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 머금은 '매화 봉수대'.. 찬란한 꽃불 피우다

남호철 2022. 7. 2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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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야경·피서.. '빛의 도시' 광양
전남 광양시 황길동 구봉산 정상에 우뚝한 ‘메탈아트 봉수대’가 화려한 조명과 함께 아침 해를 봉홧불 삼아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봉수대 주변을 한 바퀴 돌면 광양 일대를 360도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다.


햇살을 가득 머금은 전남 광양(光陽)은 배산임수형이다. 북쪽에 백운산(1218m)이 우뚝 솟아 있고, 그 옆으로 흐르는 섬진강이 망덕포구에서 남해 광양만에 합류한다. 백운산은 여름철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4대 명품 계곡을 품었고, 광양만은 화려한 야경을 펼쳐놓는다. 매화꽃이 휘날리는 봄이 아니더라도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넘쳐난다. 휴식과 피서를 즐길 수 있는 청정한 힐링 여행지다.

광양을 360도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는 곳이 구봉산이다. 아홉 봉우리가 아니라 과거 봉수대가 있었던 ‘옛 봉화산’이다. 광양지역의 위급한 상황과 돌산도의 봉수대, 진례산 봉수대에서 전달된 상황을 순천도호부에 알려주던 곳이다. 해발 473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이곳에서 보는 풍광은 어느 곳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 일몰과 일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다.

구봉산 전망대 바로 아래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다. 5분만 발품을 팔면 수고에 비해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시원한 경치가 눈을 호강시킨다. 전망대는 푸른 잔디와 벤치로 조성돼 있어 공원 같은 인상을 준다. 벤치 바로 앞에 망원경이 설치돼 있어 먼 풍경을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가운데 광양제철소와 광양항, 이순신대교를 중심으로 멀리 왼쪽에 하동 금오산과 화동화력발전소, 남해군을 잇는 노량대교가, 오른쪽에 여수 국가산업단지와 순천 여자만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뒤돌아보면 백운산과 그 너머 지리산 천왕봉이 시야에 잡힌다.

구봉산 정상에는 광양의 상징인 매화를 형상화한 ‘메탈아트 봉수대’가 웅장함과 찬란함을 뽐낸다. 높이 940㎝는 지명 ‘광양’을 최초로 칭한 940년(고려 태조 23년)을 상징한다. 꽃잎은 12지와 12개 읍·면·동을 표현했고 ‘빛의 도시, 철의 도시’라는 이미지에 부합하는 특수강과 LED 조명을 이용해 지역적 특성을 살렸다.

밤이면 더욱 환상적인 경치를 뽐낸다. 한국관광공사 야간경관 100선에도 올랐다. 반짝이는 불빛을 주렁주렁 매단 2260m 길이의 이순신대교가 여수 묘도로 이어진다.

백운산은 맑은 물과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성불·동곡·어치·금천 등 4대 계곡을 거느리고 있다. 더위를 날리고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좋은 웰니스 피서지다.

백운산 도솔봉과 형제봉 사이에 자리 잡은 봉강면 성불계곡은 깊고 맑은 물, 수려한 삼림과 기암괴석으로 장관을 이룬다. 백운산 정상과 따리봉 사이 한재에서 발원해 동천을 거쳐 광양만으로 이어지는 옥룡면 동곡계곡은 학사대, 용소, 선유대, 병암폭포 등 절경을 품고 있다.

높이 15m의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구시폭포.


진상면 어치계곡은 좁은 계곡으로만 5~6㎞ 이상 이어지며 맑은 물을 흘려보낸다. 어치는 산허리를 감아 돌며 완만하게 늘어진 고갯길을 의미한다. 여름 한낮에도 이슬이 맺힐 정도로 시원한 오로대(午露臺)와 심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구시폭포로 유명하다. 구시는 말구유의 방언이다. 높이 15m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는 에어컨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시원한 바람을 내뿜는다. 바로 위에 선녀들이 목욕했다는 선녀탕이 있다. 섬진강으로 흘러드는 다압면 금천계곡은 선녀가 내려와 베를 짰다는 옥녀봉에서 발원한 계곡답게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별 헤는 다리(왼쪽)와 해맞이 다리로 연결된 배알도.


전북 진안 데미샘에서 발원한 섬진강이 218.6㎞ 물길을 갈무리하고 광양만으로 흘러드는 곳이 진월면 망덕포구다. 바로 앞에 작고 푸른 섬 배알도가 바다에 떠 있다. 망덕산을 향해 엎드려 절하는 모양이어서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섬은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망덕포구에서는 ‘별 헤는 다리’를 통해, 배알도 수변공원에서는 ‘해맞이 다리’를 거쳐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윤동주 시를 품고 지켜낸 빨간 양철 지붕의 정병욱 가옥.


망덕포구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 ‘정병욱 가옥’이다. 빨간 양철 지붕의 오래된 이 집이 윤동주의 시를 품고 지켜낸 곳이다.

윤동주는 1941년 졸업을 앞두고 시집을 내려다 포기하고 3부를 필사한 뒤 1부를 절친한 연희전문대 후배 정동욱에게 건넸다. 이후 윤동주는 일본 유학을 떠났고 45년 광복 6개월을 앞두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정병욱은 44년 학도병으로 끌려가기 전 광양 집으로 내려와 어머니에게 윤동주의 원고를 맡겼다. 어머니는 집 마루 밑 항아리 속에 숨겼다. 무사히 귀환한 정병욱은 48년 윤동주의 첫 시집이자 유고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출간했다.

여행메모
8월 말까지 금~일요일 ‘광양야경투어’
광양불고기·피리매운탕… 먹거리 다양

광양 구봉산 전망대는 남해고속도로 동광양나들목에서, 망덕포구는 진월나들폭에서 가깝다. 백운산의 계곡은 위치에 따라 편한 나들목을 이용하면 된다. 구봉산 전망대는 입장·주차 모두 무료다. 구시폭포는 도로 통제하는 곳까지 차로 이동한 뒤 주차하고 70m 정도 가면 된다. 주변에 3~4대 주차할 수 있는 공터가 있지만 성수기와 주말에는 주차하기 쉽지 않다.

8월 말까지 매주 금~일요일 광양야경투어가 진행된다. 순천역(오후 3시 10분) 광양읍터미널(오후 3시 30분)에서 탑승할 수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 5시까지 전화로 예약해야 하며, 5명 이상 예약 시 운행한다. 단체(20인 이상) 예약 시에는 평일에도 가능하다.

뜨거운 낮에는 전남도립미술관, 광양예술창고, 광양와인동굴 등 실내 문화공간을 즐긴다. 광양와인동굴은 연중 평균온도 17.5도를 유지해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있는 한여름 피서지로 인기다.

먹거리로는 광양불고기가 꼽힌다. 쇠고기를 구리 석쇠에 올려놓고 참나무숯불에 노릇노릇 구워 먹는데 연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옥룡면에서는 피리매운탕을 맛볼 만하다. 신선한 민물고기로 끓여 국물맛이 시원하고 깔끔하다.

광양=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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