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돌 맞은 한국민속박물관 파주 수장고에는 '제일 중요한 유물'이 없다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로 30. 지상 2층, 지하 1층, 연면적 1만202㎡ 규모의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수장고가 개관 1주년을 맞았다.
정확한 명칭은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개방형 수장고 및 정보센터’이다. 단순히 소장품을 수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보’를 제공하면서 체험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건물은 크게 직접 관람이 가능한 ‘열린 수장고’와 유리창 너머로 관람할 수 있는 ‘보이는 수장고’ 그리고 영상 자료를 제공하는 ‘민속 아카이브’로 나뉜다. 대개 박물관의 특정 테마를 가지고 소장품을 전시하는 것과 달리 수장고는 모든 유물이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 “제일 중요한 유물이 뭐예요?”란 질문이 통하지 않으며, 모든 소장품이 같은 ‘1’의 값을 지닌다.
수장고인만큼 소장품 수가 엄청나다. 소장품과 아카이브 자료만 100만(민속 유물 8만6270건과 아카이브 자료 81만4581건) 건에 달한다. 항온, 항습 공간에 재질별로 소장품을 모아 천장 높이까지 전시됐다. 수장고 본래 취지에 따라 ‘보관’을 기본값으로 삼다보니 소장품 설명이 상세하진 않다. 하지만 ‘정보’ 제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장고 안에 키오스크를 설치해 소장품의 그림 혹은 번호를 선택하면 상세한 설명을 보고 들을 수 있다. 대개 수장고가 최대 1000종의 정보를 제공하지만, 파주 수장고는 소장품 전체 정보를 모두 키오스크를 통해 공개한다. 온라인으로도 검색이 가능하다.
소장품은 대체로 기증을 받아 전시된다. 기증된 소장품은 약 21일간 저산소 살충 과정을 거친다. 산소를 빼고 질소를 넣어 해충을 방제한다. 수장고 자체 실험에 따르면 산소가 없이도 살아가는 애벌레도 21일 이상 견디지 못한다. 이후 포장 과정을 거치는데, 이 작업 모습은 투병 유리 너머로 관람이 가능하다.
영상 아카이브는 수장고에서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다. 90만여건의 자료 전부를 기증 받아 전시했다. 한국전쟁 당시 외국인이 촬영한 민간인의 모습과 함께 근현대의 다채로운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수장고 첫돌을 맞아 다양한 홈메이드 비디오 영상을 공개해 생일의 의미를 더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됐다. 어린이체험실에서는 아이들이 소장품의 각기 다른 재질과 보관 방법을 게임을 통해 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일례로 항습이 필요한 소장품의 경우 화면에 뜨는 물방울을 터치해 없애는 식이다.
김윤정 학예연구관은 “지금까지 박물관에서는 큐레이터가 주제에 맞게 선택한 유물을 관람했다면,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개방형수장고와 민속 아카이브에서는 관람객이 개인의 필요나 목적에 따라 자료의 주체적인 이용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테마 전시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다음달 31일까지 기존 소반과 반닫이 전시 장소에 현대 공예 작가 작품을 함께 전시하는 ‘소소하게 반반하게’가 진행된다.
지난해(5월4일~연말) 관람인원은 3만여명, 올해는(7월17일까지)는 2만7여명이 수장고를 방문했다. 수장고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하반기에는 더 많은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수장고 측은 자체 차량 마련 등으로 관람객 유입을 늘리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파주 수장고를 국립민속박물관의 파주 분관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한 개 ‘과(課)’가 총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장도 ‘관장’이 아닌 ‘과장’이 맡고 있다. 파주 열린 수장고를 총괄하는 김종태 과장은 “독립된 기관이 아니다 보니 차량을 마련하려 해도 운전원(운전기사)을 배정할 수 없어 어려움이 있다”면서 “가이드 프로그램을 운용하려해도 인원이 한정돼 서비스 프로그램 제공이 힘들다. 2~3개 과가 할 업무를 한 개 과가 하고 있어 애로사항이 많다”고 전했다.
개관 1주년을 맞아 마련된 열한개 전시, 체험, 장터, 공연이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파주 개방형 수장고에서 열린다. 1주년 당일인 23일은 밤9시까지 야간 개장한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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