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더 이상 민주당 전유물 아냐.. 호남, 이미 경고했다"

박소희 2022. 7. 20. 17: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 인터뷰] 송갑석 "새로운 가치 정립이 당의 과제, 차별금지법 해야"

[박소희, 박정훈, 남소연 기자]

 더불어민주당 차기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송갑석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16대 1.

8.2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수도권 대 비수도권 숫자다. 여기서 '1'이 바로 송갑석 의원(재선, 광주 서구갑)이다. 그는 민주당의 핵심지역, 전통적 기반으로 꼽히는 호남의 유일한 후보이기도 하다. 

"저는 친노(친노무현)도, 친문(친문재인)도, 친명(친이재명)도 아니다."
- 7월 13일 출마선언문 중

송 의원은 민주당의 계파를 큰 틀에서 구분할 때, 자신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는 이 정치적 위치와 지역적 위치가 곧 자신이 지도부에 입성해야 할 이유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이고, "다양한 시각과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며 "그렇게 할 수 있는 후보"는 송갑석뿐이라는 얘기다.

동시에 그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직전 광주시당 위원장으로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이어 치르며 목도한 민심은 싸늘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단과 5.18 기념식에 참석하는 모습은 "더 이상 5.18은 민주당의 전유물이 아니다"란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었다. 

1990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4기 의장 출신 '86세대'로서 눈앞에 불어닥친 '세대교체' 바람도 절감한다. 다만 송 의원은 세대교체론을 '정치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라고 풀이하며 여기에 "민주당의 새로운 가치 정립"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19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당의 새로운 가치를 정립하기 위해 못할 생각이 없고, 못할 시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호남 민심은 이미 이반... 광주 투표율은 단호한 경고"

- 유일한 비수도권, 유일한 호남 출신 최고위원 후보다. 출마를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

"예전부터 출마 권유는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결정하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전당대회 굴러가는 모양새가 '민주당의 터닝포인트'가 되긴 힘들어 보였다. 누군가 지도부에 들어가서 향후 2년 동안 당을 운영할 때 지속적으로 터닝포인트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결심했다."

- 당에 '어떤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는 얘기인가.

"사람들이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다. 내로남불과 소수의 강성당원에게 휘둘리는 정당. 이 문제들을 극복하지 않으면 정말 힘들다. 아무리 화려한 미사여구로 당의 혁신과 개혁을 얘기하더라도 국민들은 그걸 민주당 변화의 바로미터로 여기지 않는다. 국민들이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라고 느끼는 문제들을 바꿔야 한다. 그게 내로남불과 강성지지층에 휘둘리는 정당이란 이미지다. 또 '민주당이 원하는 개혁과 그 방식만 고집한다'는 인식도 바꿔야 한다."

- 민주당이 국민과 멀어진 모습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곳이 호남이다. 지방선거 투표율, 정당 지지도 등을 보면 '민심의 이반'까지 걱정해야 한다.

"이미 이반해있다. 6.1 지방선거 투표율 37.7%라는 충격적인 숫자가 그 점을 분명하게 말해준다. 불과 몇 개월 전 전국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는데, 전국 최저로 급전직하했다. 대선 당시 호남은 전국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기록적인 사전투표율로 '한 번 해볼 수 있겠네'라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야말로 영혼까지 끌어 모으는 '영끌투표'였다. 

민주당이 잘해서 또는 민주당이 잘할 것 같아서 또는 이재명 후보가 마냥 마음에 들었다면 영끌할 필요가 없었다. 도저히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에겐 정권을 못 맡긴다는 절박함 속에서 했다. 그런데 패배했다. 그 허탈감과 실망감이 굉장히 큰데, 이후 민주당은 제대로 된 평가와 반성을 못한데다 대선 패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전격적으로 지방선거에 등장했다. 

호남은 이 상황에 굉장한 문제의식이 있었고, 단호한 경고를 내렸다. 이낙연 전 대표는 광주 투표율을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고 표현했는데 절반은 맞다 생각한다. 왜냐면 우리가 탄핵당한다고 할 때, 그 완결은 2년 후 총선에서 이뤄질 거다."

