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사라 김' 침대엔 장검이.."놓칠뻔 했다"던 체포 그날
동남아 일대에서 도피생활을 하며 국내로 마약을 밀반입해 온 ‘사라 김’ 김모(47)씨가 지난 17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붙잡혔다. ‘동남아 3대 마약왕’이라 불린 그는 다른 두 명에게 마약을 공급하기도 한 우두머리 격이다. 3년간 그를 추적해 온 경찰은 “검거 당일 이사를 가서 놓칠 뻔 했다”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전재형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과 계장은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경찰은 ‘동남아 3대 마약왕’ 중 다른 2명을 체포한 후 마지막으로 정점에 있는 김씨 검거에 주력했다”며 “첩보를 가지고 베트남에 갔는데 (주거지) 확인이 안돼 놓칠 뻔 했던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전 계장은 “도피 사범들은 언제 잡힐지 모른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주거지를 옮긴다”며 “베트남 공안들이 다시 추적해서 있는 곳을 알아냈다”고 했다.
사라 김은 주로 베트남 내 인도네시아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지내며 경찰 수사망을 피해왔다. 전 계장은 “자신이 한국 사람이 아닌 것처럼 위장해서 검거를 회피하려고 했던 것 같다”며 “검거 당시에도 머리를 아주 노란 색으로 물들였고, (피부도) 굉장히 타서 검은색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검거 당일 베트남 호치민 중심가에 있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로 이사했다. 검거 당시 영상을 보면 짐이 정리되지 않은 채 널부러져 있다. 전 계장이 김씨 침대 옆에서 장검을 찾아내는 장면도 나온다. 전 계장은 “도피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불안해서 호신용 겸 위협용으로 갖고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막상 수사관들이 들이닥치자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잡혔다고 한다. 영상에서도 김씨는 거실 소파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현장에서는 김씨 외에도 보이스피싱으로 수배 중이던 범죄자도 잡혔다. 전 계장은 “일타쌍피로 잡았다”고 했다. 경찰은 향후 수사를 통해 두 사람 사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밝힐 예정이다.
김씨는 ‘텔레그램 마약왕’ 박모(44)씨, ‘탈북 마약왕’ 최모(35ㆍ여)씨 등과 함께 ‘동남아 3대 한국인 마약왕’으로 불려왔다. 닉네임 ‘전세계’로 활동한 박씨는 필리핀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을 총으로 살해한 혐의 등으로 검거돼 최근 장기 6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지에서 복역 중이다. 박씨가 판매한 마약은 국내 총책인 닉네임 '바티칸 킹덤'을 거쳐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34)씨와 배우 박유천(36)씨에게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출신 최씨는 캄보디아에서 검거돼 올해 4월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김씨와 관련해 국내 판매책으로 특정된 공범만 20여명, 확인된 유통 마약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시가 70억 원어치에 이른다. 1회 복용 분량이 10만원이라고 본다면 최소 7만명에게 마약을 유통했다는 얘기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수사가 진행되면 정확한 유통 규모가 밝혀지게 될 것”이라면서 “실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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