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정부 많이 기다렸다"는 尹,공권력 투입 고민하는 이유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대통령실로 출근하던 윤 대통령은 이번 파업과 관련해 공권력 투입 가능성 및 시기를 묻자 “산업 현장에 있어서, 또 노사관계에 있어서 노든 사든 불법은 방치되거나 용인돼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런 엄정 대응 기조는 국무회의에서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불법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어렵게 회복 중인 조선업과 또 우리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막대하고 지역사회, 그리고 시민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불법적이고 위협적인 방식을 동원하는 것은 더이상 국민들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사태를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권력 투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어 “노사를 불문하고 산업현장에서 법치주의는 엄정하게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한 윤 대통령은 “지금 경제가 매우 어렵다. 모두 함께 힘을 합쳐 이 위기 극복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노사문제는 양측이 협상할 사안이라는 기조 하에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에 한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지난달 화물연대 파업 때도 노사가 자율적으로 풀 문제라면서 “어떤 경우에도 법을 위반해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상이 타결되자 대통령실에선 “원칙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이번에는 사안이 급박하게 흘러가는 데다 피해 규모도 커 윤 대통령으로선 더 큰 난제에 직면한 모양새다. 대우조선 하청노조의 경남 거제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1독(dock·선박 건조대) 점거 장기화로 건조 작업이 중단되면서 대규모 공적 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의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공권력 투입에 대해선 고민이 깊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공권력을 투입 안 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시너를 가지고 들어가 있어서 자칫 인명 사고로 직결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참모들 사이에선 “이명박(MB) 정부 시절 용산 참사처럼 되면 안 된다”는 우려도 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20일 새벽 용산 재개발지역 남일당 4층 건물을 점거 농성 중이던 철거민들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옥상 망루에 불이 나 농성자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진 사건이다.
중대 고비를 맞고 있는 이번 파업 사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는 하락세인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지지율 하락의 원인에 대해 “원인은 언론이 잘 아시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한 뒤 “그 원인을 잘 알면 어느 정부나 잘 해결했겠죠. 열심히 노력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윤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3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 장관들에게 국정 홍보를 적극 독려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 있는 장관들이 다 스타가 되기를 바란다. 스타 장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대통령과 스타 장관들이 원팀이 돼 국정을 운영하자”고 제안했다고 강인선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사례를 들면서 “이 전 회장 본인은 뒤로 물러서 있으면서 스타 CEO(최고경영자)를 많이 배출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기업의 가치를 키우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비유했다고 한다. 또 “잘하든 못하든 자주 언론에 나와라. 언론에 장관들은 보이고 대통령은 안 보인다는 얘기가 나와도 좋다”며 “자신감을 가지고 언론에 자주 등장해서 국민에게 정책에 관해 설명하라”고 장관들에게 거듭 당부했다. 대통령실 수석들에게도 “브리핑룸에 자주 내려가 정책이나 정부가 하는 일에 관해 설명하라”고 주문했다. 익명을 원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최근에 윤 대통령이 ‘이렇게 열심히 일만 하면 뭐하냐. 보수는 일만 열심히 하면 다 되는 줄 안다. 우리는 그게 문제야’라고 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인재양성전략회의’ 신설=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 방안’을 보고받았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인재양성전략회의를 곧 신설해 범부처 민관합동 인재양성을 위한 협업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부총리는 반도체 업계에서 앞으로 10년간 약 12만7000명의 추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15만명 이상의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방안도 보고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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