- 지금껏 언급한 문제와 관련해 출마선언문에서 "일각에서는 팬덤이란 말 뒤에 숨어 개인과 계파의 정치적 욕망을 당에 투사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우리 당원들이 이렇게 열렬하게 개혁을 원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과연 그럴까? 권리당원만 해도 100만 명에 육박하는데? 극히 일부 강성당원의 생각이 완전히 과대 대표되고 있다. 전당대회 규칙을 정하는 과정에서 중앙위원이 갖는 표의 과대 대표성을 얘기하며 비율을 조정하자는 주장이 있었는데, 저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이 강성당원의 의사가 과대 대표되고 있다고 본다. 반드시 절연해야 한다."

"세상이 변했다... 새로운 가치 정립 위해 못할 일 없어"
 
 더불어민주당 차기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송갑석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민주당이 힘 있게 끌고 가지 못한 진보·개혁 의제 중 하나가 차별금지법이다. 권인숙 의원안의 공동발의자로서 다음 지도부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민주당은 대선 때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을 영입해놓고도 안 한 것처럼 태도를 취했다가 선거 직전 투입했다. 그보다 사흘 전, 닷새 전에만 투입됐어도 선거 결과는 바뀌었다. 민주당은 지역감정, 북풍공작을 국민과 함께 슬기롭게 넘어왔다. 그런데 이번에 보수정당은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일부 약자'를 갈라치기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주당은 그런 행태에 굉장히 준엄해야 했는데 굉장히 어정쩡했다. 철학의 빈곤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이건 엄청난 사건이었다.

차별금지법도 마찬가지다. 지지율, 선거를 생각 안 할 수 없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기독교계와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 광주의 경우, 주류 기독교회도 법 제정이 사회적 기류이고, 언제까지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럴 때는 정치권이 좀 용감해져야 한다.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특히 차별금지법을 열렬히 지지하는 쪽에서 '법안 내용이 미진하다'고 비판하더라도 분명하게 진전시켜야 한다. 차별금지법 도입 자체가 중요한 한 걸음일 수 있다."

- 다음 총선 전에 처리해야 한다는 뜻인가.

"해야죠."

- 민주당은 동시에 청년들로부터 '꼰대, 기득권'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의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 윤석열 대통령의 5.18 기념식 참석 등으로 이전 보수정당 정치인들과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복합쇼핑몰 문제는 우리가 둔감했던 면이 있다. 광주에서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일로 시끄러웠는데 그때는 도심에 대형마트를 유치하는 문제였고, 대형마트와 전통상권의 갈등이 있었다. 그런데 당 내에서도 '맞벌이 직장인들이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복합쇼핑몰에 가서 모든 걸 다 해결한다'라는 문제 제기가 활발히 있어서 고민하고 있던 차에 확실히 당했다. 사람들 가려운 데를 딱 치고 들어온 거다. 우리가 정치적으로 한 수 배워야 할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 모두 데리고 와서 5.18 묘지 참배한 것도, 그 진정성 이런 것은 두 번째 문제이고 분명 진일보했다. 전임 보수정권은 어땠나.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이니, 제창이니... 더 이상 5.18은 민주당의 전유물이 아니다. 4.3도 마찬가지다. 둘 다 다툼의 대상이 아닐 정도로 사회 전체가 성숙해진 셈이다. 2030 젊은 유권자들에게는 더욱 더 그렇게 받아들여질 거다. 우리는 과감하게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 사실 민주당과 86세대가 스스로 국민의힘 쪽과 가장 차별화했던 지점이 '민주화'다. 하지만 현재 86세대는 세대교체 대상으로 전락했다. 전대협 4기 의장 출신으로서 어떻게 보고 있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저희는 20대 시절 강렬하게 세계관이 형성된 집단이다. 80년 5월의 기억과 아픔, 87년 6월의 승리, 김영삼·김대중 정부로 넘어오면서 민주화 하는 과정, 그 모든 과정에서 고스란히 주역이었기 때문에 그 강렬함의 크기가 매우 크다. 그런데 어느 세대나 그런 강렬한 기억에 기초한 에너지로 사회 문제를 풀어나가고, 어느 정도 마무리됐을 때 자연스럽게 퇴장하는 것 아닐까? 굉장히 냉혹한 얘기지만, 다음 세대의 일은 다음 세대가 주역이 될 수밖에 없다. 86세대도 통일 등 남은 과제를 잘 마무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송갑석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세대교체론에는 결국 정치가 현재의 과제를 해결 못하고 있으니 달라져야 한다는 국민의 기대가 담겨있다. 민주당은 무엇을 해야 할까. 

