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소송 졌지만.. 아이쿱, 비판할 일 있다면 할 것"

[인터뷰]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구례자연드림파크지회 이순규 지회장

[김동규 기자]

▲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구례자연드림파크지회 이순규 지회장

지난 2011년,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아래 아이쿱)가 전남 구례군과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구례자연드림파크' 조성에 착수했다. 구례자연드림파크는 식당, 펜션, 영화관 등이 포함된 대규모 놀이 공간이다. 아이쿱은 유기농산물 등 친환경 식품의 공급과 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협동조합이다.

이후 구례자연드림파크는 아이쿱 등이 참여해 설립한 오가닉클러스터에 의해 운영됐다. 2016년 12월, 아이쿱은 보유하고 있던 오가닉클러스터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법적 관계를 청산한 것이다.

2017년 7월, 구례자연드림파크 내에 위치한 '비어락하우스', '자연드림 판매장' 등 8개 사업장 소속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당시 구례자연드림파크를 관리하던 오가닉클러스터 측과 노조 측은 갈등을 빚었다. 징계와 명예훼손 혐의 고소 등이 이어졌다. 노조 측은 조합원 5명을 충북 괴산 물류센터로 발령한 건 등과 관련해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징계 부분과 관련해서,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은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구례자연드림파크지회 이순규 등 총 3명에 대한 사측의 징계처분은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사측이 이후 항소를 포기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하지만 노조 측이 법적 책임을 지게 된 사안도 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는 지난 2018년 3월 경부터 매주 토요일 구례자연드림파크 비어락하우스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노동탄압 아이쿱이 해결하라!", "모든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 등이 주된 구호였다. 구례자연드림파크지회 역시 아이쿱 측의 책임을 언급했다. 당시 이들은 아이쿱이 보유 주식을 처분하긴 했지만, 여전히 오가닉클러스터 운영과 관계돼 있다고 판단하고 이같은 주장을 펼쳤다.

이에 아이쿱 측은 '아이쿱이 아닌 오가닉클러스터가 이들의 사용자'라며 향후 유사한 명예훼손 행위를 금지하고, 명예훼손에 따른 위자료 지급을 요구하는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노조 관계자들에게 제기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30일 대법원은 구례자연드림파크지회 문석호 전 지회장과 이순규 현 지회장의 아이쿱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문석호 전 지회장에게 1000만 원, 이순규 현 지회장에게 2000만 원을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대법원은 "피고(이순규 등)들은 아이쿱이 오가닉클러스터의 대주주인 협동지기상조회(지분율 39%), 쿱축산 주식회사(지분율 38%) 등을 지주회사로 삼아 오가닉클러스터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고 주장하나,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18일,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서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구례자연드림파크지회 이순규 지회장을 인터뷰했다.

- 이번에 대법원에서 진행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하셨습니다.

"이렇게 큰 패배를 하게 되어서 굉장히 당혹스럽습니다. 노동조합 구성원들에게도 마찬가지고요. 아이쿱을 알고 있는 많은 분들 사이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 많아요. 그럼에도 주어진 현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이번 일을 계기로 노동조합으로서의 역할이 새롭게 생겨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선은 손해배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상당히 거액이기 때문에,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에서 모금 운동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명절 특판 사업 등을 진행하게 될 거 같아요."

- 지금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조합은 어떤 상황인가요?

"최근 조합원이 상당히 줄어든 상황이에요. 저희 노동조합은 설립 직후부터 극심한 노동탄압에 시달려 왔어요. '이곳은 노동조합 탄압의 백화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정도가 심했어요. 이 과정에서 구례자연드림파크에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이 확산되었던 거 같아요. 노동조합이 성장하려면, 신규 조합원들이 있어야 하는데 탈퇴자에 비해 신규 가입자는 부족한 상황이에요."

▲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가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연대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구례자연드림파크지회 이순규 지회장이 점심시간을 활용해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다.

- 현재 노동조합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외부에서 오는 연대 집회가 한 달에 한 번 진행되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가 매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어요.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식사하는 식당 앞에서 진행해요. 그동안 저희는 아이쿱 측에도 책임을 물었으나, 법원은 아이쿱이 구례자연드림파크를 설립한 것은 맞지만, 현재는 지분 등을 회수해서 법적으로는 관계가 없다고 판정했어요. 이 부분에 대해 판결문에 적시된 행위는 반복하지 않겠지만, 아이쿱은 공적 책임을 가진 조직이기 때문에 필요한 비판이 있다면 지속할 생각이에요."

- 앞으로 노동조합에서 진행할 활동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에서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도 구례자연드림파크의 기간제, 비정규직 문제를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활동할 생각이에요. 이번에 사측이 임금을 동결했는데요.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실질 임금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치예요. 그래서 임금 동결을 철회시키는 활동을 해보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구례자연드림파크의 사회적 책임이 온전히 지켜질 수 있도록,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온전히 보호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고 싶어요. 이 문제를 잘 풀어내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은 연대를 요청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