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금 어떻게 바뀌나..1주택자 재산세 공시가격에 희비 엇갈려
새 정부 세금 정책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7월 세제 개편안 통과가 예고되면서 주택 보유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文정부에서 세금 폭탄에 시달렸던 다주택자들은 과감한 세금 감면에 희망을 거는 분위기다. 세금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주택자와 1주택 보유자 세금 차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해봤다.
Case 1 다주택자
# 서울에 거주하는 60대 A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수도권 주택 때문이다. 공시가격만 10억원에 달하는 주택이다. 수억원짜리 주택이 자산에 추가됐지만 A씨는 오히려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상속으로 인해 일시적 2주택자가 된 탓이다. 1주택자에서 다주택자로 바뀌면서 단숨에 세금 부담이 커졌다. 대출을 최대한 받아 5년 전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에 입주했던 A씨는 수중에 현금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A씨는 상속을 받아 일시적으로 2주택자가 된 사례다. A씨가 1가구 1주택자라면 종부세 부담은 크지 않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의 공시가격은 13억8200만원이다. 기본공제 11억원에 장기보유 세액공제 50%를 적용받아 종부세는 15만원만 내면 된다. 그런데 A씨가 상속을 받는 경우 종부세는 급격히 올라간다. 文정부가 정해놓은 현행 제도에 따르면 기본공제액이 6억원으로 줄어든다. 대신 과세표준 구간이 11억4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종부세만 2144만원을 내야 한다. 부담해야 할 세금이 순식간에 2000만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 개편안을 적용하면 A씨의 세금 부담은 급격히 줄어든다.
기획재정부는 개편안을 통해 일시적 2주택, 상속 주택, 지방 저가 주택을 종부세 부과 주택 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1가구 1주택자와 동일한 종부세 혜택을 부여한다는 뜻이다. 다만 과세표준에는 합산해 과세한다. 이때 A씨는 기본공제 금액이 다시 14억원으로 늘어난다. 과세표준 구간은 6억6000만원으로 감소한다.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 50%를 적용하면 종부세 부담이 300만원까지 줄어든다. A씨와 같은 상속 사례 외에도 이사로 인한 일시적 2주택자, 지방 저가 주택 매입자 등 다주택자는 과거 정부에 비해 세금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서울을 비롯한 조정지역 내 고가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들도 종부세 부담이 감소할 전망이다.
일례로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강남 대치은마아파트(각각 전용 84㎡) 2채를 보유했을 경우 내야 하는 종부세가 9554만원에 달했다. 이번 정부 개편안으로 내야 할 종부세는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대거 감소한 영향이 크다. 전임 정부는 과세표준에서 재산세에는 60%, 종부세에는 100%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적용했다. 개편 후 각각 45%, 60%로 줄었다. 이 경우 종부세는 3664만원까지 내려간다.
다주택자의 세 부담은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앞다퉈 다주택자 세 부담 완화를 위한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일시적 2주택자가 되거나 상속 주택, 3억원 이하 지방 저가 주택을 추가로 보유하게 된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종합부동산세 과세 때 1가구 1주택자로 인정하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종합부동산세 명칭을 ‘국토균형세’로 바꾸는 개정안을 내세운다. 개정안에는 다주택자 세 부담을 줄이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Case 2 1주택자
# 서울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에 거주하는 B씨는 ‘똘똘한 1채’를 보유한 사례다. 다주택자에 비해서는 내는 세금이 적었지만, 1년에 4000만원 가까운 보유세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정부가 부동산 세금을 대폭 줄이면서 B씨도 한시름을 놨다. 다만 공시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자신의 아파트가 세금 감면 대상이 되는지 고민이다.
