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붕괴' 위기 이탈리아 총리, 조건부 잔류 시사
연립정부 구성 정당과의 갈등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던 마리오 드라기(사진) 이탈리아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조건부 잔류 의사를 밝혔다.
드라기 총리는 이날 진행된 상원의 내각 신임안 표결에 앞서 가진 연설에서 "우리가 함께하고자 한다면 그 유일한 방법은 용기, 이타심, 신뢰를 기반으로 정부를 새롭게 재건하는 것"이라며 정당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뒷받침된다면 총리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임을 강력하게 주장하던 종전의 입장에서 한층 유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의회 분위기가 연정 붕괴에 따른 조기 총선 실시에서 2기 드라기 내각 출범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앞서 드라기 총리는 원내 최대 정당이자 연정의 중심축인 범좌파 성향의 오성운동(M5S)이 지난 14일 내각 신임안과 연계된 상원의 민생지원법안 표결에 불참하자 전격적으로 사임서를 냈다. 그는 그동안 좌·우 주요 정당들이 참여한 거국 내각에서 어느 한 정당이라도 지지를 철회하면 '신뢰 협약'이 깨진 것으로 보고 더는 자리를 지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
에너지 위기와 물가 상승 기조 속에 민생 안정 대책을 포함한 사회·경제 정책을 두고 오성운동 당수인 주세페 콘테 전 총리와의 갈등이 누적된 게 발단이다.
하지만 헌법상 정국 관리의 책임과 권한을 가진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당일 드라기 총리의 사임서를 반려하고 의회에서 다시 한번 판단을 받아보라고 요청함에 따라 상·하원에서 신임안 표결이 현실화했다.
상원 표결은 현지 시각으로 이날 오후 7시 30분쯤 시작된다. 21일에는 하원 표결이 예정돼 있다. 재신임을 위해서는 상·하원 모두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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