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막힌 교통지옥 '고기교(용인·성남)' 갈등, 민선 8기서 풀린다
25m의 다리를 건너는데 1시간이 걸린다면.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과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을 잇는 고기교 이야기다.용인시가 2003년 다리를 놓았을 땐 낙생저수지와 계곡을 찾는 나들이객이나 고기동 주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다리였다. 폭 8m 왕복 2차로면 충분했다.19년이 지난 지금 고기교는 교통지옥 그 자체다. 한 주민은 “주말엔 외출을 아예 하지 않거나 외출을 해도 차량 정체를 피해 일찍 나갔다가 밤늦게 들어온다”며 “차들로 다리가 꼭 막혀있는데 불이 나거나, 아픈 사람이 있어도 소방차·구급차가 제시간에 닿을 수 있을까 늘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마을 인구 늘고, 유원지로 입소문 타면서 교통체증 시작
고기교가 ‘지옥의 다리’가 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건 2008~2009년 즈음이다. 2009년 용인~서울고속도로(용서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서울 강남과 가까워진 마을에 전원 주택단지가 들어서는 등 개발이 시작됐다. 2005년 1070명이던 고기동 인구는 현재 3085명으로 불어났다. 현재도 고기동 일대엔 1000가구 규모의 실버타운이 건설되는 등 개발이 진행중이다.
풍광좋은 계곡과 저수지를 끼고 주변엔 유명 맛집과 카페들이 들어서면서 고기리 유원지는 데이트·가족 휴양 명소가 됐다. 용인시는 물론 성남시, 광주시 등 다른 지역에서도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다.우회도로를 이용하려면 차로 20~30분을 더 이동해야 하다 보니 고기교엔 늘 차가 밀려들고 있다.용인시가 지난해 5월 주말 1시간(오후 1~2시) 동안 확인한 고기교 통행 차량수는 1252대. 김경애(53) 고기1통장은 “차량 정체도 그렇고 동네에서 버스를 타려면 고기교를 건너야 하는데 다리에 인도가 없어서 주민들이 정차한 차량 주변을 위험하게 오가고 있다”며 “여름이면 하천 범람으로 도로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성남시 반대로 표류…민선 8기에 실타래 풀렸다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집단 민원을 제기하자 용인시는 2019년 10월 이 다리를 폭 20m, 왕복 4차로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성남시의 반대에 부딪혀 확장계획은 3년째 표류해 왔다. “고기교를 확장하면 용인 신봉 1·2지구의 주민들이 용서고속도로가 아닌 성남 대장지구앞 도로를 이용해 서판교나 서울로 진입하려들 것”이라는 게 성남시의 논리였다.교량 관리는 용인시가 하지만, 고기교 북단부터 다리가 지나는 땅의 3분의 2 정도가 분당구 대장동이어서 확장하려면 성남시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두 지방자치단체의 힘겨루기를 보다 못한 주민들은 2020년 고기교 확장을 요구하는 1000명의 서명을 받아 용인시와 성남시에 제출했다.용인시는 거듭 성남시에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국민권익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다.지난해 9월부터는 경기도가 중재에 나서 ‘고기교 갈등해소협의체’를 구성하고 실무 협의를 진행해왔다.
해묵은 갈등의 실타래는 민선 8기 단체장이 선출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모두 국민의힘 소속인 이상일 용인특례시장과 신상진 성남시장은 지난 15일 전화 통화를 하면서 고기교 확장 및 주변 교통 개선을 위한 상호 합의를 이뤘다고 한다. 두 시장은 우선 두 도시의 접경지역 전반을 대상으로 교통영향에 대해 분석하기로 했다. 또 고기동 지역의 난개발 방지와 주변 도로망의 조기 구축, 경기도 관리하천인 동막천 정비, 민자고속도로 연계방안 마련을 위해서도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1일 취임한 이후 자주 통화하고 만나던 두 시장은 지난 2일엔 국민의힘 안철수 국회의원(성남 분당갑)과 만나 고기교 문제와 지하철 3호선 성남·수지 연장 등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의기투합했다. 이 시장은 “용인시와 성남시는 서로 인접해 있어 교통 분야 등에서 협력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그간 두 도시 간 행정협의가 원활치 않아 양측 시민들이 불편을 겪어왔지만 새로 출범한 민선 8기에선 양 도시가 상호 연관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일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시장도 “교통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두 도시 간 협의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며 “특히 주민불편 해소를 위해서는 모든 행정력을 발휘하여 이른 시일 내에 해소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동연 경기지사도 이날 고기교를 찾아 현장을 둘러봤다. 김 지사는 “이 문제 해결에 성남과 용인이 따로 있을 수 없고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다같이 협력해서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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