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치료제'에 위태로운 건보 재정.. '위험분담제'로 리스크 헷지

이춘희 2022. 7. 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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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급증하거나 약효 없으면 '환급'
고가 치료제 관리 방안도 마련
급여 평가·약가 협상 병행해 시간 단축
'대상 환자가 소수'만 경제성평가 생략
노바티스의 척수성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국내 약가가 약 20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치료제 '졸겐스마'의 국민건강보험 급여화가 다음달부터 이뤄진다. 하지만 1회당 19억원이 넘는 비용을 건강보험 재정으로 부담해야 하는 만큼 고가 희귀질환 치료제의 연이은 급여화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건보 재정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이에 정부도 고가 치료제임에도 실제 약효가 크게 떨어지거나 지나치게 많은 급여 청구가 이뤄질 경우 등에 대비한 '위험분담제'를 적극 도입하는 한편 고가 치료제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제16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한국노바티스의 척수성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의 건강보험 신규 적용 등이 담긴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개정을 의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개정 내용은 관련 절차를 거쳐 다음달부터 적용된다.

졸겐스마의 국내 약가가 19억8173만원으로 정해지면서 1회 투여당 건강보험에서 약 19억8000만원을 부담하게 됐다. 희귀질환 산정특례와 본인부담상한제 등이 적용되면 환자의 실제 부담이 83만~598만원까지 줄기 때문이다. 발병률을 고려했을 때 연간 20~30명의 환자가 국내에서 생길 것으로 추산돼 연간 400억원대의 건강보험 재정이 추가로 소요된다.

'위험분담제' 도입… 환자 급증하거나 약효 떨어지면 제약사가 '환급'

정부도 이 같은 비용 부담 우려를 의식해 약제의 실제 효능·효과나 보험 재정 영향 등을 고려해 제약사와 위험부담을 나누는 위험분담제를 다양하게 도입했다. 졸겐스마에는 환급형, 총액제한형, 환자 단위 성과기반형까지 3가지 위험 분담제가 노바티스와의 계약 조건에 명시됐다.

환급형은 청구 금액에 대해 일정 비율 금액을 제약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환급한다. 총액제한형은 청구액이 미리 정해진 연간 청구액 총액(CAP)을 초과하면 초과분의 일정 비율을 환급하게 된다. 환자 단위 성과기반형은 환자별 성과를 5년간 추적 관찰해 치료 실패 시에는 제약사가 치료비를 전액 부담하거나 일부 비용을 건강보험공단에 환급하는 제도다. 앞서 건강보험이 적용된 백혈병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세포 치료제 '킴리아'에도 총액제한형, 환자 단위 성과평가형 등의 위험분담제가 적용됐다. 또 급여 등재 후 4년차에 임상적 유용성 및 비용 효과성에 대해 재평가 받아 약가 조정, 환급률 변경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투여 전·후 관리절차도 마련됐다. 졸겐스마를 투약하기 전에 급여 기준이 정하는 투여대상 적합 여부에 대해 사전 서면심사를 거친다. 또 환자의 보호자는 5년간 주기적인 반응평가 등 장기추적조사에 대한 이행 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

기존 치료제인 '스핀라자'와의 교차투여는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스핀라자 투여 환자 중 SMN1 결손이나 변이가 있는 SMA 환자 중 기준 연령이 생후 24개월 이하이면서 체중이 13.5㎏ 미만이고, 생후 12개월 이전에 스핀라자를 시작해 계속 투여받고 있는 경우에는 졸겐스마의 교차투여가 가능하다. 하지만 졸겐스마 투여 후에 스핀라자 등 다른 SMA 치료제를 교차투여할 경우에는 졸겐스마 투여에 대한 급여 인정이 불가능하다.

체계적 관리 나서… 도입은 빠르게, 경제성 평가는 엄하게

정부는 고가 중증질환 치료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는 점을 고려해 접근성을 신속히 강화하는 한편 급여 관리 강화를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앞서 급여 적용이 이뤄진 킴리아(3억6000만원)와 졸겐스마에 이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 치료제 ‘빈다맥스’(연간 2억원), 신경섬유종증 치료제 ‘코셀루고’(연간 2억원), 유전성망막질환 치료제 ‘럭스티나’(10억원) 등도 급여화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고가 의약품을 '높은 가격과 효과의 불확실성 등으로 가격 관리와 장기 효과 확인이 필요한 약제'로 정의했다. 1회 치료로 장기 효과를 기대하는 소위 ‘원숏 치료제' 또는 1인당 연간 재정소요 금액이 3억원 이상인 약제, 연간 건강보험 청구액이 300억원 이상 약제로 세부적 기준도 설정해 집중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노바티스의 백혈병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세포 치료제 '킴리아'

이를 위해 ▲환자 접근성 향상 ▲치료 효과 및 안전성 모니터링 강화 ▲급여 관리 강화라는 3대 관리 방향도 제시했다.

우선 환자 접근성 향상을 위해 평균 120일이 소요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 급여 평가와 60일이 걸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를 통해 급여 검토기간을 현재 180일 정도에서 120일로 60일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생존 위협 질환임에도 적절한 치료법이 없는 등 특수성이 인정될 때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신청과 동시에 약제 급여평가와 사전 약가협상을 병행하는 방안까지 시범 실시한다.

또한 고가 신약에 대한 가격 부담이나 장기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환자 단위 성과기반형 위험분담제의 적용 대상도 점진적으로 늘려나간다.

치료효과 및 안전성 모니터링 강화를 위해서는 고가 의약품 사후관리를 위한 환자별 투약 및 효과 자료를 수집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일정 수준의 약품비가 증가한 약제에 대하여 가격을 조정하는 사용량-약가 연동제도도 개선한다.

마지막으로 급여 관리 강화를 위해서는 초고가 약제 투약 전 '사전승인 표준운영절차(SOP)'를 마련한다. 또 현재 동등한 제품·치료법이 없는 희귀질환 혹은 항암제 등에 한해 적용되는 경제성평가 생략 대상을 '대상 환자가 소수'인 경우로 보다 제한하고, 경제성평가 생략 약제에 대한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보완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 같은 방안을 심평원, 건보공단, 식약처와 협의해 마련하고 2024~2028년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에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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