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尹에 '칩4동맹' 가입권유.."반도체만큼은 美가 집주인"(종합)
"中 시장도 무시 못해"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게 '칩4동맹'에 (가입)하라 했는데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2년간 339조원에서 377조원으로 느는 동안 TSMC는 348조원에서 518조원으로 늘었다. 미국과 기술 동맹을 확실히 해놓지 않으면 한국은 안보, 외교 모두 어려워진다."(양향자 무소속 국회의원·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
"2010~2011년 정보디스플레이학회장할 때 디스플레이 관련 5개 과목 수업을 운영했고 3과목에서 B학점 이상 받은 학생에게 삼성·LG디스플레이에서 취업 시 혜택을 줬다. 장기적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반도체 전공자에게 취업 혜택을 주도록 15~20개의 반도체 과목 체계를 만들어 10개 이상 이수토록 해야 한다. 물론 입법, 행정규제는 안 된다."(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칩4 동맹'에 조속히 가입해야 하는 것은 물론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의 우수 엔지니어 입사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학에 15개 이상의 '반도체 학과'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회와 학계의 주장이 나왔다.
19일 반도체산업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과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반도체 산업 및 인력양성 방안'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강연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양 의원, 권 회장을 비롯해 송석준 부위원장(국민의힘 의원),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 김용석 성균관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박인철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박동문 삼성디스플레이 고문,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 등이 참석했다.
양 위원장은 강연 모두발언에서 한국이 조속히 '칩4동맹'에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개별 기업 경쟁뿐 아니라 국가 안보 고립을 막기 위해서라도 가입은 필수라고 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양원이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외국 기업에 520억달러(약 69조원) 규모의 지원금을 주는 내용의 법안에 이들 국가가 중국에 10년간 투자를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넣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한국과 대만, 일본에 다음 달 말까지 '칩4 동맹'에 가입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개인적 견해'란 전제를 달고 "글로벌 산업 지형을 보면 반도체 만큼은 미국이 '압도적 1강'이라 미국을 반도체 산업의 집 주인, 한국 대만 일본 중국은 세입자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양 의원은 특위 위원장으로서 '가입하라'는 압박을 가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말까지 (가입 여부를) 말해달라고 해 한국이 굉장히 곤혹스러운 상황이 외부로부터 만들어지는 양상"이라며 "특위의 전반적인 입장은 미국이 '기술 동맹'에 들어오라고 하는 것을 무시할 순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과의 균형 유지는 필수라고 양 위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다음 달 말까지 가입하라고 (미국이) 요구했는데, 가입하지 않았을 때의 상황을 보고 (필요 시) 그 상황을 파악할 시간을 달라고 하는 등 정부의 어떤 메시지가 내려올 것"이라며 "중국 시안에도 삼성 공장이 있는 만큼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계속 가져가야 하고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권 회장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봐서 반도체 잘하고 '초격차'를 유지하려면 미국과의 협업이 중요한 반면 마켓(시장)을 보면 중국을 무시하고 갈 순 없다"며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가며 미국과의 협업을 단단히 해야한다"고 했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도 "칩4 가입을 미국이 원한다면 가입해야 하지 않는가 싶다"며 "시장, 기술, 장비 모두 미국에 의존하고 있으니 같이 가야 한다"고 했다.
수도권-비수도권 인력 양성 미스매칭 문제에 대해선 화성, 평택, 용인 등 반도체 공장이 몰려 있는 수도권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양 위원장은 "이분법적으로 둘을 나누려 하지 않는다"면서도 "당장 부족한 인력을 제공해야 하는 지역은 수도권"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수도권에 반도체 산업이 워낙 많이 포진하고 있다"며 "수도권 정원을 늘리면 지방이 소외된다는 시각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 위원장은 "이주부터 기획재정부 교육부 등 유관 부처 장관과 만나 부처별 반도체 정책 추진 현황을 청취하고 입법과 건의 사항 등을 받고 있다"며 "다음달 초 특위 위원장으로서 여당 당정협의에 참석해 각 부처의 반도체 산업 정책을 종합한 '반도체 그랜드 디자인'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만간 부처별 입법 건의사항을 종합해 특위 차원의 반도체 지원 법안을 발의하고, 원구성이 합의되는 대로 반도체를 포함한 바이오·인공지능(AI) 등 미래첨단산업 지원을 담당하는 초당적 국회 특별위원회 출범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에 무슨 내용을 담을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현행 용적률 350% 상한선 규제를 바꾸는 내용은 확실히 넣을 것이라고 했다. 양 위원장은 "(언론에 밝힌) 450%가 아니라 490%까지 완화해달라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공정 모두를 제대로 진행하려면 건물을 크게 지을 수밖에 없고 그래야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5년, 10년 단위의 계획을 다음 달 첫주에서 둘째주에 발표할 법안에 다 넣을 수는 없디만 급하게 다뤄야 할 것들은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권 회장은 강연에서 신규 인력 양성, 인재 유출 방지 전략을 동시에 제시했다. 우선 대학교에 15~20개의 반도체 관련 과목을 만들고 10 과목 이상 수료하면 '반도체 학과 수료증'을 주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이 이들을 채용할 때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디스플레이 업계에 이 방식을 적용해 주요 과목 중 3개를 수료하고 B학점만 받으면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취업 때 혜택을 줬다고 소개했다.
권 회장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은 내년까지 반도체 업계에 최소 5500명의 석박사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며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학과 정원 증원, 기자재 예산 확충, 소재·부품·장비 교육 지원 등을, 중장기적으로는 초중고등학교 뿌리교육부터 반도체에 꼭 필요한 물리와 수학 미적분을 가르치도록 하고 15~20개의 반도체 과목을 개설해 이 중 10과목 이상 들은 학생에게 '수료증'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인재 유출 방지 해법으로는 기업이 우수 엔지니어의 급여 공개를 금하도록 권유하는 안 등을 제시했다. 현실적으로 급여 인상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지만 기업이 자율적으로 개선책을 고민토록 하되 정부와 정치권 등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게 권 회장의 시각이다. 권 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로 진출한 박사 제자들을 보면 한국 기업에서는 석사급이 해도 되는 일을 시키고, 수석연구원을 해도 임원이 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생겨서 미국으로 떠난 경우가 많다"며 "자기 연봉이 공개되도록 허용하는 (기업) 인사 시스템으로는 재능 있는 인재를 유치하기 어렵다"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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