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장관회의 마친 한·미 "필요시 외환 시장 유동성 공급"

정종훈, 서진형 2022. 7. 1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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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재무장관이 점차 악화하는 세계 경제 상황 속에서 긴밀한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외환시장 안정책으로 주목받았던 통화스와프 체결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외화 유동성 공급'을 명시해 향후 한미 통화스와프 재체결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 등 미국이 요청한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책에 대해 우리 정부는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19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재무장관회의를 마치고 이러한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회의엔 두 장관을 비롯해 양국 정부 관계자 7명이 각각 참석했다.

미 재무장관이 국내에 방문한 건 2016년 6월 제이콥 루 당시 장관 이후 6년 만이다. 옐런 장관의 방한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한·미 두 장관은 지난 1일 컨퍼런스콜(전화회담), 15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중 면담에 이어 세 번째만남을 가졌다. 공식적인 대면 회의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재무장관회의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연합뉴스

회의 테이블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 경제 동향과 전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외환시장 동향과 협력,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보건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가 올라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 통화 긴축처럼 불안한 세계 경제 상황에 대응하는 내용이 주로 논의됐다.

두 장관은 우선 한·미 간 경제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양국 국민과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 불공정한 시장 왜곡 관행 등에 철저히 대응하기 위해선 더욱 긴밀한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에서도 상호 협력과 긴밀한 공조를 강조했다. 특히 러시아 원유 가격상한제 도입을 두고 미국 측이 협력을 구하고 한국 측에서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됐다. 옐런 장관은 1일 컨퍼런스콜에서 언급했던 가격상한제 도입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 이에 대해 추 부총리는 "가격상한제 도입 취지에 공감하며 동참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가격상한제가 국제 유가, 소비자 물가 안정에 기여하도록 효과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금융·외환시장을 두곤 협력 강화를 재확인했지만,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통화스와프 체결엔 이르지 못했다. 국가 간 통화를 맞교환하는 통화스와프는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미리 약속한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들여올 수 있는 거래를 뜻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체결한 한·미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만료됐지만, 이를 부활시켜 원화 가치 추락 등 외환시장 변동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왔다.

통화스와프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건 미 재무부보다 연방준비제도(Fed) 쪽 업무에 가깝다는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회의 결과에 나온 대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긴 했지만 한국 내 외화 유동성이 양호하고 안정적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러나 발표문엔 '양국이 필요시 유동성 공급 장치 등 다양한 협력방안을 실행할 여력이 있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통화스와프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향후 한·미 당국이 통화스와프 부활을 비롯한 외환시장 안정 방안을 논의할 단초를 남긴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요동치는 국내 외환·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재무장관회의가 열리기 전 옐런 장관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윤석열 대통령과 잇따라 면담했다. 이 총재와 만난 자리에선 양국 간 협력을 도모해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과의 비공개 환담에선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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