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사태' 스리랑카 새 대통령에 위크레메싱게 현 총리 선출

라닐 위크레메싱게가 20일 스리랑카 제8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AP=연합뉴스]

경제 위기 속 대통령의 사임으로 국가 비상사태에 처한 스리랑카가 새 대통령에 현 대통령 권한대행인 라닐 위크레메싱게(73) 총리를 선출했다고 로이터·AP 통신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리랑카 국회는 이날 오전 투표를 통해 위크레메싱게 대통령 권한대행을 제8대 신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위크레메싱게 신임 대통령은 유효 투표 219표 가운데 134표를 획득했다. 스리랑카 야권이 밀던 덜라스 알라하페루마 전 교육부 장관은 82표, 좌파 지도자 아누라 디시나야케는 3표를 얻었다.

개표 이후 위크레메싱게 신임 대통령은 "스리랑카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다"며 "우리는 앞으로 큰 도전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거가 끝났으니 지금의 분열 상황을 끝내야 한다"며 "당장에라도 야당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새 대통령 임기는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잔여 임기인 오는 2024년 11월까지다.

위크레메싱게 신임 대통령의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 시위대가 20일 수도 콜롬보에 있는 대통령 관저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위크레메싱게 신임 대통령은 외교·국제안보 분야를 두루 거친 베테랑 정치인이다. 지금까지 총리만 여섯 번을 지냈다. 최근 스리랑카가 직면한 국가 부도 사태와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주요 경제협상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월 최악의 경제난으로 사퇴 압박을 받던 라자팍사 전 대통령에 의해 총리로 임명됐다. 이후 스리랑카는 외채 이자를 갚지 못해 국가 부도를 선언하게 됐고, 지난 9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대통령 관저와 총리 관저를 점거했다. 결국 지난 13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사임 의사를 밝힌 뒤 해외로 급히 도피했다.

이후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에 오르자, 반정부 시위는 더 거세졌다.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 13일 다시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총리 집무실을 점거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대통령 권한으로 전국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위크레메싱게 대통령 선출 후 반대 시위를 벌이는 스리랑카 국민들. [AP=연합뉴스]

당선 소식이 전해진 후, 시위대는 대통령 관저 앞으로 몰려와 "집으로 돌아가라"며 반발하고 있다고 AP가 전했다. 로이터는 "위크레메싱게 신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강한 탓에 분노에 찬 시위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제 위기 극복이 최우선 과제인 국가인데, 야당 측 후보는 고위급 정치 경험이 부족했다"고 보도했다.

스리랑카 대통령 선거는 통상 국민투표로 진행되지만, 이번처럼 보궐선거의 경우에는 의회가 선출하게 된다. 국회의원의 유효 투표수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획득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