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임신한 10살 낙태해준 美의사..장관은 "범죄" 법정싸움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미국 10세 소녀의 낙태를 도운 의사가 인디애나 주 법무장관으로부터 “범죄”라고 비난을 받자 법적 대응 절차를 시작했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인디애나 주의 산부인과 의사인 케이틀린 버나드의 변호인은 이날 토드 로키타 인디애나 주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통지를 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오하이오 주에 사는 10세 소녀는 성폭행으로 임신해 낙태 수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낙태권 폐기를 결정하자,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오하이오 주는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경우를 제외하고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면 낙태를 금지하는 엄격한 법을 채택해 왔고, 대법원 판결 이후 즉시 낙태금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당시 소녀는 임신 6주 3일 차였다.
그러자 소녀를 담당하던 오하이오 주의 의사는 인디애나 주 주도 인디애나폴리스의 산부인과 의사인 케이틀린 버나드에 연락해 낙태 수술을 도와줄 것을 요청했고, 버나드가 이를 받아들여 소녀는 365km 떨어진 인디애나 주로 이동해 수술을 받았다.
이에 대해 토드로키타 인디애나 주 법무장관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버나드가 낙태를 관계 기관에 보고할 의무가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범죄’라고 지칭했다. 인디애나 주는 16세 이하에 대한 낙태를 3일 내 보고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WP에 따르면, 버나드는 기한 내에 관계기관에 소녀의 낙태를 보고했다. 버나드의 변호인은 이날 로키타 장관에 대해 보낸 손해배상 청구 통지서에서 “로키타는 자신의 발언이 거짓임을 알았거나 발언의 진위를 무시하고 무모하게 행동했다”며 “미국 내 현 정치 분위기를 고려하면 로키타의 발언은 합법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 버나드에 대한 대중의 비난을 키우려는 의도가 있다”고 했다.
버나드는 로키타 장관을 상대로 보안 비용, 소송 비용, 평판 훼손, 정서적 피해 등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로키타 장관이 90일 동안 버나드의 주장을 조사하거나 합의하지 않으면 버나드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인디애나대 법학대학장을 지낸 로런로벨은 “로키타 장관이 전국에 방영되는 TV에서 발언의 진실성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선동적인 발언을 했다”며 주 대법원의 징계위원회에 그를 조사하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한편 법무장관실은 로키타 장관이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켈리 스티븐슨 공보관은 WP에 “로키타 장관의 역사적인 노력 덕분에 인디애나주는 태어나지 않은 생명과 여성의 보호자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며 “우리는 근거 없는 주장을 반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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