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정치 잘못 배웠다"..민주당 덮친 '선사후당'의 역습

윤지원 2022. 7.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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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 접수처에서 8·2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후보자 등록서류를 제출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이 제출한 등록 서류는 당 규정에 따라 접수 자체가 반려됐다. 뉴스1


한때 바람을 일으켰던 더불어민주당의 청년 정치가 대선·지방선거를 거친 뒤 퇴색 조짐을 보이고 있다. MZ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특유의 ‘마이웨이’ 문법이 일으킨 당내 위화감이 그 원인이다. 8·28 전당대회에 무려 6명의 MZ세대가 당 대표(이동학) 및 최고위원(장경태·권지웅·이경·박영훈·김지수) 후보로 등록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당내 시선이 예전처럼 곱지만은 않다.


전당대회 후보 등록 거부 박지현, “李도 도전 기회 주라 했다” 항변


단연 돌출 행보를 보인 건 96년생 박지현 전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이다. 18일 당 대표 출마를 위해 후보 등록에 나섰지만, 서류 접수 단계에서 거부됐다. 당 지도부가 ‘입당 6개월’이란 피선거권 자격을 갖추지 못한 박 전 위원장에 대해 출마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음에도, 출마를 강행하다 생긴 일이다.

박 전 위원장은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비겁하고 또 비겁하다”며 민주당에 화살을 날렸다. 그러면서 “(나를) 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재명 의원도 저에게 ‘도전의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장 유력한 당권 주자 말이니 당 지도부가 무게 있게 받아들이길 바란다”며 재심을 요청했다.

이런 박 전 위원장의 행보에 당내 기성 정치인들은 얼굴을 찌푸렸다. 물밑에선 “내가 배워 온 정치의 가장 큰 원칙은 ‘선당후사’인데 박 전 위원장은 그 거꾸로다. 자신이 더 먼저인 듯하다”(호남권 초선 의원)는 의아함이 번졌고, “박 전 위원장은 정치를 잘못 배웠다”(15일 김민석 의원 페이스북)는 등 공개 저격도 잇달았다.

권지웅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최고위원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박 전 위원장과 함께 비대위원을 지낸 권지웅 전 비대위원이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것도 논란거리다. 권 전 위원은 “세대교체가 아니라 세력교체가 필요하다”며 자신의 청년공공주택 확대 운동 경력을 앞세워 출사표를 던졌지만, 당내 일각에선 “비대위도 기본적으로 책임지는 자리인데, 지선 패배로 물러난 지 한 달 만에 출마를 다시 강행하는 것은 과욕”(민주당 관계자)이란 얘기가 나왔다.


“청·장년 대결은 자연스러운 일”…초선이 4선 꺾는 파란도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최고위원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반면 일각에선 “정치라는 게 결국 각자 자신의 입지를 만드는 것인데, 청년 정치인이 스스로 뚫고 나오는 것을 모두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86세대 의원)는 목소리도 있다. 1970년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40대 기수론’으로 신민당의 세대교체를 이룬 것처럼, 청년이 기성세대 정치인과 충돌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란 지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서울 동대문구의회 의장 선거는 민주당 내 최대 화제였다. 1961년생 안규백 의원(4선·서울 동대문갑)과 1983년생 장경태 의원(초선·서울 동대문을)이 각각 미는 후보가 구의회 의장 선거에서 격돌했는데, 장 의원이 밀었던 구의원(이태인·3선)이 안 의원 측 구의원(김창규·4선)을 꺾고 당선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당에서 “당내 논의를 거쳐 단일한 의장 후보를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 당론을 정하지 못했을 경우 최다선 의원을 우선한다”고 권고했으나, 장 의원 측이 주장을 굽히지 않아 표결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소속 구의원 8명이 일제히 장 의원 측 후보에 표를 보태자 일각에선 “장 의원이 노회한 정치인 같다”(서울 지역 재선)는 불만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제가 어떻게 구의회 표결까지 개입하냐”며 “김창규 의원이 이미 한번 구의장을 지낸 인사라서 저희 지역구 출신 구의원이 의장에 당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년 정치를 둘러싼 논란은 8·28 전당대회 이후 새 지도부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일단 당내에선 “더는 이벤트성 청년 공천으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지현 전 위원장과 권지웅 비대위원이 ‘청년전략선거구’ 같은 청년 공천 제도를 밀어붙였지만, 불공정 논란 속에 대전 서구를 ‘청년전략선거구’로 지정했다가 철회하는 등 잡음이 빚어져서다. 민주연구원(원장 노웅래)은 지난 14일 ‘10대 혁신 플랜’으로 ▶민주당 인재원(가칭) 개설 ▶청년위원회의 예산집행권 강화 등을 제시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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