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사상 검증'.. 이 사람 취임 1주 전만 해도 제주지검, 사과
[김종훈 기자]
▲ 지난 4월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 74회 4·3희생자 추념식에 윤석열 당시 당선인이 참석했다. |
ⓒ 인수위사진취재단 |
제주지검(지검장 이근수)이 지난 12일 제주4·3 희생자에 대한 특별재심 심문기일에서 68명(군사재판 67명, 일반재판 1명)의 희생자 중 4명에 대해 "결격사유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다(관련 기사 : 검찰의 때아닌 4.3희생자 '사상 검증', 반발하는 제주).
제주지검은 4인에 대해 "무장대 등 단체 활동 경력이 있거나, 활동이 의심 가는 상황"이라면서 "특별재심 개시 여부를 세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제주지검이 문제 삼은 4인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지만원씨 등 극우인사와 보수매체에 의해 제주4·3공원 내 '불량 위패'의 주인공으로 낙인찍힌 인사들로 알려졌다. 이들 4인은 모두 4·3위원회 심사를 거쳐 제주4·3희생자로 인정받은 인원이다.
앞서 이근수 제주지검장이 취임하기 6일 전인 지난 6월 21일 열린 수형인 14명(일반재판 14명)에 대한 특별재심에서 제주지검은 "지난 70여 년간 계속된 4·3희생자와 유족들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전원 무죄를 선고해 달라"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14명 전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 6월 27일 이근수 검사가 제주지검장으로 취임한 뒤 제주지검은 또 다른 특별재판에서 "희생자 결정 과정에서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기준을 따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딴죽을 걸었다.
제주지검이 강조한 헌재 제시 기준이란, 예비역 장성 단체인 성우회 등이 제기한 4·3특별법의 위헌심판 청구를 헌재가 2001년 9월 각하 결정하면서 이례적으로 희생자 명예 회복 제외 대상자를 예시한 것으로 ▲수괴급 무장경력 지휘관 및 중간 간부 ▲남로당 제주도당 핵심 간부 ▲주도적·적극적으로 살인·방화에 가담한 자를 뜻한다. 현재까지 인정된 제주4·3 희생자는 1만 3000명이 넘는다.
▲ 이근수 제71대 제주지검장이 2022년 6월 27일 제주지검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이근수 제주지검장은 1971년생으로 1996년 제38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28기 수료 후 공군법무관으로 복무했다.
서울지검 서부지청(2002)과 대구지검 포항지청(2004), 부산지검(2006)에서 평검사로 일했다. 2009년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을 거쳐 2011년 2월 서울중앙지검 검사, 같은 해 9월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로 승진했다.
이명박 정권 당시인 2011년 10월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재직한 뒤 2013년 2월 서울고등검찰청을 거쳐 두 달 뒤인 4월에 광주지검 공안부장으로 발령났다. 이후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장(2014),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2015),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2016), 수원지검 인권·첨단범죄전담부 부장(2017) 등을 맡았다.
2018년 4월 방위사업청 방위사업감독관에 외부 파견된 뒤 서울중앙지검 제2차장(2020.2), 수원지검 안양지청장(2020.9), 대검 공판송무부장(2021.6)을 거쳐 지난 6월 27일 제71대 제주지검 검사장으로 임명됐다.
이 일로 이 지검장 전임인 박종근 제70대 제주지검장(현 부산지검장)은 발령 한 달 만에 자리를 옮기는 상황을 맞게 됐다. 박 지검장의 전임인 제69대 제주지검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지난 5월 말 대검 차장검사로 임명된 이원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다.
[특이사항] 취임식 때 '제주4·3' 강조... 보름 뒤 경력 문제 삼으며 '선별재심'
이근수 지검장은 지난달 27일 취임식 자리에서 "제주는 관광, 즐거움, 치유의 섬으로 알려져 있지만, 4·3이라는 안타까운 과거가 있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면서 "제주도민이 검찰에 갖는 기대와 우려가 남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 후 보름 만인 지난 12일 제주지검은 제주4·3 특별재심 심문기일에서 특별재심 청구자 4인에 대한 경력을 문제 삼으며 '일괄재심' 대신 '선별재심'의 뜻을 밝혔다. 이는 이미 4·3특별법에 따라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들에 대해 "희생자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며 "다시 따져야 한다"라고 주장해온 극우단체의 논리와 궤를 같이 하는 처사다.
지난 15일 제주4·3평화재단이 '검찰의 4·3 인식을 우려한다'라는 제목으로 "4·3특별법에 근거해 구성된 4·3위원회가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쳐 검증한 끝에 희생자로 인정한 분들에 대해 '무장대' 운운하며 마치 '사상검증'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비판 성명을 낸 이유다.
앞서 2021년 11월 문재인 정권 당시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제주4·3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2530명에 대해 4.3 위원회의 의견을 수용해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면서 대검에 '일괄재심'을 지시했다. 하지만 이 지검장이 제주지검 수장으로 임명된 뒤 일괄재심 대신 선별재심 카드를 꺼내들었다.
▲ 지난 2017년 11월 29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 |
ⓒ 이희훈 |
하지만 2018년 우 전 수석의 항소심이 진행되던 중 이 지검장은 방사청 방위사업감독관으로 2년 가까이 외부 파견근무를 했다. 이후 검찰로 돌아온 이 지검장은 검찰 요직 중 요직으로 평가받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 임명됐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통령실, 공사계약 비공개...사저 정보·수의계약 공개 문 정부와 대조
- '권성동 청탁' 우 사장 회사 주주, 강릉시 고문변호사...이해충돌
- '자국민 보호' 운운, 윤석열 정부의 두 얼굴
- 수요일이면 교사·학생 오던 곳에 욕설만 가득, 이렇게 된 진짜 이유
- [단독] 박순애 아들 학생부에 수상한 문구 "알아서 써오면 다 반영"
- "공공기관 28℃인데 윤 대통령 21℃에서 회의" 검증해보니
- 유례 없는 영화제... 용돈 모아 영화 만든 10대 감독들
- "문고리 육상시까지... 대통령 권력사유화, 반드시 대가 치른다"
- 신규확진 7만6402명, 이틀연속 7만명대...해외유입 역대 최다
- '우영우' 재밌게 보시는 분들에게 이 책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