정책 효과를 적극 알려야 한다”고 주문한 일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증시부양책 등 과도한 시장개입은 체질만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다만 직전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민심의 심판을 받았듯, 현 정부 역시 증시 부진을 그냥 두고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센터장은 “정치 여론조사가 덜 발달했던 80~90년대에는 ‘종합주가지수=정권 지지율’이라고 여겨 1989년부터 3년간 증시부양대책이 14번 나온 적도 있다”며 “비록 실상이 그렇다 할지라도, 집값 상승에 ‘글로벌 요인’을 댔던 문재인 정부와 주가 하락에 ‘대외 변수’만 들이대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사람들이 비슷한 감정적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은 부동산보다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특히 최근 정치권이 집중 공략 대상으로 삼는 ‘수도권·청년’ 계층의 주요 관심사라 전반적인 민심에 민감한 영향을 주는 측면도 있다. 성 교수는 “위기일수록 정부는 조세나 규제, 노동과 관련한 기업의 부담을 줄여서 근본적으로 기업 실적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야당은 ‘개미 맞춤 법안’을 발의하고 나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출신인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증권거래세를 내년에 0.1%로, 2024년에 0.05%로, 2025년에는 완전히 없애자는 내용의 ‘증권거래세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정부안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세금을 깎자는 취지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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