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5에도 효과?" 당국, 모더나 2가 백신 사전 검토 착수
정부가 미국 모더나사가 오미크론 변이 대응용으로 선보인 개량 백신을 허가하기 위한 사전 검토에 들어갔다. 추후 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신속히 심사를 진행하고 안전성과 효과성 등을 따져볼 방침이다. 보건당국은 올해 들여올 2300만회분 가량의 모더나 백신을 이 백신으로 전량 들여오는 걸 제약사 등과 협의하고 있어 연내 접종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일 “모더나코리아사가 코로나19 백신 ‘모더나스파이크박스2주’(mRNA-1273.214) 의 비임상·임상 시험 결과 자료에 대한 사전 검토를 이날 신청함에 따라 해당 자료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이 백신은 기존 백신들과 달리, 2가지 항원(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을 자극해 작용하는 2가(항원 2개) 백신이다. 부스터(추가 접종) 용으로, 중국 우한에서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원형과 오미크론(BA.1) 변이를 동시에 겨냥하도록 만들어졌다.
기존 백신의 허용 용량인 50㎍(마이크로그램)에 맞춰 두 가지 항원을 25㎍씩 혼합해 개발한 ‘콤보’ 백신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제약사들에 최근 전세계 유행을 주도하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와 BA.4에 대응할 개량 백신을 개발해줄 것을 권고했는데 그 것과는 다르다. 미 언론들은 BA.4, BA.5를 타깃으로 하는 개량 백신은 빨라야 가을에나 개발될 것으로 전망한다.
모더나도 BA.4와 BA.5를 겨냥한 2가 백신 후보물질(mRNA-1273.222)을 개발하고 있는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일단 최근 유행하는 변이 대응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 백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모더나의 프란체스카 세디아 의학부 수석 부사장은 19일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규제 당국의 승인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여러 국가에 8월 말까지는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더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백신으로 4차 접종을 했을 때 3차 접종만 했을 때보다 BA.5에 대한 중화항체(바이러스를 무력화해 감염을 예방하는 항체) 농도가 6.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모더나 측 데이터로 보면 항원의 양이 증가한 것도 아닌데 초기 바이러스뿐 아니라 BA.1과 BA.4, BA.5 등의 변이에 폭넓게 중화능(중화항체를 통해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능력) 효능이 확인됐다”며 “기존 백신과 비교해 중화능이 BA.1에 대해 1.78배, BA.4, BA.5에 대해 1.6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백신보다 예방 효과가 78%, 60% 좋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는 것”이라며 “고무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런 효과는 65세 이상 고령층 대상으로도 비슷하게 확인됐다고 한다.
모더나는 예방 효과가 6개월 정도 지속될 것으로 보며, 이 백신이 최악의 변이 바이러스라는 BA.2.75(켄타우로스)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벼운 두통과 피로감, 발열 등을 제외하면 중대한 이상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모더나 측 설명이다.
이 백신을 허가한 나라는 아직 없다. 유럽과 영국, 호주 등에서 사전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식약처는 “품질 등 자료를 추가해 향후 품목 허가를 신청하면 신속하고 면밀하게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감염내과 전문의를 포함한 백신 전문가 등에 해당 백신의 안전성‧효과성을 자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추가로 들여올 모더나 백신은 2300만회분 정도 되는데 보건당국은 이 물량을 일단 이 백신으로 대체해 도입하는 걸 추진하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BA.4, BA.5 용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고 일단 이 개량 백신을 조속히 도입하려 제약사와 식약처 등과 협의하고 있다”라며 “허가 이전에 사전 협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허가만 이뤄지면 실제 도입까진 한 달 정도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 도입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모더나 측에선 이 백신을 이미 많이 만들어놨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허가가 이뤄지면 계약한 물량을 공급하는 데에 문제가 없을 거로 얘기한다”고 전했다.
모더나 측이 언급한 내달 말에 당장은 아니더라도 하반기 중 도입되면 향후 4차 백신 대상자가 일반 국민으로 확대됐을 때 이 백신이 선택지로 오를 수 있다. 다만 실제 접종에 쓰일 지에 대해선 전문가 자문 등의 절차를 거쳐 결정할 사안이라는 게 당국 입장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제약사에서 발표한 데이터를 다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며 “향후 이 백신 중심으로 갈지, 조금 더 기다려 화이자 등이 개발하는 BA.4, BA.5용 개량 백신 등으로 갈지 접종 전략에 대해선 더 논의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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