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시총]상반기 170조 사라졌다.."하반기도 만만치 않아"(종합)

유현석 2022. 7. 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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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요 위축 직격탄
SK하이닉스·삼성전자 '뚝'
물가상승·소비여력 감소
이마트도 1조4000억 증발
현대차, 글로벌 선방으로 양호
LG·현대중공업 등은 증가
반도체 불투명·우크라 전쟁 등
복합 위기 지속 돌파구 필요

[아시아경제 유현석 기자] 국내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이 반년 사이 170조원이 사라졌다. 경기 침체로 인한 실적에 크게 좌우받거나 미래 먹거리 선점 및 혁신스토리 유무가 주가의 색깔을 바꿨다.

20일 아시아경제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10대 그룹(10위 농협 대신 11위 신세계 포함) 109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지난 15일 기준 1164조894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2월31일 1333조5804억원 대비 12.64% 줄어든 수치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7에서 이달 15일 1164조8947억원으로 12.6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는 168조6857억원이 사라진 셈이다.

10대 그룹 중 시총이 가장 크게 빠진 곳은 SK그룹이었다. 같은 기간 211조2331억원에서 155조3872억원으로 26.44%(55조8459억원) 감소했다. 유통 강자인 신세계그룹은 -23.97%를 기록했고 굴뚝의 상징으로 불리던 포스코는 -20.52%였다. 이어 ▲삼성(-19.84%) ▲한화(-19.13%) ▲GS(-18%) ▲현대자동차(-10.81%) ▲롯데(-9.17%) 등의 순이었다.

10대 그룹주 대다수가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올해 상반기 증시도 약세를 거듭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침체의 위험성이 상당히 반영됐다고 봐야할 것"이라며 "경기 침체가 오면 결국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10대 그룹의 시가총액 변화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경기민감 업종일수록 낙폭은 더 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의미다. 전세계적으로 고물가·고환율·고금리라는 ‘3고’에 코로나19 재확산 등 경기침체 우려가 짙어지면서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매출 감소와 이익 훼손이 우려되면서 기업들의 돌파구 마련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수요 위축 우려 클수록 시총 ↓=10대그룹 시가총액을 분석한 결과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이 예상되는 업종을 보유한 그룹사들의 시총이 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31일부터 지난 15일 기준 10대 그룹 중 가장 많은 감소폭을 보인 SK그룹(-26.44%))의 경우 SK하이닉스에서 24조원이 증발됐다. 삼성그룹의 성적표도 우울했다. 삼성그룹은 729조8449억원에서 585조87억원으로 19.84% 줄었다. 감소폭은 SK그룹에 못미치지만 금액으로 환산하면 140조원에 달한다. 이 중 삼성전자는 526조235억원에서 403조1989억원으로 120조원 넘게 사라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반도체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최근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가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청주공장의 증설을 보류하기로 하는 등 불안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2조원 넘게 쪼그라든 신세계그룹의 경우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타격이 컸다. 이마트가 같은 기간 4조2092억원에서 2조8294억원으로 1조4000억원의 시총이 줄었다. 글로벌 물가상승과 소비여력 감소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그룹의 경우는 포스코홀딩스가 부진했다. 포스코그룹은 이 기간 39조5103억원에서 31조4010억원으로 8조원이 줄었다. 이중 포스코홀딩스는 23조9328억원에서 19조5299억원으로 4조원이 넘게 뒷걸음질쳤다. 포스코홀딩스의 가장 큰 사업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철강 부문의 수요 위축이 우려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시가총액 감소률이 10.81%였다. 이는 전체 10대그룹 감소폭(-12.65%) 대비 양호한 수준이다. 현대차의 경우 50조9674억원에서 44조8589억원으로 6조원정도가 감소했으나 기아가 33조3209억원에서 32조642억원으로 1조3000억원 줄어드는데 그쳤다. 이들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수급 우려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특히 미래차라고 할 수 있는 전기차 분야에서는 시장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4만8000대로 5위를 기록했다.

반면 시가총액이 증가한 그룹사도 있다. LG그룹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상장효과로 지난 15일 기준 시총은 9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25조3379억원에서 25조8869억원으로 2.17% 증가했다. 현대중공업은 8조4512억원에 10조1201억원으로 2조원 가량 증가했다. 또 현대미포조선도 2조7960억원에서 3조1754억원으로 4000억원 가량 늘었다. 이들은 최근 친환경 에너지 수요 증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수혜를 입었다.

◆복합위기에 하반기 전망도 ‘침울’=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 주요 그룹들의 주가를 끌어올릴만한 반등의 신호가 보이지 않는 상태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라는 유래가 없던 복합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어서다.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반도체 업황의 경우 전망이 불투명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하락세에 진입한 글로벌 D램 업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중국 경기둔화 등에 따른 IT 수요 둔화로 한동안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철강은 최근 가격 하락에 추가 수요 위축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11월 t당 89달러에서 올해 4월 159달러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현재 104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자동차도 현재 출고지연이 지속되고 있지만 경기 침체로 인해 언제든 수요 감소로 나타날 수 있는 상태다.

특히 원화 약세로 원자잿값 등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실제 국내 기업들의 투자계획과 고용 축소도 이어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주가가 기업 경영 상황이나 업황을 모두 반영하거나 보여준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분명하며 위기 속에서도 기업들이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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