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력 피해자, 재판 '2차 피해'에.."해바라기센터 화상 증언 확대"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들도 법정에 나와 새로 진술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리면서 2차 피해 우려가 커지자,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영상 증인 신문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법원행정처는 여성가족부와 연계해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해바라기센터에서 화상으로 증언하도록 한 시범사업을 21일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 시범사업은 16세 미만 피해자를 대상으로 7개 시·도의 해바라기센터 8곳에서 진행됐다. 해바라기센터에서는 사건 발생 후 피해자 조사부터 상담, 의료 지원까지 통합적으로 이뤄졌다. 이에 아동·청소년 피해자와 친숙한 담당자가 영상 증인 신문 과정에 동석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법원행정처와 여성가족부는 사업 대상을 19세 미만 피해자로 확대하고, 담당 해바라기 센터도 16개 시·도의 34곳으로 넓히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헌재는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 영상을 신뢰관계인의 동의만으로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제한한다"며 성폭력처벌법 제30조 6항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 결정 전에는 해당 조항에 따라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법정 증언 대신 사건 초기 진술 영상으로 피해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다. 성인보다 법정 증언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심리적 충격이 큰 점, 사건 초기 진술에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는 점 등이 고려됐다. 하지만 헌재가 "이 조항으로 인해 피고인의 반대 신문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아동·청소년 피해자들도 증인으로 소환되면 예외 없이 법정에서 새로 피해를 증언해야 하게 됐다.
실제로 이 결정 이후 피고인들이 어린 피해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등의 사례가 생기자, 현장에서는 2차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김지은 대구 해바라기센터(아동) 부소장은 관련 토론회에서 "'가해자가 몇 번째 손가락을 넣었느냐, 왜 못 봤느냐', '싫으면 바지를 내리지 못하게 잡았어야지', '발음이 좋지 않아 증언을 못 알아듣겠다' 등의 질문을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법정에서 경험하며 심각한 후유증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법원행정처와 여성가족부는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직접 법정에 나가 증언해야 하는 부담을 덜겠다"며 해바라기센터와 연계한 영상 증인 신문 방안을 마련했다. 여성가족부는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영상으로 증언하는 과정의 전후 단계에서 상담과 심리치료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도 증인 신문 시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비공개하는 등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고려할 사항 등을 전국 법원에 배포할 계획이다.
김상환 법원행정처 차장은 "해바라기센터 연계 영상 증인 신문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면서도 미성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는 조화로운 방안으로 널리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도 “아동·청소년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확대를 위해 해바라기센터 기능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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