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표현, 유족 더 상처준다..자살은 자살로 불러야"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가 자살을 예방한다는 근거가 없고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2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자살 대신 다른 완곡한 용어를 사용하는 게 자살을 줄이거나 예방한다는 근거가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미국, 독일 등도 중립적인 용어인 자살을 자살로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완곡한 표현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도 했다. 그는 “(해당 표현은) 사망한 사람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에게도 낙인이 된다”며 “유가족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사랑하는 사람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라고 묻는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유족들에게 또 다른 죄책감을 주고 상처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자살예방협회가 마련한 ‘자살보도 윤리강령’에는 기사 제목에 ‘자살’을 언급하지 말라는 권고가 담겨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대다수 언론은 가급적 자살 보다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왔다.
나 교수는 “(자살) 보도 원칙 중 또 하나 중요한 건, 자살을 마치 힘든 상황에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어떤 하나의 가능성처럼 보도하면 안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는 그 자체에 자살이 마치 힘든 상황에서 선택지의 하나라는 것을 이미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일에서 최근 진행한 의미있는 연구를 소개했다. 같은 내용이지만 ‘자살’을 ‘자유사’라고만 바꿔 표현한 두 개의 신문기사를 읽게 한 후 자살에 대해 질문했다. 나 교수는 “개인의 의지를 중요시하는 느낌의 ‘자유사’ 용어를 접한 사람들이 오히려 자살을 지지하고, 가능한 옵션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였다”며 “그런 면에서 (자유사와 비슷한)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 교수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자살을 예방하는 것도 아니고, 또 자살이라는 명백히 존재하는 공중보건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오히려 고인과 유가족들에게 더 큰 짐을 부여한다면 이 용어를 우리가 왜 사용하는 걸까 한번 생각을 해 봐야 된다. 어찌 보면 문제를 직면하고 싶지 않은, 우리 사회의 방어기제가 아닐까 싶다”고 꼬집었다.
자신도 우울증을 겪었다고 고백한 나 교수는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는 사람들에게 “‘지금 내 마음 어떻지?’라고 꼭 물어봐줘야 한다”며 “스스로의 감정을 알아 차리는데서 모든 정신건강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또한 “본인이 힘든 걸 인정하고 도움을 청하는 건 약한 게 아니라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정신 건강을 신경쓰고 관리 받는 것도 헬스장 다니는 것처럼 자기 관리의 일환”이라며 “주변 친구나 지인이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걸 알게 되면 자기 관리 잘하는 분이라고 좋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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