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칩4 동맹' 가입 하되 우리가 주도권 잡아야"

문채석 2022. 7. 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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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주요 반도체 기업을 보유한 한국·대만 등과 손을 잡는 '칩4 동맹' 가입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오히려 협상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양향자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0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칩4 동맹 가입을 하되 우리가 주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일단 '칩4 동맹'에 가입하되 중국을 잘 설득하고, 가입 후 우리가 협상 주도권을 끌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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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사이서 딜레마 우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1, 2위 차지하는 점 이용해야"
양향자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미국이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주요 반도체 기업을 보유한 한국·대만 등과 손을 잡는 '칩4 동맹' 가입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오히려 협상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양향자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0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칩4 동맹 가입을 하되 우리가 주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한국에 다음 달 말까지 미국, 한국, 대만, 일본과 기술 동맹을 맺는 '칩4 동맹'에 가입해달라고 요청했다. 마침 미국 정치권은 한국 삼성전자, 대만 TSMC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면 520억달러(약 65조원) 규모의 지원금 및 인센티브 일부를 제공할 계획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육성법안을 통해 미국 지원을 받는 반도체 기업이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하는 것을 차단하는 안도 함께 논의 중이다. 우리 기업이 미국에 장비 등을 크게 의존하고(공급 측면), 중국에 많은 양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전적으로 수요 의존도가 높은 만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양 위원장은 "일단 '칩4 동맹'에 가입하되 중국을 잘 설득하고, 가입 후 우리가 협상 주도권을 끌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한국의 파운드리,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의 편입을 원하는 입장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메모리·비메모리를 아우르는 공급망을 자국에 형성해 세계 경제 패권을 중국에 내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양 위원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1, 2위를 휩쓰는 점을 이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두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미국, 중국 모두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그는 "특위의 전반적인 입장은 미국이 ‘기술 동맹’에 들어오라고 하는 메시지를 무시할 순 없다는 것"이라며 "무조건 가입만 하는 게 아니라 미국·중국 모두에 한국은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되도록 협상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또 "우리가 메모리 반도체에 있어선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 부분을 활용해서 동맹의 모습을 (양국 생각과) 다르게 끌고 가고, 역제안을 걸 수도 있는 것"이라며 "'딜'을 제대로 하려면 우리의 현 기술 수준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 내 플랫폼 팽창 속도가 너무 빠르고 엔비디아, 퀄컴 등 팹리스(설계) 기업 위주로 반도체 공급망이 형성돼 있는 점 때문에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가치가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미국이 먼저 ‘무언가’를 요구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칩4 동맹 제안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TSMC만으로는 반도체 수급에서 불안 요소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메모리·파운드리 '공급망 동맹'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입장에서 자국기업 인텔과 TSMC 외에 세계에 파운드리 사업을 할 역량이 되는 유일한 기업인 삼성전자가 자국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입장에서도 파운드리 모멘텀을 강화하기 위해 칩4 동맹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게 양 위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최근 2년간 나스닥 시가총액 추이를 언급하며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의 시가총액이 348조원에서 518조원으로 48.9% 늘 동안 삼성전자는 339조원에서 377조원으로 11.2% 느는 데 그쳤다"고 부연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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