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 가시거든 거북바위 설화를 듣고 가세요
[이완우 기자]
7월 하순은 대서(大暑)로 수박과 참외가 한창 익어간다. 좋은 날씨가 여러 날 계속되면 과일은 향기와 맛이 더 좋아진다.
섬진강 상류 임실군 운암면의 옥정호 붕어섬은 호남정맥 산맥과 섬진강이 씨줄 날줄로 엮어 연출하는 자연의 풍경화다. 옥정호 호숫가 요산 공원에서 붕어섬으로 420m 길이의 출렁다리 공사가 마무리 단계다. 8월에는 옥정호 붕어섬을 걸어서 탐방하며 새롭게 펼치어질 풍경을 기대해 본다.
섬진강 상류인 옥정호의 붕어섬으로는 동북쪽의 섬진강 본류와 북쪽의 옥년동천(玉女洞川)이 유유히 다가온다. 옥정호 붕어섬은 두 갈래 물줄기가 만나는 두물머리이기도 하다. 옥정호 붕어섬과 국사봉 전망대는 섬진강 옥정호 관광의 명소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곳에서 동북쪽으로 가까운 신덕면에 의미 있는 관광 자원이 있다.
▲ 임실 신덕 상사봉 |
ⓒ 이완우 |
먼 옛날에 이 지역에 호수가 출렁이고 큰 거북이 한 마리가 평화롭게 헤엄치고 있었다. 그런데 상사봉에 불귀신(火神)이 나타나 뜨거운 열기를 뿜어대며 심술을 부리기 시작했다. 호수가 마르기 시작하고 드디어 호수는 바닥을 드러냈다. 거북이는 살 수가 없어 마지막 물기를 찾아 호수 바닥의 흙을 파고 들어가서 바위로 변해 버렸다.
수많은 세월이 흐르고 사람들이 이 지역에 살게 되었다. 그런데 불귀신의 세력은 여전하였다. 화재가 자주 발생하여 논밭의 농작물이 불타버리기 일쑤였고 마을까지 불길을 날려 초가집들이 화염에 휩싸였다.
▲ 임실 신덕 거북 바위 |
ⓒ 이완우 |
마을 사람들은 상사봉이 보이지 않게 마을 앞과 냇가에 느티나무를 많이 심었다. 그리고 마을 이름도 물과 얼음의 의미를 넣어 빙채(氷債), 수촌(水村)이라 했다. 조선 시대 고지도에 마을 이름 빙채(氷債)가 표기되어 있다. 이렇게 비보 풍수까지 활용하니 이후 마을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이 마을의 한 가문에 갓 시집온 새댁이 있었다. 이 새댁은 가문의 번영을 기원하며 마을의 수호신인 거북 바위에 빌고 빌었다. 어느 날 꿈에 거북 바위 신령이 나타났다. 사람을 살리는 것으로 나를 만들어 놓고 정성을 다하라.
새댁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 무얼까 궁리하다가 쌀을 생각했고 볏짚으로 거북을 만들었다. 새댁은 볏짚 거북을 집안에 모셔두고 매일 정성껏 기원하였다. 새댁의 가문은 점차 번영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이곳 궁벽한 임실 신덕면 마을에 손님이 찾아와 머무르다 떠날 때면 꼭 볏짚 거북을 선물하며 건강과 번영을 기원하는 풍습이 생겼다.
볏짚이 생활필수품을 만드는 역할을 하지 않는 오늘날에 이 풍습이 사라졌다. 그러나 이 지역의 축제나 행사에는 주민들이 볏짚 거북을 만들어 참여한다. 신덕면의 물품 창고에 행사에 사용되는 길이 1m 넘는 볏짚 거북이 보관되어 있다.
섬진강 상류의 임실군은 진안고원에 속한다.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현재의 진안고원 지역에는 길이 32km 폭 18km의 마름모꼴 호수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 호수 바닥에 퇴적된 역암이 지반의 융기와 침식으로 현재의 마이산을 형성하였다.
신덕면 상사봉을 중심으로 전승되는 거북 바위 설화는 중생대부터 신생대까지 이어지는 이 지역의 지질시대 역사를 설화로 구성한 듯 이해되어 흥미롭다.
▲ 임실 신덕 노적봉 |
ⓒ 이완우 |
▲ 임실 신덕 화산쇄설암 노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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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실 신덕 볏짚 거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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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상류의 관광 명소인 옥정호 붕어섬을 관광하면서 가까운 거리에 신덕면 상사봉, 화산쇄설암 노두, 거북 바위를 찾아보고, 거북 설화와 볏짚 거북의 민속을 기억하는 의미 있는 관광 여정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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