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윤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 의지, 기시다 총리에 전달"

이영희, 정진우 2022. 7. 1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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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이 19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만나 한·일 관계 개선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와 양국 정상 간 셔틀 외교를 복원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방일 이틀째인 19일 오후 2시 15분부터 약 20분간 도쿄(東京)에 있는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총리를 예방했다. 전날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과의 회담이 강제징용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면, 이날 총리 예방은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는 성격이 강했다.

19일 일본 총리관저에서 만난 박진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외교부 제공]


박 장관은 이날 기시다 총리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기시다 총리에게 윤 대통령의 뜻을 전하고 두 정상이 편리한 시기에 다시 만나 새로운 한·일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좋은 대화를 나누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박 장관을 통해 전한 메시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사망에 조의를 표하고 지난 10일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한 것을 축하했다. 이어 "스페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기시다 총리와 여러 차례 조우하면서 기시다 총리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한·일 양국 우호 협력 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며 "이번 외교부 장관 방일을 계기로 양국 관계 개선과 복원 흐름이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진지한 태도로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경청하고 "한국과 일본이 앞으로 여러 공통 가치를 기반으로 좋은 관계를 구축해 미래를 위해 발전해 나가자"는 뜻을 밝혔다고 박 장관은 전했다.


"강제징용,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기대"


이번 면담에선 한·일 정상회담 개최와 함께 양국 정상 간 셔틀 외교 복원을 희망하는 윤 대통령의 입장도 기시다 총리에게 전달됐다. 한·일 정상회담은 2019년 12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전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에 대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만나 윤 대통령과 좋은 대화를 나눴고 앞으로 이런 대화가 지속되길 바란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박 장관은 한·일 간 핵심 갈등 사안인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기시다 총리에게 말씀드렸고, 일본 측이 성의 있는 호응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세스는 한국이 주도하되, 일본 역시 해법 마련에 호응해 달라는 취지다.

일본을 방문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이 19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 마련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조문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외교부 제공]


박 장관은 이날 오전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郎)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면담한 자리에서도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의 동참을 촉구했다. 이어 자민당 당사를 방문해 아베 전 일본 총리를 조문하고, 자민당 2인자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간사장을 만났다. 또 기시다 총리 예방 직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일본 총리와도 면담했다.


'보수파 자극' 우려한 日, 만남 공개 꺼려


박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일본 내 주요 인사들을 두루 만나는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일본은 박 장관의 방문에 대해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날 기시다 총리 예방은 만남 직전까지 확실한 일정이 공개되지 않는 등 보안에 신경을 썼다. 전날 열린 하야시 외상과의 회담에서도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모두 발언 언론 공개나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 등이 없었다.

일본 정부의 이런 소극적 태도는 '아베 추모' 열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일 간 우호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자칫 보수파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오후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소재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홥뉴스]


아사히신문은 19일 "참의원 선거 중 아베 전 총리가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한·일) 관계 개선을 향한 긍정적인 자세를 내놓기가 힘들어졌다"며 "기시다 정권이 역사 문제에서 한국과 타협하는 것으로 비치면 (자민당 내) '보수파'의 반발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일본 정부가 양국 외교 장관의 만남을 공개하길 꺼린 것은 "전 징용공(강제동원 노동자에 대한 일본 표현) 문제에서 성과를 보기 어려운 가운데, 우호적 분위기를 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또 "한국 외교장관이 (강제징용 문제에) 해결 의지를 보인 것은 평가하지만, 실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벌써 하락하고 있어 어려운 정치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장관의 방일과 관련해 "앞으로도 윤 정권 측의 대응을 잘 확인하고 양국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한국 측과 긴밀히 의사소통할 생각"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서울=정진우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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