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 약자"vs"연대생이 약자" 변호인단 대리전 된 소송

최서인 2022. 7.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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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연세대학교는 학생들의 자유와 청소노동자들의 생존이 충돌하는 공간이다.연대생 3인과 청소노동자들의 소송전은 이제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변호사들 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13일 보수 성향의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에 속한 유승수 변호사 등 3명이 서울서부지법에 소송위임장을 제출했다.하루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원인 김남주 변호사 등을 포함한 26명의 연대출신 법조인들이 청소노동자 측을 돕겠다고 나서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송사는 지난 5월 연세대 재학생 3명이 김현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 분회장 등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하고, 6월 “집회·시위 소음으로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이미 벌어진 송사의 양측에 변호사들이 자발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법무법인 도담의 김남주 변호사(가운데)가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관 앞에서 열린 청소노동자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남주 변호사 등은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윤동주, 이한열 선배를 배출한 연세의 정신은 약자들의 권리를 봉쇄하는 것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하고자 동문 변호사들이 소송대리를 맡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민변 차원은 대응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유승수 변호사는 “학생들에게 연락했을 때 이미 민변 측이 나서서 청소노동자들을 돕고 있었다”며 “균형을 위해서라도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에게) 법률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변호인 중 구주와 변호사는 현재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대표로 있는 자유통일당의 대변인을 맡고 있다.

유 변호사는 “학생들은 소송대리인도 구하지 못해 직접 소장을 써 왔다”며 “마치 학생들이 돈이 있어서 변호사를 선임한 것처럼 비춰지는데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에 비해 약자”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유승수 변호사(왼쪽)와 정우창 미디어국 팀장이 김어준, 주진우 등 TBS 프로그램 진행자들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장을 제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 미신고 집회"vs"정당한 쟁의행위"


연세대학교 청소·경비노동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생활임금 지급 및 휴게실 개선과 샤워실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쟁점은 연대 백양관 앞 등에서 생활임금 지급과 휴게실 개선 등을 주장하며 벌여온 청소노동자들의 집회 위법성이다. 유승수 변호사는 “파업을 했다면 이를 쟁의행위로 보고, 노동 관련 법률상 규율을 받는 게 맞지만 그 방법이 집회라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따라야 한다”며 “청소노동자들의 집회는 불법 미신고 집회”라고 말했다.

이에 청소노동자 측 류하경 변호사는 “집회는 쟁의행위의 일부”라며 “집회가 신고제인 이유는 공권력의 치안 유지가 수월하도록 하기 위한 것일 뿐, 모든 미신고 집회가 불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신고를 안했더라도 치안 등에 위협적 요소가 없었다면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다. 청소노동자 측은 2006년 한국외대 학생 대 노동자들간의 재판례를 근거로 “하청 노동자라 하더라도 노무제공 장소가 원청의 사업장이라면 그곳에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당시 법원은 “노동3권의 행사는 어느 정도 사용자나 제3자의 이익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며 “쟁의행위로 인한 제3자 불법행위 손해배상 책임 인정은 제한적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제야 움직이는 연대…노사 간담회 개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과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노천극장 창고에 마련된 공공운수노조 연세대분회 사무실에서 청소·경비 노동자를 만나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회 시위의 위법성을 두고 대립하는 양측이지만 갈등 해결을 위해선 학교 측이 나서야 하다는 것에는 의견이 모였다. 재학생 측은 “학교가 한 마디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노동자 측은 “학교 당국이 나서서 학생들이 소를 취하하도록 역할을 해달라”고 주장 중이다.

학생 대 노동자 간 갈등을 두달 여 동안 방치해 온 연대 측은 조만간 노사 간담회를 개최해 해결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지난 18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연세대 출신 민주당 의원 5명이 서승환 총장과 면담을 하며 내놓은 제안에 따른 움직임이다. 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장이) 조속한 시일 내 사태 해결과 간담회 개최에 대해 긍정적인 말씀을 주셨다”는 말을 남겼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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