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핵 공격 당했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은?
삶은 예상치 못한 일들로 가득하다. 개중엔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도 있다. 이 때, 초 단위의 판단과 행동이 삶과 죽음을 결정한다. 잘못된 정보, 빗나간 대처는 사망을 부른다. 가장 먼저 할 일은 119 연락이다. 구조를 요청한 뒤엔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을 활용해 생존율을 높일 방법들이 있다. [살아남기] 시리즈에 주목해주시길. (편집자 주)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일으킨 푸틴은 핵무기를 협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5월 러시아 국영방송은 푸틴이 ‘핵미사일 4발로 미국 동부와 남부를 쓸어버릴 수 있다’고 말한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최근 뉴욕시 재난관리국은 핵 공격 시 대처 방안을 발표했다. ▲최대한 빠르게 실내로 들어간 다음 문과 창문을 닫고 지하실을 찾는다 ▲폭발 당시 실외에 있었다면 가능한 한 빨리 몸을 씻어낸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안전한 시기를 확인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모든 것을 앗아가는 핵폭발 속에서 이런 방법이 먹히기나 하는 걸까?
연구 결과는 없지만 시뮬레이션 결과는 있다. 미국 3대 핵무기 연구소 중 하나인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가 지금까지 실시된 핵실험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도시에 핵무기가 떨어졌을 때를 가정해 시뮬레이션했다. 제대로 된 방법으로 대처한다면 1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대로 된 방법이란 뭘까? 행정안전부 자료와 전문가 코멘트로 정리해봤다.
대피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21세기군사연구소 류성엽 연구위원은 “북한에서 발사된 핵미사일은 5분 후면 서울 상공에 도달한다”며 “경보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3분 정도 대피할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대피 장소는 지하일수록 좋은데 정부 지정 대피소의 대다수는 지하 2층 주차장이나 지하철역 승강장(지하)다. 평소에 대피 장소를 물색해 두는 게 중요하다. 행정안전부의 ‘안전디딤돌’ 앱을 다운받으면 주변 대피소를 확인할 수 있다.
대피할 장소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뛰쳐나가지 않는다. 시간이 부족해 대피소로 가는 도중에 핵폭발을 맞을 수도 있다. 대피소가 멀다면 뉴욕시 재난관리국이 발표한 행동 요령처럼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건물을 고르는 기준은 콘크리트와 유리창이다. 콘크리트벽은 폭발 충격에도 비교적 잘 견디고 유리창은 폭풍과 지진에 의해 무조건 깨지기 때문에 없어야 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면 중앙부로 이동한다.
핵폭발 후에는 낙진을 피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낙진은 폭발 당시 하늘로 솟구친 수분·먼지 등이 방사성 물질들과 함께 지상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검은 비의 형태로 내리기도 하는데 폭발보다 더 큰 피해를 낳는다. 류성엽 연구위원은 “전방위적인 낙진을 완벽히 막는 방법은 없다”며 “실내에 머무는 게 가장 좋은데 창문이 없고 사방이 콘크리트로 막혀있는 지하 대피소라면 비교적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30cm 두께의 콘크리트는 방사성 물질 중 가장 위험한 중성자 방출을 1/5로 감소시킨다.
대피소에서 나오는 시점은 낙진 종료 이후여야 한다. 방사능 농도는 7시간 후 1/10으로, 49시간 후에는 1/100으로 줄어든다. 미국 정부도 ‘별도 지시가 없는 한 폭발 후 24시간 이내에 혼자 움직이지 말라’고 권고한다. 낙진 종료 방송을 듣는 게 가장 좋지만 핵폭발 이후엔 전자기기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류성엽 연구위원은 “이럴 때를 대비해 핸드 크랭크 자가 발전 라디오 정도는 갖춰놓는 게 좋다”며 “핵폭발 상황뿐만 아니라 정전 등이 일어났을 때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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