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열 "이런 도어스테핑 역효과..인사해법 김영삼에 배워라" [역대 정권 키맨의 尹위기 진단①]

손국희 2022. 7. 2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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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72일 차인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30% 초반대를 기록하자 여권에서는 “30% 붕괴가 두렵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과거 정권에서도 지지율은 쉽지 않은 난제였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과 굵직한 국정과제를 함께 논했던 키맨들은 현 위기 상황을 어떻게 진단할까. 먼저 박근혜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허태열(78) 전 실장을 19일 전화 인터뷰했다. 허 전 실장은 “대통령의 말은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하는데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은 역효과”라며 “대통령 메시지를 재정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등이 재점화되는 것을 두고는 “안보정국으로 협치가 뒤집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기초 위기는 반대로 기회일 수 있다. 시행 착오를 조기에 개선하면 윤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허 전 실장은 1994년 관선 충북지사를 거쳐, 2000년부터 부산 북강서을에서 내리 3선을 지낸 보수진영의 정치인이다. 친박계 핵심으로 ‘박근혜의 그림자’라고도 불렸던 그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서 사무총장, 최고위원 등 요직을 거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근혜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역임한 허태열 전 실장은 1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 현상에 대해 "지지율 변동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단기간의 하락할 정도라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허 전 실장이 2013년 3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 일일 점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중앙포토

Q : 대통령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A : “대통령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단기간에 30% 대로 하락할 정도라면 경각심은 가져야 한다. 실책을 돌아보는 ‘되감기’가 필요하다.”

Q : 왜 지지율 위기 상황에 몰렸을까.
A : “구조적으로 세 가지 원인이 있다. 먼저 0.73%포인트 차이로 당선된 윤 대통령이 확고한 반대파를 마주하는 것이 근본적 한계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인한 민생 위기도 지지율에 악영향을 줬을 것이다. 대통령이 일을 하고 싶어도 추진하기 어려운 여소야대 구도도 장애물이다.”

Q : 구조적 이유 말고 다른 원인도 있나.
A : “장관 인사 논란으로 대통령과 정부가 능률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을 줬다. 도어스테핑은 시작은 참신했지만, 갈수록 메시지가 정돈되지 않아 역효과가 났다. 윤 정부만의 ‘경제 메시지’가 보이지 않는 점도 되돌아봤으면 한다.”

Q : 도어스테핑이 불통보단 낫지 않나.
A : “대통령의 메시지는 국민의 가려움을 긁어줘야 하는데 도어스테핑을 통해서 그런 효과를 얻지 못했고, 피할 수 있었던 불필요한 논란이 빚어졌다. 미국 대통령도 기자와 매일 문답하진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허 전 실장의 앞선 지적대로 정부는 장관 인사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보건복지부 장관 인선 과정에서 정호영·김승희 후보자가 낙마했고, 교육부 장관 인선 역시 음주운전 논란 등 잡음 끝에 박순애 장관이 임명됐다. 야당은 대통령실 사적 채용 의혹을 고리로 공세를 펴고 있다.

Q : 장관 인사, 어떻게 봤나.
A : “역대 정부 중 인사 문제로 상처 입지 않은 정부가 있었나. 윤석열 정부의 장관 인사도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국민을 한껏 피로하게 만든 뒤에야 임명을 철회하는 것은 좋은 수가 아니다.”

Q : 사적채용 논란은 어떻게 보나.
A : “억지스러운 공세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대통령실 채용은 일정 부분 내부 추천과 대선 캠프에서의 공로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라는 말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도 있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와 장제원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허 전 실장은 여당인 국민의힘을 두고는 “집권당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선거 승리 이후 오히려 지리멸렬 수준으로 가는 집권당 리스크가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Q : ‘집권당 리스크’란 무엇인가.
A : “대통령이 어려운데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끼리 말다툼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으니, 국민이 어떻게 반응하겠나. 하루빨리 내부 다툼을 접어야 한다.”

Q : 이준석 대표 징계로 당이 시끄러웠다.
A : “이 대표가 이대남(20대 남성) 지지를 끌어낸 공이 있지만, 대행 체제를 반년이나 끌고 갈 수는 없다. 위기 상황인 만큼 전당대회를 열고 새로운 리더십으로 당이 뭉쳐야 한다.”

2013년 2월 18일 허태열 당시 비서실장 내정자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건물에서 나오며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히는 모습. 오른쪽은 유민봉 당시 국정기획수석 내정자. 중앙포토


허 전 실장은 지지율 위기를 타개할 해법으로 “업무보고부터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난 11일 윤 대통령이 첫 업무보고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서 배석자 없이 ‘독대 보고’를 받은 것을 거론하며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Q :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A : “대통령이 장관은 물론 각 기관 핵심 인사들과 둘러앉아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토론한 뒤, 경제 정책을 리드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지휘에 맞춰 하부 기관이 착실하게 정책을 이행하는 모습이 보이면 국민도 ‘정부가 제대로 일 한다’고 느낄 것이다.”

Q : 인사 문제 해법은.
A : “능력도 중요하지만, 국민 눈높이를 우선순위로 뒀으면 한다. 특정 인사에 대해 여론이 심각하게 흔들리면 국민을 설득하든, 인사를 물리든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런 것을 잘했다. 국민이 분노하면 곧바로 인정하고 ‘졸업’시키지 않았나.”

Q : 강제 북송 이슈 등의 재점화는 어떻게 보나.
A : “사정정국만 끌고 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 안보정국까지 덧씌워져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 안보정국으로 여야 협치가 뒤집히면 안 된다. 꼭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면 속도 조절을 하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대기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참모들과 오찬 회동하는 모습. [사진제공=대통령실]


허 전 실장은 대통령 주변부를 언급하면서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보다는 대통령의 부족한 점을 메울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직언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나도 쉽지 않았다”고 웃어 보였다. 김건희 여사에게는 “너무 급할 것 없다”고 조언했다.

Q : 김건희 여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A : “대선 당시 약속을 지키는 게 첫걸음이다. 김 여사가 정상 외교에서 대통령과 함께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공적 인력이나 기관의 지원을 받는 국내 활동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순리대로 약속을 지키다 보면 어느덧 여론이 호의적으로 바뀔 것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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