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폰2번호시대③]원래 심카드는 셋톱박스용..심카드의 역사
심카드 사이즈 소형화
처음엔 셋톱박스 실리다
2G폰 때부터 휴대폰 탑재
e심으로 무형 심카드로 진화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휴대폰 사용자들의 ‘모바일용 신분증’인 ‘심카드(sim-card)’는 20여년 간 휴대폰의 발전과 함께 외관상의 변화를 거듭해왔다. 초창기 등장했을 때는 셋톱박스 사용자를 식별하기 위해 만들어져 신용카드 형태였지만 휴대폰에 사용되기 시작하며 크기가 줄었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며 휴대폰 내부 공간에 각종 부품들이 들어차며 심카드는 계속 몸집을 줄였다. 결국 e심(eSIM·내장형 가입자식별모듈)의 탄생으로 물리적 형태가 없는 무형의 심카드까지 진화를 거듭했다.
유료방송 가입자 식별 위해 탄생
심카드는 ‘가입자 식별 모듈 장치’로 회선 가입자들의 식별 정보를 담고 있다. 개인 정보를 담고 있으며 작지만 전화번호부 정도는 저장할 수 있도록 저장공간도 제공한다. 심카드 하면 스마트폰을 먼저 떠올리지만, 초창기 풀사이즈 심카드는 셋톱박스에 탑재될 목적으로 개발됐다. 풀사이즈 심카드는 일반 신용카드와 비슷한 크기다. 1990년대 개발된 외국 초창기 GSM 휴대폰부터 IPTV 셋톱박스와 위성박스 셋톱박스, 케이블TV 셋톱박스 등에 주로 쓰였다.
처음 신용카드 크기였던 심카드는 매해 사이즈가 작아졌다. 더 많은 기능이 필요해진 스마트폰에서 내부 공간 활용에 대한 고민이 늘어남에 따라 심카드 외관도 소형화됐다. 초기 풀사이즈 심카드→미니심→마이크로심→나노심으로 크기는 작아지고 두께도 얇아졌다. e심 직전 마지막 단계의 물리적 심카드인 나노 심은 두께가 0.67mm인 반면 이전 세대의 미니 심은 0.76mm에 달한다. 높이도 12.3mm로 이전(25mm)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국내서는 3G폰부터 심카드 사용
스마트폰에 심카드가 실린 것은 2G폰 때부터다. 해외의 경우 GSM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에 2G폰부터 심카드를 사용했다. 국내서는 2G 이동통신 기술로 CDMA(코드다중분할) 방식의 통신 서비스를 도입해 심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CDMA 방식은 단말기 자체의 가입자 식별코드를 이동통신사가 등록해 사용했다. 때문에 해외의 경우 휴대폰 기기를 변경할 때 심카드만 교체하면 됐지만 국내서는 단말기 교체시에도 이동통신사에 들러 새 단말기를 등록해야 했다. 이같은 차이로 유럽 등 GSM 방식을 도입한 국가에서는 이동통신사와 별도로 휴대폰 유통 시장(현 자급제)이 형성됐고 국내서는 이동통신사들이 직접 휴대폰을 유통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3G 시대가 개막하며 국내서도 심카드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 미니심 형태로 초기 심카드의 보급과 함께 스마트폰 시대도 활짝 열렸다. 2007년 애플 아이폰을 시작으로 구글이 만든 ‘넥서스 원’, 삼성전자의 ‘갤럭시S’, LG전자 ‘옵티머스 Z’ 등 이후 스마트폰에는 모두 미니심 형태의 심카드가 사용됐다.
작아지고 더 작아지다 결국 사라지다
마이크로심은 주로 후기 3G 스마트폰과 4G(LTE) 스마트폰에 쓰였다. 스마트폰 내부 구조가 더 복잡해지며 심카드 크기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새로운 규격이다. 2010년 애플의 ‘아이폰4’부터 구글의 ‘넥서스4’, 삼성 갤럭시 노트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LG전자의 옵티머스 시리즈인 ‘옵티머스 뷰’ 등에도 쓰였다. 나노심은 VoLTE 상용 후 스마트폰들에 주로 쓰였다. 2012~2016년 경 만들어진 스마트폰들로 크기가 더 작아졌다. 오는 9월 1일부터 도입되는 e심은 2017년 이후 생산된 애플의 ‘아이폰 XS’를 비롯해 삼성 갤럭시워치, 구글 픽셀 3 시리즈와 샤오미 스마트폰 등의 단말에 탑재됐다. 삼성전자 역시 해외향 단말 일부에 e심을 제공해왔다.
한 때는 사이즈 변경을 위해 물리 심을 잘라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 크기가 맞지 않으면 채우거나 잘라내 쓰는 식이다. 반대로 작은 것을 크게 하려면 ‘심 카드 어댑터’를 쓰면 된다. 어댑터에 끼워 넣는 것만으로 사이즈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나노 사이즈를 마이크로나 일반 유심 사이즈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이베이 등 해외 사이트나 쿠팡, G마켓 등 오픈마켓, 다이소 등에서도 유심카드 어댑터를 판매한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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