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28도인데 윤 대통령 21도에서 회의" 검증해보니 [오마이팩트]

[팩트체크] 14일 회의 때 에어컨 표시 21도는 '현재 온도'.. "해당 건물은 유관기관, 26도 유지"

[김시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 오른쪽 에어컨 상단에 '21도'로 표시돼 있다(빨간색 원). 2022.7.1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검증대상] "윤 대통령, 공공기관 적정온도 28℃보다 낮은 21℃에서 회의" 

윤석열 대통령이 공공기관 여름철 냉방시 적정 실내온도(28℃)보다 낮은 21℃에서 회의를 진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오전 10시쯤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 있는 신용회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다. 그런데 당시 회의 장면 사진 속 에어컨에는 '21(℃)'이라는 숫자가 표시돼 있었다. 이를 두고 한쪽에서는 '공무원들이 일하는 사무실의 에어컨은 28℃에 맞추라고 해놓고 대통령만 더 시원한 21℃에서 회의했다'는 취지의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이 숫자가 '현재 온도'가 아니라 '설정 온도'라는 주장도 나왔다. 

윤 대통령이 실내온도 21℃ 회의실에서 회의를 진행한 게 사실인지 따져봤다.

[검증내용] 에어컨 표시된 '21'은 '현재 온도'... 전날 산업부는 '솔선수범' 강조

문제가 된 사진은 대통령실 통신사진기자단에서 촬영한 것으로, 당시 다수 언론 보도를 통해 확산됐다. 해당 사진에선 윤 대통령 오른쪽 뒤편에 있는 에어컨 상단 패널에 '21'이라는 숫자가 선명했지만, '인사이트' 외에 이를 문제 삼는 언론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15~17일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공무원 에어컨은 28℃에 맞추라고 해놓고 자신은 다음날 21℃에서 회의했다"라면서, 윤 대통령의 언행불일치를 비판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실제 바로 전날(1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200여 개 공공기관 대상 여름철 전력수요관리 추진상황 점검 회의에서 "때 이른 무더위로 전력수요가 역대 최대수요를 경신하는 등 전력수급 상황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면서 "공공기관의 선도적인 절전 조치를 통한 솔선수범이 중요해졌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산업부는 이날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른 의무 이행사항인 적정 실내온도 28℃ 준수를 강조했다.

더군다나 14일 회의 당시 윤 대통령을 비롯한 장·차관급 참석자들 대부분 양복 상의에 넥타이까지 메고 있었다. 참고로, 역대 대통령은 여름철 전력난 때마다 솔선수범을 한다면서 청와대 회의 때 실내 온도를 높이는 대신 상의 탈의와 노타이로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회의실 빌려준 신복위 "의무 대상 아니지만 정부 권고 준수"
 

▲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7.1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19일 오전,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당시 윤 대통령이 방문했던 프레스센터 6층 중앙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았다. 애초 언론은 이 센터에서 회의가 진행됐다고 보도했지만, 실제 회의가 열린 곳은 같은 건물에 있는 신용회복위원회(아래 신복위) 대회의실이었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는 공공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운영하지만, 중앙센터는 법정기구인 신복위에서 위탁 관리하고 있었다. 신복위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서민금융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 금융위원장이 위원장을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면하지만 공공기관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따라서 여름철 실내온도 의무 규정도 적용 받지 않는다.

다만, 신복위 관계자는 19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공공기관이 아닌 (금융위) 유관기관이어서 (실내온도 규정) 대상은 아니지만 정부 지침을 지키고 있다"면서 "다만 대부분 대민 업무를 하는 곳이라 규정보다는 낮은 26℃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산업부 고시인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 제14조(적정실내온도 준수 등) 1항은 "공공기관은 난방설비 가동 시 평균 18℃ 이하, 냉방설비 가동 시 평균 28℃ 이상으로 실내온도를 유지하여야 한다"면서도 "학교, 도서관, 교정시설, 교육시설, 콜센터, 민원실 등 일정 공간에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은 탄력적으로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실제 19일 민원인이 많이 찾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에어컨에 표시된 온도는 '23℃'로 규정보다 5℃ 정도 낮았다.

아울러 '중앙집중식 냉난방 방식 중 설비의 노후화 등으로 냉·난방의 불균일이 발생하는 시설'도 예외를 인정하는데, 프레스센터 건물 역시 중앙 냉방이다.

이 관계자는 "건물 중앙 냉방이 약하고 창가 쪽만 나와서 사람이 몰리는 대회의실과 대민 업무를 하는 센터에는 개별적으로 에어컨을 설치해 대통령 오기 전에도 실내온도를 26℃ 정도로 낮췄다"고 말했다.

그는 "14일 당시 오전 10시 회의 전에 온도를 갑자기 낮추려고 설정 온도를 21℃ 로 낮췄는데, 사진기자들이 앞부분 모두 발언만 촬영하고 나가 그렇게 찍힌 것"이라면서 "실제 회의 도중 실내 온도는 그보다는 높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1℃는 설정 온도? LG 에어컨은 '설정 온도' 아닌 '현재 온도' 표시

하지만 확인 결과, 당시 에어컨에 표시된 21℃는 설정 온도가 아닌 실내 현재온도였다. 해당 에어컨의 정확한 모델명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LG전자 휘센 브랜드 제품으로 업소용 냉난방기 스탠드형과 비슷했는데 이 제품들의 경우 설정 온도가 아닌 '현재 온도'를 표시한다. 
 

▲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회의실에 설치된 에어컨(왼쪽)과 LG전자 휘센 업소용 스탠드 냉난방기 모습 ⓒ 연합뉴스/LG전자

 
<오마이뉴스>가 19일 LG전자 서비스센터 에어컨 전문 상담요원에게 확인했더니 "에어컨에 설정 온도를 입력하고 3~5초가 지나면 현재 온도로 바뀐다"면서 "지금까지 나온 (냉난방기 스탠드) 모델 가운데 가동 중에 현재 온도가 아닌 설정 온도가 표시되는 제품은 없었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7월 14일 당시 서울지역 평균기온은 25.7℃, 최고기온 29.9℃, 최저기온 23.3℃로 평소보다 무더운 날씨는 아니었다. 당시 실내온도 21℃는 적정 실내온도 28℃보다 7℃ 낮고, 이날 최저기온보다도 2℃ 정도 낮은 수준이었다. 

[검증결과] "윤 대통령, 공공기관 적정온도 28℃보다 낮은 21℃에서 회의" '사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전 신복위 대회의실에서 주재한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당시 에어컨에 표시된 21℃는 설정 온도가 아닌 현재 온도였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공공기관 적정 온도 28℃보다 낮은 21℃에서 회의를 진행했다는 주장은 '사실'로 판정한다.

[오마이팩트] SNS·인터넷 커뮤니티 "윤 대통령, 공공기관 적정온도 28℃보다 낮은 21℃에서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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