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자수 1위! 권성동"..노량진 공시생 뿔난 '원내대표 찬스'
“9급 공무원에게 필요한 건 성적이 아니라 ‘빽’이라는 생각이 들어 서글픕니다. 공부하면 뭐 하나요?”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서 만난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박모(28)씨가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노량진에서 2년째 9급 지방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한 달에 120만원 정도 들여가며 공부하고 있는데 이런 노력이 무시 받은 기분이다”며 “공정을 강조한 정부의 여당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가 공무원 정원 감축 계획을 발표한 상황에서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이 이어지자 공시생 사회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누구는 청춘을 노량진에 갈아 넣는데…”
앞서 사적 채용 논란은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강릉시 선관위원이기도 한 통신설비업체 대표 우모씨의 아들이 대통령실 사회수석실에서 9급 행정요원으로 근무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지난 15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자신이 장제원 의원에 추천한 인사라고 밝히면서 내뱉은 두 마디는 불씨에 기름을 부은 꼴이었다.“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이더라”“(우씨가) 최저임금보다 한 10만원 더 받는데 내가 미안했다”
이 발언 뒤 공무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들에는 “이제 공무원 합격은 000(학원명)이 아니라 권성동이냐” “너무 당당하게 얘기해서 더 어이가 없다” “누구는 9급 공무원 되려고 청춘을 노량진에 갈아 넣는다” 등의 게시글과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권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패러디물 이미지도 여럿 나오면서 공유되고 있다.
“박탈감이 크다”는 공시생들의 반응을 접하기 어렵지 않다. 올해 7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42.7대1,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29.2대1을 기록했다. 9급 국가직 공무원 김모(30)씨는 “100대1에 이르던 때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도 수십 명과 경쟁해야 하는 자리”라며 “‘추천’이라는 말은 사실상 ‘특혜’라는 의미인데 화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일선 공무원들도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18일 ‘예비공무원과 모든 공무원들의 분노를 일으킨 여당 원내대표 찬스’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이번 채용 논란은 지금도 고시원과 학원을 오가며 시험 준비에 매진하는 청년 예비공무원들과 120만 현직 공무원들의 억장을 무너뜨리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며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며 정권을 잡은 현 정부와 여당은 이제 그 입 다물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공시생들의 불만은 지난 12일 행정안전부가 매년 부처별 공무원 정원의 1%를 감축·재배치하는 ‘통합활용정원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정부인력운영 방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하면서 예열됐다.경찰공무원을 4년째 준비하는 이모(27)씨는 “(행정안전부) 발표가 나오면서 올해까지만 준비하고 불합격하면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며 “더 문이 좁아지면서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노량진 학원가 상인들에게선 상권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12년째 노량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노량진은 주민보다 학생들로 먹고사는 동네”라며 “코로나19 때 떠난 학생들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는데 다시 떠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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