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정치 잘못 배웠다"..민주당 덮친 '선사후당'의 역습
한때 바람을 일으켰던 더불어민주당의 청년 정치가 대선·지방선거를 거친 뒤 퇴색 조짐을 보이고 있다. MZ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특유의 ‘마이웨이’ 문법이 일으킨 당내 위화감이 그 원인이다. 8·28 전당대회에 무려 6명의 MZ세대가 당 대표(이동학) 및 최고위원(장경태·권지웅·이경·박영훈·김지수) 후보로 등록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당내 시선이 예전처럼 곱지만은 않다.
전당대회 후보 등록 거부 박지현, “李도 도전 기회 주라 했다” 항변
단연 돌출 행보를 보인 건 96년생 박지현 전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이다. 18일 당 대표 출마를 위해 후보 등록에 나섰지만, 서류 접수 단계에서 거부됐다. 당 지도부가 ‘입당 6개월’이란 피선거권 자격을 갖추지 못한 박 전 위원장에 대해 출마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음에도, 출마를 강행하다 생긴 일이다.
박 전 위원장은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비겁하고 또 비겁하다”며 민주당에 화살을 날렸다. 그러면서 “(나를) 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재명 의원도 저에게 ‘도전의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장 유력한 당권 주자 말이니 당 지도부가 무게 있게 받아들이길 바란다”며 재심을 요청했다.
이런 박 전 위원장의 행보에 당내 기성 정치인들은 얼굴을 찌푸렸다. 물밑에선 “내가 배워 온 정치의 가장 큰 원칙은 ‘선당후사’인데 박 전 위원장은 그 거꾸로다. 자신이 더 먼저인 듯하다”(호남권 초선 의원)는 의아함이 번졌고, “박 전 위원장은 정치를 잘못 배웠다”(15일 김민석 의원 페이스북)는 등 공개 저격도 잇달았다.
박 전 위원장과 함께 비대위원을 지낸 권지웅 전 비대위원이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것도 논란거리다. 권 전 위원은 “세대교체가 아니라 세력교체가 필요하다”며 자신의 청년공공주택 확대 운동 경력을 앞세워 출사표를 던졌지만, 당내 일각에선 “비대위도 기본적으로 책임지는 자리인데, 지선 패배로 물러난 지 한 달 만에 출마를 다시 강행하는 것은 과욕”(민주당 관계자)이란 얘기가 나왔다.
“청·장년 대결은 자연스러운 일”…초선이 4선 꺾는 파란도
반면 일각에선 “정치라는 게 결국 각자 자신의 입지를 만드는 것인데, 청년 정치인이 스스로 뚫고 나오는 것을 모두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86세대 의원)는 목소리도 있다. 1970년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40대 기수론’으로 신민당의 세대교체를 이룬 것처럼, 청년이 기성세대 정치인과 충돌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란 지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서울 동대문구의회 의장 선거는 민주당 내 최대 화제였다. 1961년생 안규백 의원(4선·서울 동대문갑)과 1983년생 장경태 의원(초선·서울 동대문을)이 각각 미는 후보가 구의회 의장 선거에서 격돌했는데, 장 의원이 밀었던 구의원(이태인·3선)이 안 의원 측 구의원(김창규·4선)을 꺾고 당선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당에서 “당내 논의를 거쳐 단일한 의장 후보를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 당론을 정하지 못했을 경우 최다선 의원을 우선한다”고 권고했으나, 장 의원 측이 주장을 굽히지 않아 표결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소속 구의원 8명이 일제히 장 의원 측 후보에 표를 보태자 일각에선 “장 의원이 노회한 정치인 같다”(서울 지역 재선)는 불만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제가 어떻게 구의회 표결까지 개입하냐”며 “김창규 의원이 이미 한번 구의장을 지낸 인사라서 저희 지역구 출신 구의원이 의장에 당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년 정치를 둘러싼 논란은 8·28 전당대회 이후 새 지도부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일단 당내에선 “더는 이벤트성 청년 공천으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지현 전 위원장과 권지웅 비대위원이 ‘청년전략선거구’ 같은 청년 공천 제도를 밀어붙였지만, 불공정 논란 속에 대전 서구를 ‘청년전략선거구’로 지정했다가 철회하는 등 잡음이 빚어져서다. 민주연구원(원장 노웅래)은 지난 14일 ‘10대 혁신 플랜’으로 ▶민주당 인재원(가칭) 개설 ▶청년위원회의 예산집행권 강화 등을 제시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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