"제가 출마선언문에서 민주당의 과제로 뽑은 것 중 마지막 네 번째가 바로 새로운 비전 제시다.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 최초로, 유일하게 진보 후보가 국가의 미래비전과 가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메가공약마저 없었다. 지뢰밭에 지뢰 뿌리듯 '소확행 공약 많이 뿌려서 많이 걸려라'는 식이었는데, 그 속에서도 사람들에게 탈모만 남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어느 나라든 진보는 실현가능성을 다소 의심받더라도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을 때 집권한다. 차기 지도부가 앞으로 2년 동안 해야 하는, 가장 장기적인 과제가 바로 이것이다. 세상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나. 우리가 알던 세계는 이미 상당히 많이 없어졌다. 기왕이면 우리가 갖고 있는 민주연구원과 함께 대대적으로 세상의 전문가와 인재를 끌어 모아서 민주당의 새로운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새로운 가치를 정립하기 위해 못할 생각이 없고 못할 시도가 없다."

- 같은 당 김병욱 의원은 최근 당 강령에서 '재벌개혁'을 계속 사용할지 말지 토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반대 목소리를 낸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이야기까지 다 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못할 이야기가 없다. 다만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민주당'이라는 기본, 갈수록 불평등이 심화하는 이 시대에 도대체 사회적 안전망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여기에 기업의 혁신과 기술혁신은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가를 전면적으로 재구조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도 어떤 편견을 갖지 말고 이야기해야 한다."

"민주당은 철저히 아웃복싱해야 할 때... 심판은 국민"

- 민주당은 '야당' 역할도 해야 한다. 출마선언문에서는 그 모습을 "강력한 책임 야당"으로 설정했더라.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을 비판하며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 또는 탄핵을 주장하는 이들에게도 공감하는가.

"반대한다. 대정부 관계에서 민주당은 철저하게 아웃복싱을 해야 한다. 국회 권력이 행정부 장관을 탄핵으로 물러나게 하는 것은 굉장히 큰일이다. 쉽게 입에 올려서도 안 되고, 그 일을 진행하려면 국민들의 공감도가 대단히 올라가야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평가가 상당히 낮아져서 저도 깜짝 놀랐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계속 문제 제기하고, 민생을 얘기했지만, 국회의 가장 큰 무기인 인사청문회도 쓰지 못했고, 여전히 국회가 열리지 않아서 개별 상임위에서 다양한 문제를 밝히고 질책하는 것도 못했고, 본회의 대정부 질문으로 총리 등을 추궁하지도 못했다. 장외집회를 한 것도 아니다. 다시 얘기하면 민주당은 별 무기를 쓴 바가 없는데 대통령 국정수행평가가 30%대로 낮아졌다. 

민주당은 선수이고, 심판은 국민이다. 3 대 0 판정승인지, 2 대 1 판정승인지는 심판이 정한다. 혹시 다운당하더라도 계속 싸움을 붙일지 말지도 심판이 정한다. 그 점에서 끈덕지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곧 국회가 개원할 것 같은데 민생이 아닌 탄핵 얘기가 앞선다? 지금 영끌해서 집을 산 젊은 부부들이 얼마나 불안하겠나. 그 불안감을 선도적으로 짚으면서 정부·여당에 해결책이 뭐냐고 질타하고, 우리의 해법은 이것이라고 얘기하는 게 우선이다."

-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란 말에, '친명' 지도부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전당대회다. 동시에 8명의 당대표 후보, 17명의 최고위원 후보 중 비수도권 후보는 각각 1명만 있을 정도로 수도권 일색이다. 지도부 입성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저는 지역적 위치와 정치적 위치가 다른 후보들과 다르다. 민주당은 의석 분포만 봐도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이고 김대중 대통령은 지방자치제 부활을,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을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정부'라는 말까지 썼다. 그런데 당의 지도부를 수도권으로만 구성한다? 균형을 반드시 되찾아 와야 한다. 또 호남민들의 탁월한 정치적 균형감각이 있다. 제가 당선된다면, 그 감각을 앞으로 2년 동안 지도부에 전달하라는 의미 아닐까.

친명, 비명, 반명의 문제는 반대로 생각해보자. 비명·반명 일색의 지도부가 구성된다면 바람직할까? 아니다. 어느 것이든 동종교배가 가장 위험하다. 명실상부한 국민정당을 자부하는 민주당이라면 다양한 의견이 섞이고 소통하며 하나의 의사로 결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 많은 후보들이 자칭 타칭 친명후보라고 하는 만큼, 다양한 시각과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게 할 수 있는 후보로 저를 선택해달라고 얘기하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