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신혼희망타운..금리 급등기에 1.3% 저리 대출받아 매입
#올해 말 결혼을 앞둔 김진오 씨(가명)는 경기도 성남시 한 아파트 구입을 고민하다 결국 방향을 선회해 신혼희망타운을 노려보기로 했다. 김 씨가 지금 당장 집을 구입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금리가 너무 올라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 씨는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면적이 작고 당첨되면 전매 제한과 의무 거주 기간 등의 제약은 물론 시세 차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면서도 “주변 시세보다 싸고 금리가 저렴해 지금과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오히려 낫다고 보고 올해 말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1.75%→2.25%) 올리는 ‘빅스텝’을 강행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주목받는 상품이 있다. 한동안 ‘계륵’ 신세를 면치 못했던 바로 ‘신혼희망타운’이다.
신혼희망타운은 육아와 보육에 중점을 두고 만든 신혼부부 전용 공공주택이다.
신혼희망타운은 결혼한 지 7년 미만인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다. 도시 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70%(맞벌이 80%) 이하, 해당 지역 2년 이상 거주, 청약저축(주택청약종합저축) 24회 이상 납입 등의 요건을 갖추면 청약 가점 만점(9점)을 받을 수 있다. 전반적으로 자녀 수가 많고, 무주택 기간이 길수록 유리한 제도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신혼부부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이후 여러 단점으로 인해 시장에서 외면받기 시작했다. 면적이 비교적 좁고 나중에 팔 때 시세 차익의 최대 절반을 내놓는 ‘수익 공유’ 조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7%로 오르면서 초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신혼희망타운이 재조명되고 있다. 올 하반기 수도권을 중심으로 약 4000가구 신혼희망타운 공급이 예정된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 최대 70% 초저금리로 대출
신혼희망타운은 지난 2018년 문재인정부가 처음 선보인 신혼부부 대상 전용 공공주택이다. 무주택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시세의 60~70% 가격으로 분양하는 주택이다.
일반적인 자격 요건은 혼인 기간이 7년 이내인 신혼부부 혹은 혼인을 계획 중인 예비 신혼부부가 주요 대상이다. 이른바 ‘금수저 청약’을 방지하기 위해 입주자 월소득은 도시 근로자 평균 소득의 130%(맞벌이는 140%) 이내, 자산은 3억7000만원으로 제한된다.
신혼희망타운 장점은 당장의 현금 부담이 적다는 점이다. 공공택지 분양이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 분양 가격의 최대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변 시세와 비교해 가격이 20% 이상 낮아 당첨만 되면 높은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다만 단점도 뚜렷하다. 우선 시세 차익이 발생해도 수익을 정부 등과 공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분양가 3억700만원이 넘는 신혼희망타운은 ‘수익 공유형 모기지’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시세 차익 환수 비율은 대출 기간과 자녀 수에 따라 10~50%로 정해진다. 가령 집값의 70%를 빌려 9년 미만으로 거주하다가 처분한 경우 자녀가 없으면 매각 차익의 50%, 자녀가 하나면 40%를 환수해야 한다.
또 청약에 당첨되면 전매 제한 최대 10년, 의무 거주 기간 5년을 유지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여기에 수요자들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좁은 면적은 신혼희망타운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2018년 도입 후 지금까지 공급된 신혼희망타운은 전용면적 60㎡ 이하로만 공급했다. 자녀를 키우면서 살기에는 면적이 작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된 이유다. 여러 요인으로 지난해 말 사전 청약이 진행된 경기 과천 주암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강남 생활권’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1421가구 모집에 730명만 신청해 미달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신혼희망타운 인기가 줄면서 일부 공급 물량의 경우 중도금을 없애고, 분양가의 10%인 계약금을 1000만~2000만원만 내도록 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그럼에도 신혼희망타운은 신혼부부 입장에서 ‘계륵’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신혼희망타운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신혼희망타운만이 누릴 수 있는 저렴한 금리 때문이다.
분양가 3억700만원이 넘는 신혼희망타운은 집값의 최고 70%까지 연 1.3%의 고정금리로 최장 30년간 빌릴 수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가 현재 약 4.5~7%인 것을 고려하면 이자 부담을 5분의 1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하반기에는 대출 금리가 최대 연 8%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금이 부족하거나 이자가 부담스러운 실수요자라면 신혼희망타운을 ‘내집마련’의 기회로 삼아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한다.
▶올 하반기 4000가구 분양
▷면적 넓히고 이름 바뀔 수도
신혼희망타운의 새로운 매력이 부각되면서 앞으로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에 많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올해 하반기 경기와 울산 등에서 총 4035가구의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할 예정이다. 비교적 입지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 성남시에서만 총 1657가구가 쏟아진다.
구체적으로 평택시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778가구, 고양시 장항지구 371가구, 울산 다운2지구 835가구, 성남시 위례 440가구, 성남시 복정1(A2블록) 258가구, 성남시 복정1(A3블록) 210가구, 부천시 원종 394가구, 성남시 판교 대장 749가구 등이다. 위례나 대장지구의 경우, 워낙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인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신혼희망타운의 단점으로 지적받던 면적 확대가 이뤄질 수 있을지도 관심사 중 하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 개정을 통해 신혼희망타운 면적을 전용 60㎡ 이하로 제한한 규정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신혼희망타운 역시 방 3개를 갖춘 30평대(전용 85㎡ 이하)로 공급할 수 있는 법률적 요건을 마련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신혼희망타운이라는 이름이 다른 명칭으로 바뀌거나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 정부는 8월 중으로 ‘250만가구’ 주택 공급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에서 구상한 큰 틀의 공급 로드맵에 발맞춰 신혼희망타운은 앞으로 공급 계획이 중단되거나 새로운 이름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신혼희망타운이 윤석열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청년원가주택’ ‘역세권 첫 집’과 비슷한 만큼 시장에서는 통합·폐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청년원가주택은 공공택지에 지은 아파트를 건설 원가 수준에 분양하는 대신 차익의 30%는 공공이 환수하는 ‘환매조건부’ 주택이다. 역세권 첫 집은 역세권에 국·공유지나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자가 기부 채납한 땅에 아파트를 지어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이다. 이렇게 새로운 형태의 주택이 등장하면 신혼희망타운만의 강점이 사라지고 결국은 현 정부의 새로운 주택 정책에 흡수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신혼희망타운의 큰 틀은 그대로 유지하되, 이름을 변경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올해 공급 예정인 단지들이 신혼희망타운의 ‘막차’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8호 (2022.07.20~2022.07.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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