공시가격과 상관없이 1주택자 세 부담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줄어든 데다 종부세 공제 금액 기준이 공시가격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라갈 확률이 높아서다. 공시가격 기준이 14억원으로 상향되면 공시가격이 13억8200만원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B씨처럼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경우도 혜택을 본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115㎡의 공시가격은 36억1800만원이다. 과거 공정시장가액비율인 재산세 60%, 종부세 100%를 적용하면 내야 할 보유세는 4139만원에 달한다. 현 정부 개편안대로면 B씨가 부담해야 할 보유세는 절반 수준인 2344만원으로 내려간다. 재산세 45%, 종부세 60%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이 감소하는 덕분이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이 종부세 공제 금액 기준을 현행 11억원에서 14억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해당 방안이 적용되면 보유세는 2037만원에 그친다.
다만 세 부담이 낮은 6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는 오히려 재산세가 전년도보다 올랐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낮아졌지만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서울 개별공시지가는 전년도 대비 11% 가까이 올랐다. 주택 재산세는 공시가격에 따라 연간 상승률이 제한된다.
구체적으로 ▲3억원 이하 5% ▲3억원 초과~6억원 이하 10% ▲6억원 초과 주택은 30%로 연간 상승률이 제한된다. 공시가격이 2021년 6억원 이하였다가 올해 6억원을 넘는 주택은 지난해에 반영되지 않았던 재산세 상승분까지 올해 추가로 반영됐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 분석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풍림아이원 전용 84㎡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5억7000만원에서 올해 6억7600만원으로 올랐다. 이로써 재산세는 지난해 43만3000원에서 올해 56만3000원으로 세 부담 상한선인 30%까지 뛰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세제 정책 제언
▷거래세 낮추고, 다주택자 부담 줄여야
정부가 부동산 세금 제도 변화를 예고하면서 부동산 업계 관심이 뜨겁다.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이전 정부에서 부동산 관련 세금이라면 종류를 막론하고 과도하게 올렸는데, 이를 정상화하고 있다는 취지다. 새 정부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배경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실정이었던 만큼,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의무 사항’이라는 의견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은 “국민은 이전 정부와 반대로 부동산 정책을 펴라고 윤석열정부를 뽑아준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를 통해 세금 부담 완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것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거래세를 더 낮춰 ‘낮은 거래세, 높은 보유세’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를 올려야 집에 대한 투기 수요가 사라지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개편돼, 집값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관련 세금이 지난 5년간 급등한 만큼, 이를 전체적으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두성규 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세금을 전체적으로 조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중과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면서 “양도소득세를 최대 45%까지 물리는 것은 다주택자에게 너무 과한 압박이다. 임대주택 공급자로서의 보상이 오히려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로 나눠진 보유세를 통합해야 한다는 제언도 꾸준히 나온다. 두성규 전 선임연구위원은 “문재인정부 당시 논란이 컸던 종부세 과세를 두고 새 정부에서도 명확한 시그널이 안 나오는 것 같다”면서 “국세인 종부세와 지방세인 재산세를 통합하는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주택 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겨 다주택자에 과도한 부담이 돌아가는 현 세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개인이 보유한 주택 수에 따라 세금을 매겨 다주택자에 부담이 집중되는 체계가 아니라, 보유한 부동산 가액에 비례해 누진세를 적용하는 등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
박지현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최근 ‘새 정부 부동산 세제 정책방향에 대한 제언 학술세미나’에서 “종부세가 주택 수를 기준으로 차등 부담되면서 다주택자 세 부담이 과도한 상황”이라면서 “이런 구조가 인위적인 세대 분리를 유발해 주택 수요를 확대시키고, 세대가 다른 자녀로의 주택 증여를 촉진하고 있다. 임대주택 공급을 축소해 임차인에게 조세 부담을 전가시키는 결과도 초래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주택자가 부담하는 종부세 중과세율을 폐지하고 과세 체계를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부동산 감세로 인한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윤재호 대표는 새 정부의 부동산 세제 완화 기조에 대해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소득, 자산 양극화를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비효율적이고 중복적인 비과세 제도를 정비하고 종부세 역시 폐지나 완화보다 탄력적인 운영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반진욱 기자, 윤은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8호 (2022.07.20~2022.07.26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