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은 퇴폐적 문화"..산책 나온 댕댕이 압류한 나라

김서원 2022. 7.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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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수도 테헤란 공원에서 반려견 산책에 나선 이란 국민들. [EPA=연합뉴스]

이란 수도 테헤란에 사는 마흐사는 공원에서 반려견과 산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반려견을 개인 차량에 태우고 외출하지도 못한다. 최근 발효된 법안에 따라 테헤란 경찰이 공원에 출입한 반려견을 압류하고, 견주는 3개월 징역형에 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 중동 매체 미들이스트아이 등에 따르면 테헤란 당국은 "공공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이달 초부터 반려동물의 공공장소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란 의회는 한발 더 나아가 이란 전역에서 반려동물 소유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에 대한 공공의 권리 보호 법안' 승인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개를 포함해 고양이·거북이·토끼·햄스터·뱀 등 반려동물 전반에 대한 번식과 판매까지 금지한다.

이를 어길시 800~2700달러(약 105만~35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란 정부는 주인이 법을 어겨 압류된 반려동물을 가두는 감옥까지 신설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정부 특별위원회로부터 특수 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한 이란 남성이 반려견을 차에 태우고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과거 이란 국민은 농촌 등지에서 보편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워왔다. 이란 정부는 지난 1948년 중동에서 동물복지법을 최초로 통과시키며, 동물권 관련 기관에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사이 반려동물은 풍요로운 도시 생활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극우 성향 강경 이슬람주의 의원들이 반려동물 소유 금지법을 발의했다. 당시 표면상 발의 배경은 테헤란 공원에서 아이들이 개에 물려 사망한 일들이었다.

이란 반체제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은 "그 이면엔 이란의 보수·이슬람주의자들이 '풍요'를 상징하는 반려동물을 '불순한 존재이자 받아들여선 안 되는 서구화의 상징'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들은 "동물과 함께 한 지붕 아래서 생활하는 건 이슬람 율법에 맞지 않다"며 "불결하고 퇴폐적인 문화"라고 주장한다.

법안을 반대하는 이란 수의사협회 회장 파얌 모헤비 박사는 BBC에 "사실 10여 년 전에도 일부 의원들이 모든 개를 몰수해 동물원에 가두거나 사막에 방치하는 반려동물 금지 법안을 추진한 적 있다"며 "이후 수년간 견주에 대한 처벌 수위 등을 논의했으나, 아직 실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란 동물권 활동가가 그의 반려견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BBC는 이란 경제가 오랜 서방 제재로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도 이같은 법안 발의 배경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외화 부족을 이유로 향후 3년간 반려동물 사료에 대한 수입을 금지했다. 이란산 사료는 품질이 낮은 탓에 이란 내에선 수입 사료 암시장을 통해 5배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주인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모헤비 박사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개가 개라는 이유로, 고양이가 고양이라는 이유로 금지한 게 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수의사는 "페르시아 고양이들이 그들의 조국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겠나"며 "논리가 없는 법안이며 강경파들이 철권통치를 행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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