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살해 후 자살 미수 사건일 뿐"..두 아들 살해 엄마, 징역 20년 선고

법원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독립된 인격체"
"부모라고해서 자녀의 생사 여탈권 가진 것 아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생활고에 시달리다 초등학생 아들 두 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40대 여성이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김동현)는 20일 오후 2시10분 살인 혐의를 받는 김모씨의 1심 선고공판을 열고 이 같이 선고했다. 이와 함께 아동관련기간 취업 제한 10년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자신이 낳아서 열심히 키워온 자식들을 피고인의 손으로 살해하고 피고인마저 자살을 시도하여 한 점을 보면, 불안감, 절망감이 정말 상당했을 것이라는 건 충분히 짐작이 된다"면서 "자유의 몸이 되더라도 평생 내 자식들을 내 손으로 죽이고 나만 살아남았다는 그 죄책감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어떤 형벌보다 피고인에게 무겁고 고통스러운 형벌이 되리라는 것은 재판부도 충분히 공감이 된다"고 김씨에게 유리한 참작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인간이라는 것은 태어나면서 그 순간 이미 독립된 인격체로, 그 부모조차도 아이에 대해 어떤 생사여탈권을 가진 것이 아니고 오롯이 성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보호하고 양육할 책임만 있는 것"이라며 "이 사건은 아이들에게 어떠한 상의나 어린 나이기도 하지만 상의나 설명도 없이 일방적인 피고인의 결정으로 이뤄진 '자녀 살해 후 자살 미수' 사건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피고인의 남편과 시댁에서도 선처를 탄원하고 있지만, 피고인이 자녀들에 대해서 그 자녀들의 생명에 대해서 어떠한 결정권이 없는 것처럼 남편이나 시댁도 이 자녀들에 대해서 어떤 결정권은 없다"면서 "태어난 순간 그 자체로 독립된 귀중한 생명이었던 아이들이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영문도 모른 채, 그것도 믿었던 엄마 손에 의해서 소중한 생명을 빼앗긴 부분에 대해서 피고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앞서 지난달 5일 서울 금천구의 다세대주택에서 초등학생 아들 2명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범행 이후 세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경찰에 자수했다.

검찰에 따르면 남편과 별거한 뒤 두 아들을 홀로 키워오던 김씨는 남편이 보내는 월급으로 생활을 해오다가 남편이 직장에서 해고되자, 자신이 살고 있는 주거지가 압류될 것이란 생각에 불안감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에서 김씨는 자신과 아이들이 사망하면 남편과 시댁이 고통스러워할 것이란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한다면서도 남편에 대한 복수심 때문에 범행을 마음먹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 1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