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 효과 '반짝'..농심, 험난한 하반기
[한국경제TV 박승완 기자]
<앵커>
초인플레이션 시대에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경기 방어주로 `식품주` 눈여겨보시는 분들 많을 텐데요. 여러 품목 중에서도 K식품의 대표 주자인 `라면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실제로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 3사들은 상반기에도 역대 최고 수출액 기록을 갈아치운 것으로 확인되는데, 1위 업체 농심은 밝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어떤 일이 생긴 건지 유통산업부 박승완 기자와 분석해 봅니다. 박 기자, 농심 2분기 실적이 나쁠 전망이라고요?
<기자>
농심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1.2% 줄어들 전망입니다. 이전분기(343억 원)와 비교하면 반 토막(-55.3%) 수준인데요. 경쟁사인 오뚜기(+16.4%)나 삼양식품(+44.0%)과는 대조적입니다. 올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3억 8,340만 달러)이 지난해 같은 기간(3억 1,969만 달러)보다 20% 가까이(19.9%) 늘어난 상황에서 홀로 마이너스 성장에 머무르는 건 뼈아픈 대목이겠죠.
<앵커>
최고 수출 기록을 세울 정도라면 그 만큼 이익이 늘어나야 할텐데 그게 아닌가 보군요. 라면 회사들의 위기, 재료값 부담이 아직인 건가요?
<기자>
최근 가격이 빠지고 있다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무엇보다 가격 급등 문제가 불거진 건 올해 3월부터였죠. 기업들은 보통 3~6개월 정도의 재고를 미리 구매해 두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따져보면 1·2분기보다는 쌓아둔 물량이 동나는 하반기에 더 큰 부담이 예상됩니다.
<앵커>
판매량에는 문제가 없는데 수익성이 나빠진다는 뜻이군요. 그중에서도 농심만 유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큰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사업 영역이나 신규 인프라 투자 등이 문제시됩니다. 농심의 사업 분야는 크게 라면과 스낵으로 나뉘는데요. 1분기 기준 매출의 80% 가까이(78.4%)가 라면에서 나옵니다. 경쟁사 오뚜기가 유지(16.2%), 양념소스(13.5%), 건조식품(12.2%)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것과 비교되죠.
더구나 오뚜기의 `분말카레(83.8%)`나 `3분류(84.0%)` 등의 시장 점유율은 80%가 넘고요. 대용량 기름 등 유지류나 케첩·마요네즈 등 소스류는 B2B 매출 비중이 큽니다. 높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이들 제품에 대한 가격 전가도 이뤄졌고요. 증권가(하이투자증권)에서 "물류 및 원재료 비용 상승에도 B2B 판가 관리 등을 통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영업실적"을 예상하는 근거입니다.
<앵커>
농심과 달리 오뚜기는 라면 사업에서 커진 원재료 부담을 다른 사업에서 상쇄시키는 효과를 봤군요. 삼양식품은 라면 매출 의존도가 농심보다 높지 않습니까?
<기자>
삼양식품은 매출 99%가 라면에서 나옵니다. 1분기 전체 매출 2,022억 중 2,010억 원이 면스낵 제품으로 집계될 정도인데요. 소스나 냉동 분야 사업이 있긴 하지만 비중이 채 5%가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삼양이 기대를 얻는 이유는 공장 추가로 50% 수준의 생산량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삼양식품의 밀양 신공장은 지난 5월부터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연간 최대 6억 개의 라면을 추가로 만들 수 있게 된 건데요. 기존 공장이 이미 최고 95% 수준까지 초과 가동 중이었던 만큼 숨통이 트인 셈입니다. 최신 설비인 만큼 자동화 생산 시스템을 갖춰 생산 효율성도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삼양식품은 제2의 창업을 불러왔다고 평가받는 히트 상품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해외 시장 개척에 한창입니다. 삼양은 국내 라면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압도적인 수출 증가세로 전년 대비 수익성 개선 흐름이 지속되며 동종 업계 내, 식품 섹터 내 유의미한 증익 기조 지속 전망"(대신증권)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신 공장을 바탕으로 판매량(Q)을 늘려 원재료 상승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상쇄할 거란 분석입니다.
<앵커>
업계가 다 같이 어렵지만 농심은 사업 포트폴리오나 신규 투자에 있어 별다른 호재가 없다는 이유가 여기 있군요. 하지만 최근 곡물가격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소식이 있던데 3분기부터는 개선을 기대해 봐도 되지 않을까요?
<기자>
곡물인 팜유나 대두유 외에도 원유로 만드는 포장재 등 주요 부자재 가격도 오른 상태입니다. 지난해 가격 인상 효과를 반납할 정도로 부담이 큰데요. 농심이 추가 소비자 가격 인상을 하지 않으면 3~4분기에도 영업이익 훼손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증권가에서 농심의 `어닝 쇼크`를 예상하며 "라면 가격 인상에 충분한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이유죠.(KB증권)
<앵커>
물론 가격 정책은 기업들이 정하는 부분입니다만, 인상 폭이나 빈도에 대해선 정부 눈치를 봐야 하겠죠. 라면 업체들의 고민이 깊겠군요?
<기자>
다만 라면이 서민 음식 이미지가 강해 쉽사리 소비자 부담을 키우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인상 시점이 바로 지난해라 얼마 되지 않았기도 했고요. 정부가 전방위적인 물가 관리에 나선 상황도 부담일 겁니다. 이익 감소가 불 보듯 뻔한 농심으로선 2년 연속 소비자가 인상이라는 결정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박승완 기자 pswa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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