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K-방폐장 만든다..R&D에 1.4조 투자

세종=이준형 2022. 7. 2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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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방폐물 R&D 로드맵' 공개..K-방폐장 개발 '속도'
핵심기술 개발에 9000억 투입..인프라 구축은 5000억 투자
2050년대까지 주요 소재 국산화..지하연구시설도 구축 계획
박일준 차관 "방폐물 안전하게 관리할 것..과학계가 나서달라"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수소경제 투자 활성화를 위한 산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정부가 한국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만들기 위해 1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국내 지하 암반 특성 등을 고려해 2040년대까지 한국 고유의 방폐물 처분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처분용기 등 방폐장 주요 소재는 2050년대까지 국산화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연구개발(R&D) 로드맵’을 20일 공개했다. 이번 로드맵 발표는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른 후속조치다. 정부 관계자는 “R&D 로드맵은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최초의 기술 확보 청사진”이라며 “로드맵에 제시된 일정에 따라 차질 없이 필요한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연구개발(R&D) 투자 전망. [사진제공 = 산업통상자원부]

2060년까지 1.4조 투입…운반·저장 기술 국산화

정부는 로드맵에 따라 내년부터 2060년까지 방폐장 기술 개발에 약 1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운반, 저장, 처분 기술 R&D에 9002억원을 투입한다.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등 인프라 구축에는 4936억원을 투자한다. 산업부는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정부 투자와 별도로 운반·저장용기 및 부지조사 기술 등에 약 50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이같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2040년대까지 한국형 방폐물 처분 시스템을 개발한다. 국내 방폐물과 지하 암반 특성에 따라 한국 고유의 처분 기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처분용기 내 핵종거동 평가, 처분 시스템 개념 설계 등 처분 분야 핵심기술은 2029년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이후 지하연구시설에서 용기, 처분터널 등 방벽 안정성 실증도 진행한다.

처분 기술 국산화도 추진한다. 정부는 방폐물 처분용기와 완충재·밀봉재 등 주요 소재는 2050년대까지 국산화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국내에서만 약 1.7만개의 처분용기와 500만㎡ 규모의 완충재·밀봉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처분 기술의 단계적 개발을 거쳐 2050년대까지 방폐장 구축에 필요한 46개 요소기술과 140개 세부기술을 모두 확보할 계획이다.

방폐물 운반·저장 기술도 국산화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부는 방폐장 중간저장시설 인허가 확보 시점으로 예상되는 2030년대 후반까지 방폐물 운반·저장 관련 30개 요소기술과 108개 세부기술을 모두 확보할 방침이다. 이 중 운반·저장 시스템 설계, 사용후핵연료 건전성 평가 등 기술 활용도와 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핵심기술은 우선적으로 국산화하기로 했다. 저연소도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술은 현재 국내 기술 수준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2026년까지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원전 내 건식저장에 활용한다. 단 필요시 취약 분야는 미국, 프랑스 등 해외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2029년까지 부지선정 기술 확보…지하연구시설도 구축

방폐장 부지 선정을 위한 기술은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보한다. 정부는 방폐장 부적합지역을 배제하기 위해 내년까지 부지선정 방법론은 물론 부지조사·적합성 평가 절차 등을 개발하기로 했다. 지표·시추조사, 물리탐사 등 부지평가는 현재까지 확보한 기술을 활용한다. 부지특성 예비모델 구축, 지질환경변화 모델링 등 심층조사 기술은 2029년까지 개발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한국형 방폐장의 안정성 실증을 위해 지하연구시설도 구축한다. 정부는 3~4년 내로 방폐장 부지 선정과 별도로 지하연구시설 확보 절차에 돌입한다. 지하연구시설은 방폐물 핵심기술 개발, 처분시설 건설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 고유의 부지특성 조사와 심층처분 기술 실증을 위해 처분시설과 별도로 지하연구시설이 필요하다”면서 “해외 시설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한국과 암종, 지질, 지하수 등 환경적 특성이 일치하는 시설은 전무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부는 이날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박일준 2차관 주재로 로드맵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산업부는 후속 토론회, 해외 전문기관 자문 등 추가적인 의견 수렴을 거쳐 올 하반기 로드맵을 확정한다. 또 산업부는 핀란드, 프랑스 등 방폐장 기술 선도국은 물론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구와 적극 협력해 로드맵을 보완할 방침이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과학적 합리성에 기반한 안전 관리 기술을 확보해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할 계획”이라며 “국민과 지역사회 모두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과학계가 로드맵에 기반해 책임 있게 기술 확보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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