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유근 "판문점 동정 보고하라" JSA 대대장에 직접 지시

김상진 2022. 7. 2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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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장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계획을 김유근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로 보고한 배경에 김 전 차장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TF 위원장)에 따르면 '탈북민 강제 북송 사건'이 발생하기 8개월 전인 지난 2019년 3월 김 전 차장은 판문점을 방문해 JSA 경비대대장인 A 중령에게 “판문점 특이 동정을 직접 보고해달라”고 구두 지시했다.

왼쪽 사진은 2019년 11월 7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유근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장으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를 보고 있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이날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민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되는 모습. [뉴스1]

이후 A 중령이 김 전 차장에게 실제 판문점 동향을 여러 차례 보고했다고 한 의원은 밝혔다. “자해 위험이 있어 적십자사가 아닌 경찰이 에스코트할 예정”이라는 등 자세한 탈북민 북송 계획이 담긴 문자 메시지 보고 역시 김 전 차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란 지적이다.

이같은 문자 메시지 내용은 강제 북송 당일(2019년 11월 7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 전 차장의 스마트폰 화면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알려졌다. 당시 김 전 차장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이전에 보낸 “OO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문자 메시지 내용도 포착됐다.

이는 김 전 차장이 A 중령과 지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김 전 차장은 8군단장(2012~2014년) 시절 작전처 실무장교였던 A 중령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2020년 6월 16일 당시 김유근 청와대 안보실1차장이 북한의 개성공단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청사 폭파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열린 NSC상임위원회가 끝난 직후 춘추관에서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군 소식통은 “A 중령이 군 수사기관 조사 과정에서 김 전 차장의 지시 사항을 실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전 차장이 국방부를 건너뛰고 직접 남ㆍ북 간 민감한 장소인 판문점 상황을 컨트롤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자 메시지 보고가 들통난 이후 유엔군사령부는 JSA 경비대대장을 교체했다. A 중령이 2년간 임기를 채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이와 동시에 군 당국은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당시 조사를 마친 군 수사기관은 “남북 접촉 등 민감한 사안을 보안 기능이 없는 개인 스마트폰으로 송ㆍ수신해 관련 규정 위반(보안위반)에 해당한다”며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방부에 올렸다.

실제로 그해 9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작성한 ‘북한 선박ㆍ인원이 관할 수역 내 발견 시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김 전 차장이 보고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은 대외비에 해당한다.〈중앙일보 7월 15일자 3면〉

군사비밀을 규정한 국방보안업무훈령에서도 귀순자와 관련한 ‘이동 신문결과 보고’ ‘심문 첩보’ ‘단편적인 정보 상황’ 등은 3급 비밀로 분류하고 있다. 또 이같은 내용을 주고받을 때는 반드시 ‘비화폰(비밀 통신이 가능한 전화기)’ 등 암호화된 통신 장비를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긴급한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일반 전화를 사용했다면 지체 없이 상급 지휘관에게 사유를 보고하고 일지 등에 기록해야만 한다.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7일 판문점에서 탈북 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지난 12일 공개했다. 사진은 강제 송환되는 탈북민이 몸부림치며 거부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 의원은 “김 전 차장과 A 중령은 비화폰이 아닌 개인 스마트폰으로 비밀을 주고받으면서도 관련 사항을 국방장관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는 지휘보고 체계를 무시한 군기 문란 행위이며 중대한 군사보안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이유로 A 중령은 조사를 마친 직후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으나 “혐의가 없다”며 징계가 아닌 서면 경고만 받았다. 이 때문에 당시 군 안팎에선 “청와대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한편 한 의원이 밝힌 판문점 보고 지시와 관련한 김 전 차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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