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줄 모르고 주7일 근무했다" 68년 주한 미군

강주화 2022. 7. 1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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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F 페인 전직연방의원협회(FMC) 회장..미 버지니아 5선 의원 출신
루이스 F 페인 전 미 연방하원의원이 18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FMC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1960년대 후반 한국을 방문했던 외국인이 반세기 뒤 다시 온다면 어떤 반응을 할까. “기적이다(This is a miracle).” 루이스 F 페인(77) 전직연방의원협회(FMC)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페인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은 67~70년 미군 장교로 복무하는 동안 1년여 한국에서 도로를 비롯해 군부대 시설 건설 등을 지휘했다. 김창준한미연구원 초청으로 방한했다 19일 출국한 그를 전날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났다.

과거 방문했던 기억을 물었다. 페인 전 의원은 “68년 10월에 들어왔는데 그땐 한국전쟁이 끝난 지 15년밖에 안 됐을 때지 않나. 서울부터 부산까지도 그렇고 거의 전국 도로가 비포장이었다. 어디를 가려면 미군 헬기가 이륙할 곳에 전날 가서 미리 텐트를 치고 잤다. 사람들은 대부분 농사를 짓고 살았고 모두 가난했다. 전형적인 제3세계 국가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도시개발을 전공한 그는 미군과 한국군이 함께하는 기간 시설 건설에 참여했다. “전후 파괴된 도로를 닦고 미사일 벙커도 만들었다. 카투사 대원 120명과 함께 일했는데 다 똑똑하고 훌륭했다. 당시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베트남에 파병이 많이 돼서 군인이 부족했다. 쉬는 날 없이 주 7일 근무를 했다”고 했다.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돕는다는 생각에 지치는 줄 몰랐다”고 했다.

18일 판문점을 방문한 미 FMC 방문단. 앞줄 가운데가 김창준 전 미 연방하원의원, 뒷줄 가운데가 루이스 F 페인 전 의원. 김창준한미연구원 제공


그는 FMC 회원 자격으로 2019년에 이어 올해 다시 방문했다. 한국계로는 처음 미국 연방하원의원을 역임한 김창준 전 의원이 설립한 김창준한미연구원이 새에덴교회 등의 후원으로 FMC 회원들을 초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 세계인들이 ‘한강의 기적’이라고 하지 않나. 한국의 발전을 직접 보고 감동해서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이 발전에 당신의 기여도 있다고 하자 그는 “아주 아주 조금”이라며 웃었다.

페인 전 의원은 전역 후 전문엔지니어(PE)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대규모 리조트를 개발했고 CEO로 일했다. 97년까지 하원의원으로 5선을 한 그는 민주당 내 중도파를 중심으로 블루독의원연맹을 창립했다. 그는 “우리의 노력으로 사회적 공감대가 있는 법안을 많이 통과시켰기 때문에 94년 워싱턴포스트에는 ‘블루독을 따르라’라는 칼럼이 실리기도 했다”고 했다.

루이스 F 페인 전 미 연방하원의원이 18일 서울 중구 한 한옥 앞에서 한국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협상을 중시하는 그의 태도는 신앙과도 관련 있어 보였다. 장로교인인 페인 전 의원은 “의회에 있는 동안 가장 소중한 친구들을 만난 곳은 국회 의원 기도 모임(House Representative Prayer Breakfast)이었다. 매주 금요일 민주당, 공화당 소속 의원 60여명이 모여 기도했다. 국회에서 정책 면에서 싸우더라도 그 모임에서는 하나님 안에서 형제자매였다. 국회 안의 작은 교회와 같았다”고 소개했다.

국가조찬기도회도 언급했다. 페인 전 의원은 “한국 국회에도 기독 의원들의 모임이 있느냐. 우리나라에는 매년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가조찬기도회도 있다. 소강석 목사가 2019년 이 모임에서 연설을 했다”고 했다. 그는 의원직에서 물러난 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대표로 일했고 10여년 전부터 FMC 일에도 많이 관여하고 있다.

영화 관람을 하러 간 FMC 방문단. 김창준한미연구원 제공


미국에서 FMC는 의회에 정책 제안을 하고 좋은 입법 활동을 한 의원들에게 상을 주고 있다. “나는 FMC를 하면서 김 전 의원과 친해졌고 한국도 오게 됐다”고 했다. FMC 회장으로서 앞으로 2년간 활동 방향을 물었다. “입법뿐 아니라 미국과 동맹국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한·미관계는 지금도 매우 좋다. 그런데 한·미동맹을 당연하게 여겨선 안 되고 항상 노력해야 한다. 양국 정치인과 민간인들이 계속 만나 신뢰 위에 관계를 쌓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크리스천이 충돌과 분열의 사회에서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물었다. 그는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가 한 것으로 전해지는 말을 인용했다. “‘항상 복음을 전하라. 필요하면 말을 써라(Preach the Gospel at all times. Use words if necessary).’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우리의 진정한 리더는 예수님 한 분이다. 우리는 그분처럼 다른 사람을 섬겨야 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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