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많이 기다렸다"..파업현장 달려간 두 장관

현일훈, 위성욱, 김민주, 안대훈 2022. 7. 2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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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거통고 하청지회)가 파업에 나선 지 48일째인 19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농성 현장인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을 찾아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파업에 대해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한 직후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 출근길에 취재진이 이번 파업과 관련한 공권력 행사 가능성을 묻자 “산업 현장에 있어서, 또 노사관계에 있어서 노든 사든 불법은 방치되거나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엄정 대응 기조는 국무회의로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불법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어렵게 회복 중인 조선업과 또 우리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막대하고, 지역사회 그리고 시민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불법적이고 위협적인 방식을 동원하는 것은 더 이상 국민들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권력 투입을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 법과 원칙 따른 대응 강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이 19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조선소 독 화물창 바닥에서 농성 중인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과 면담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파업과 관련해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1]

윤 대통령은 그간 노사 문제는 양측이 협상할 사안이라는 기조하에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에 한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지난달 화물연대 파업 때도 노사가 자율적으로 풀 문제라며 “어떤 경우에도 법을 위반해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이 타결되자 대통령실은 “원칙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농성 현장에 도착한 두 장관은 발언에서 뚜렷한 온도 차를 보였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모두가 파국을 원치 않는다. 오늘 최대한 여러분들이 박차를 가해 (교섭이나 농성을) 마무리하면 파국을 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교섭을 촉구한 반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두루 검토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제가 와서 현장 상황이 어떤지 둘러보러 왔다”고 정부의 대응 검토를 시사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먼저 이날 오후 2시20분쯤 하청지회가 점거 중인 1번 독(dock)을 찾았다. 그는 김형수 지회장과 원유운반선(VLCC) 선박의 좁은 철 구조물에 들어가 출입구를 용접한 뒤 농성 중인 유최안(40) 부지회장 등을 만났다. 또 높이 15m 선박 난간에 올라 고공농성 중인 또 다른 노조원 6명도 접촉했다.

한국노총 출신인 이 장관은 이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며 “농성을 조속히 풀면 평화적으로 타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지회장은 “하청 노동자들 정말 절박하다. 오죽하면 이런 투쟁을 하겠나. 계속 공권력 행사만 얘기하면, 노동자들이 궁지에 몰리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른다”며 “공권력 행사 최대한 자제하겠다고 말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장관은 “일단 농성을 풀면 평화적으로 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뒤이어 1번 독을 찾았다. 두 사람은 앞서 오후 2시쯤 농성장 상공을 경찰 헬기를 타고 둘러봤다. 이상민 장관은 오후 2시50분쯤 농성장에 들어서기 전 여러 차례 “공권력 투입을 검토 중”이라고 강조한 뒤 “다만 여러 가지 희생이나 예기치 않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공·용접농성 … 진압 땐 제2 용산참사 우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오른쪽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연합뉴스]

이 장관은 “상황이 급박하기에 뭐라고 당장 말할 수 없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 타결이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또 다른 방법이 있는지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이 장관을 만나 “저희도 살려고 조선소에서 일해 보려고 하는 건데, 공권력 얘기가 나오면 동지들이 불안하다”며 “산업은행이 책임 있게 (나서 달라). 노동자가 희망 갖고 자기 삶을 조선소에 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장관은 “열심히 노력하겠다. 새 정부가 이전 정부와 다르게 더욱더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정부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지만, 공권력을 곧바로 투입하기는 쉽지 않다. 파업 현장에 인화성 물질이 있고, 고공농성 중이어서 안전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일부 참모 사이에선 “이명박 정부 시절 용산 참사처럼 되면 안 된다”는 우려도 있다. 용산 참사는 2009년 1월 20일 새벽 서울 용산 재개발지역 남일당 4층 건물에서 점거 농성하던 철거민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불이 나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진 사건이다.

하청지회 노사 양측은 5일째 교섭을 이어갔다. 특히 교섭에서 일부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전언도 현장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교섭에 참여한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공권력이 투입되면 노사 모두 큰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 전에 교섭이 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거제=위성욱·김민주·안대훈 기자 we.su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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