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 검토후 북송했다"는 靑..법무부는 "법리검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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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관여 안 해"
19일 법무부는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TF(태스크포스)' 소속 태영호 의원실에 보낸 답변에서 "법무부는 북송 조치와 관련해 의사 결정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국가안보실, 통일부, 국정원, 군 등 관련 부처가 법적 검토를 요구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법령 해석의 주무 부처가 "북송과 관련한 법적 검토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북한 어민들에 대한 북송을 결정했던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지금까지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북송 결정에 대한 법적 검토를 거쳤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도 지난 17일 입장문에서 "(북송은) 여러 부처가 협의해 법에 따라 결정하고 처리한 사안"이라며 정부가 공식적 법리 검토를 거쳤음을 시사했다. 정 전 실장은 "국내법은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추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정치적 중대범죄자는 국제법 상으로도 난민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며 북송 결정의 근거가 된 법 조항을 내세우기도 했다.
"文 안보실 '법적 문제 없다' 보고"
그러나 법무부가 "법률 검토를 한 적이 없었다"고 밝히면서 문재인 정부가 공식적인 검토를 거치지 않고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북송을 단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당시 대통령 비서실은 국가안보실로부터 '북송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검토 결과를 북송 결정이 이뤄진 뒤 사후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고 요지는) 국내법과 국제법, 남북 간 전반적 사안에 비추어 북송이 전혀 문제 없다는 점과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한 경우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난민법 조항 등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청와대 비서실이 안보실로부터 '사후 보고'를 받았다는 언급은 비서실장이 소관하는 민정수석실 역시 법리 검토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말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법무부는 물론 청와대 민정수석실까지 법리 검토 과정에서 배제된 채 안보실의 독단적 결정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 고위관계자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재차 질문하자,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에 따르면 안보실이 위기 관리의 콘트롤타워"라면서도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았다.
관련 부처 "법적 근거 없었다"
당시 강제 북송에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유관 부처 해석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 설명을 뒤집는 판례가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다.
법무부와 통일부는 지난 14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에 "강제 북송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근거로 들었던 "출입국관리법상 강제 퇴거 조항과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대상자 제외 관련 조항 모두 강제 북송 사건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더해 탈북민이 과거 북한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 국내에서 재판을 받은 판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4년 수원지방법원은 탈북 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협력한 탈북민에게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 등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는 정의용 전 실장이 17일 "지금까지 북한 지역에서 북한주민이 다른 북한 주민을 상대로 저지른 흉악 범죄와 관련하여 우리 법원이 형사관할권을 행사한 전례가 하나도 없다"고 주장한 것과도 배치된다. 통일부는 귀순 과정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되면 '비보호' 탈북민으로 분류해 귀순은 인정하되 취업, 교육 등 지원을 제공하지 않는다.
국제법 위반 소지도
정부는 강제 북송 결정이 국제법적 측면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고문방지협약은 고문 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나라로 개인을 송환하지 않을 의무를 협약 당사국에게 부여하고 있다"며 "범죄 혐의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당사국인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강제 송환 금지 원칙을 통해 고문을 받을 위험이 있는 나라로의 송환을 금지하고 있다. 협약에 따르면 2019년 북한 어민을 고문 등 반인륜적 처벌이 예상됐던 북한으로 돌려보낸 결정은 국제법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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