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나 숙성된 막걸리는 무슨 맛일까? [전통주 주(酒)저리 주(酒)저리]

이대형 2022. 7. 2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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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막걸리 말고 '숙성 막걸리'는 어떠세요

[이대형 기자]

'막걸리'의 한글 표기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판각 유통되었던 춘향전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에 등장한다. 암행어사가 된 이도령이 거지 행세를 하고 남원 관아의 변 사또 생일잔치에 참석해서 술 한잔을 청하는 대목에서 "목걸리 한 사발 나왔구나"라고 나온다. 여기에는 '아'를 '오'로 발음했던 중세 국어의 흔적으로 '목걸리'가 '막걸리'를 뜻하는 것이다.

'막' 걸러낸 술이라는 뜻의 '막걸리'
 
▲ 열녀춘향수절가 '막걸리' 한글 표기가 되었는 춘향전.
ⓒ 국립중앙도서관
막걸리의 어원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것은 없다. 다만 대체적으로 막걸리는 '막 거르다'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이야기를 한다. '막'은 '마구' 혹은 '거칠게'의 뜻이고, '거르다'는 체나 천으로 밭쳐 불순물이나 굵은 알갱이를 분리시키는 것을 뜻한다.

그러기에 막걸리는 '거칠게 걸러낸 술'이라는 뜻을 이름에 담는다. 또, 다른 어원으로 막걸리의 '막'은 부사의 형태로 '지금 바로' 또는 '방금'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결국 '방금 만들어낸 술'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원들이 정확하지 않을지언정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막걸리'는 '방금 만들어낸 술' 이면서 '거칠게 걸러낸 술'이라는 의미를 모두 인식하고 있다.

최근까지 막걸리를 대부분은 말 그대로 '지금 바로 걸러 마시는 술'로 인식이 되어 왔다. 대부분의 막걸리들이 발효 기간이 길지 않고 짧게 만들면서 만들어지자마자 물을 희석하여 알코올 도수를 낮춰 제품화해서 판매를 했다. 과거에는 위생상의 문제로 다른 잡균들의 증식이 일어나 빠르게 신맛이 나기도 했다. 그래서 막걸리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맛이 변하기 전에 유통시켜서 바로 마시는 것이었다. 결국 과거 생막걸리는 발효기간을 짧게 해서 만들고 난 뒤에 빨리 먹는 것이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었다.
  
▲ 막걸리 한잔 막걸리는 생산 후 빠르게 마시는 게 맛있게 먹는 방법.
ⓒ 픽사베이
 
하지만 최근에는 이렇듯 빨리 만들어 마신다는 막걸리의 공식도 깨지고 있다. 프리미엄 형태의 막걸리들 중에는 빨리 만들어 마시는 막걸리도 있지만 상당수의 막걸리는 발효과정을 거친 후에 과거에 없던 숙성의 과정을 거친다.

물론 과거 막걸리도 숙성이라는 단계가 있는 제품도 있었지만 그 기간이 길어봐야 하루, 이틀이었으며 그나마도 물을 넣고 알코올을 낮춘 후에 물과 술이 섞이는 시간을 주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프리미엄 막걸리 중에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3~6개월까지도 저온에서 숙성을 하면서 막걸리의 맛과 향을 향상시키고 있다.

프리미엄 막걸리는 어떠세요?

사실 술에 있어 숙성이라는 개념은 와인이나 증류주와 같은 고도주에서 대부분 사용되었다. 와인은 오크통 보관을 통해 맛과 향을 좋게 만드는 과정이고 이러한 과정 중에 형성된 향은 부케라고 해서 별도로 표현을 한다. 증류주 역시 다양한 보관 용기를 통해 증류 초의 강한 맛이나 특유의 불쾌한 향을 제거하거나 변화시켜서 기호도를 증가시키는 단계를 이야기한다. 막걸리의 경우 빨리 만들어서 빨리 소비하는 술이었기에 숙성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기가 어려웠다.
 
▲ 오크통과 와인 오크통에 숙성 중인 와인.
ⓒ 픽사베이
하지만 프리미엄 막걸리를 시작으로 이제 숙성이라는 개념을 막걸리에 도입을 해도 될 단계가 되었다. 몇몇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막걸리들을 구입해서 냉장고에 넣고 3개월이나 6개월 후에 마시면 더 맛있다고 이야기들을 한다. 그것도 어찌 보면 막걸리 숙성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막걸리의 경우 병입을 하고 나면 유통기한을 설정해야하기에 이렇게 마시는 방법은 개인 소비의 방법이지 공식적인 숙성이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러기에 프리미엄 막걸리 중에서 술을 만들고 저온에서 숙성(보관)하는 기간에 대한 연구를 통해 본인들의 술에 숙성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사실 지금도 저온 숙성을 통해 맛과 향이 향상된 프리미엄 술을 병입해서 유통을 하고 있다. 이미 하고 있는 개념을 조금 더 마케팅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다. 

우리에게 숙성 막걸리라는 개념은 아직 자리 잡혀 있지 않다. 숙성 막걸리라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알 수 없다. 숙성 막걸리에는 과거 막걸리의 신선한 이미지는 없다. 하지만 숙성을 통해 변화된 맛과 향을 설명함으로써 기존에 없던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모든 것이 변한다. 막걸리는 신선하다는 개념도 이제는 변해야 할 수도 있다. 막걸리의 변화 중 하나로 '숙성'이라는 개념을 막걸리에도 도입해 봤으면 한다.
 
▲ 숙성실의 술들 저온창고에서 숙성 중인 전통주들.
ⓒ 이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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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삶과 술>에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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