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전기차' 춘추전국 시대..내연기관 시대 '판' 흔들린다
전기차 시대 맞아 흔들리는 브랜드 질서
대중브랜드도 고급화 전략으로 '맞대결'
전기차 시장에서 독주를 이어온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이 뚝뚝 떨어지면서, 전기차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내연기관 시대의 전통 강자들은 전기차 '고급화'에 힘을 쓰며 '기선제압'에 나서는 모습이다.
20일 자동차시장 조사기관인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의 올해 상반기 국내 판매량은 674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9705대) 대비 30.5%(2959대)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 전기차가 1만 2959대로 전년(1만1431대) 대비 13% 늘어나는 동안, 테슬라의 판매량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테슬라의 빈자리는 내연기관 강자였던 전통 수입차 브랜드가 채웠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약진했다. 벤츠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1395대, BMW는 1238대로 각각 4배, 16배 성장했다. 시장점유율은 각각 10.7%, 9.5%였다.
업계에서는 내연기관 강호 브랜드들이 전기차 전환에 시동을 걸면서, 테슬라 독주의 시대가 서서히 끝나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에 출시되는 벤츠의 중형 전기 세단 'EQE 350+'와 고성능 전기차 '메르세데스-AMG EQS 53', BMW의 세단형 전기차 'i7', 아우디의 전기 SUV 'Q4 e-트론' 등이 테슬라의 아성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내연기관 시대의 전통적인 강자들이 전기차 시대에서도 '왕호'를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기차 시대 개막이 프리미엄 브랜드와 대중브랜드의 경계를 허물고, 신규 브랜드의 진입도 쉽게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연기관 시대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테슬라가 고성능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물론, 스웨덴 전기차 폴스타 등 새로운 브랜드가 전기차 판매에 있어선 벤츠와 BMW를 앞서는 등 선전하고 있다.
'대중 브랜드'인 현대차도 새로운 시대를 맞아 '판 흔들기'를 하고 있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전기차 전용 모델은 이미 전기차 시장에선 벤츠와 BMW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 'GV60'는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올해 4월까지 3113대가 팔린 반면, 비슷한 가격대의 벤츠의 소형 전기 SUV 'EQA'는 1033대가 판매됐고, BMW의 iX3도 525대 팔리는 데 그쳤다. 전륜과 후륜 합상 최대 출력 320kW의 폭발적인 주행 성능에, 얼굴인식과 지문등록 등 최첨단 기술을 도입한 게 인기 비결로 꼽힌다.
현대차는 여기에 더해 고성능 브랜드인 'N'의 존재감도 키우고 있다. 현대차 'N'은 최근 부산 모터쇼에서 전동화 시대를 겨냥한 롤링랩 콘셉트카 'RN22e'와 'N Vision 74'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내년 '아이오닉 5 N' 출시를 시작으로 고성능 전동화 차량 라인업을 본격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으로는 고성능 자동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서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읽힌다.
이같은 전기차 '고급화' 바람은 내연기관을 굳건하게 지키던 슈퍼카 브랜드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슈퍼카 브랜드들이 속속 요란한 엔진 소리를 포기하고 전기차 전환 전략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슈퍼카의 아이콘인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최근 전기차 개발에 투자를 늘리는 등 전기차 전환을 본격 시작했다. 람보르기니는 브랜드 첫 전기차의 최종 디자인을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페라리는 전동화 전환을 위한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르쉐는 2030년부터 전기차 생산비중을 80%까지 늘릴 예정이고, 롤스로이스 역시 2030년부터는 100% 전동화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시장 질서가 재편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변화에 대응하는 태도와 속도에 따라 시장의 승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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