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학과 정원 5년간 5700명 늘린다..규제 풀고 재정 투입(종합)

한진주 2022. 7. 1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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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 정원 2000명, 수요 조사 결과 수도권대서 63%
지방대 소외 우려에 "재정지원 측면에서 지방대 혜택 부여"
교원 확보율 충족하면 정원 확대, 반도체 전문가 교원 자격 완화
반도체 특성화 대학 지정해 교원·기자재 상한 없애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정부가 10년간 반도체 인재 15만명을 양성하기 위해 반도체 학과 정원을 5700명까지 늘린다. 반도체 현장 전문가를 교수로 투입할 수 있도록 있는 자격 요건도 완화한다. 기업의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대·이공계열 학생들만 우대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교육부 등 관계부처는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을 국무회의에서 보고했다. 정부는 2031년까지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 목표에 맞춰 대학 정원 등을 통해 4만5000명, 융합전공 등 타 전공 학생들을 반도체 인재로 육성해 10만5000명을 배출하겠다는 목표다.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산업 규모가 확대되면서 향후 10년간 추가로 필요한 인력은 12만7000명으로 추산되는데 정부는 이보다 많은 15만명을 육성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도체 전공자 4만5000명 확보 목표…구조조정 등 통해 정원 늘리기로

정부는 산업계가 원하는 학사와 석·박사 인력 양성 기반을 갖추기 위해 정원을 늘려 2031년까지 4만5000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2027년까지 반도체 관련학과 직업계고와 전문학사·학사, 석·박사 정원 5702명을 늘린다. 대학원 1102명, 일반대(학사) 2000명, 전문대(전문학사) 1000명, 직업계고 1600명을 증원한다. 수도권정비법 개정 없이 기존에 줄였던 대학 정원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교육부는 정원 확대를 희망하는 학교의 신청을 받아 심사를 거쳐 승인하는 방식으로 정원을 조정하기로 했다.

일반대에서 반도체 학과 정원을 2000명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수도권 대학에 60% 이상 쏠릴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가 지난 6월 말 수도권·비수도권 소재 대학 40곳을 대상으로 반도체 학과 증설 수요를 조사한 결과 수도권 대학 14개교에서 1266명, 비수도권대학 13개교에서 611명을 증원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 정원은 대학 내 구조조정과 편입학 여석, 학·석사 정원 조정 등을 활용해 만들어지게 된다. 교육부는 정원 확대를 희망하는 학교의 신청을 받아 심사를 거쳐 승인하는 방식으로 정원을 조정하기로 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2027년까지 어느 대학에서 입학정원과 구조조정으로 몇 명씩 늘릴 것인지는 자세히 나와있지 않고 개략적인 목표치를 놓고 대학과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학과 정원 확대 정책이 지방대를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는 이전부터 제기됐다. 교육부는 이같은 지적을 우려해 지방대에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교육부와 지방대 발전전략을 모색하는 '지방대학발전특별협의회'도 구성하기로 했다.

박 부총리는 "반도체 인력에 대한 경계선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누지 않고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그 대학은 반도체 인력 양성의 카테고리 안에 들어올 수 있다"며 "재정지원 측면에서 지방대학에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고, 가칭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는 작업이 진행중인데 이 회계의 상당부분이 지방대를 위한 재정지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원 확보율만 갖추면 증원 가능…반도체 교원 자격도 완화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서는 지역 구분 없이 학과 신·증설 때 4대 요건(교지, 교원, 교사, 수익용기본재산) 중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정원 증원이 가능하도록 허용한다. 대학과 대학원 간 정원 상호 조정 기준도 기존에는 학부생 1.5~2명을 일반·특수·전문대학원 정원 1명으로 조정 가능했던 것을 동일하게 1:1로 조정한다. 기존에 설치된 첨단분야 학과에서 별도 정원을 한시적으로 추가해서 운영할 수 있는 ‘계약정원제’도 내년부터 도입한다. 학과를 신설하지 않고도 기존 학과에서 기업체와 협의된 규모의 학생을 정원 외로 한시적으로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교원 기준만 볼 경우 시설·설비 투자 없이 부실하게 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장상윤 차관은 "4대요건 중 교사, 교지, 수익용 기본재산은 오프라인으로 교육을 한다는 전제하에 건물도 있어야 되고 공간도 있어야 된다는형식적인 규제였는데 학생을 가르칠 교원만 충실히 확보되면 교육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인재 육성에 필요한 대학 교원자격도 대폭 완화한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현장 전문가들이 대학 강사나 겸임·초빙교수로 임용하기 수월하도록 국립대의 학칙이나 사립대의 정관으로 자격을 정할 수 있도록 특례를 신설한다.

아울러 반도체 교육 역량이 뛰어난 대학을 ‘반도체 특성화 대학’으로 지정해 육성한다. 2023년부터 2026년까지 20개교 내외를 지정해 인건비나 기자재, 장학금 상한 적용을 두지 않는 식으로 규제를 없애고 재정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다. 직업계고에서는 현장에서 필요로하는 직무나 교육 수요에 대응한 학과·교육과정 재구조화를 지원한다.

장 차관은 "반도체 관련 분야는 민간과 교수 요원 간 연봉 차가 크고, 현장에서 새로운 교수를 채용하려고 해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반도체 특성화대학을 지정해 교수 연봉 상한 같은 것을 조금 더 파격적으로 제시해서 다른 분야보다는 인센티브를 가지면서 이쪽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융합전공으로 10만명 육성…'문과생' 역차별 우려도

재학생들에게 단기과정 이수나 복수·부전공 등을 이수하도록 재정을 투입해 10년간 10만5000명을 양성한다. 타 전공 학생들에게도 융합교육 기회를 늘려 반도체 인재 확보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서다.

이번 방안 발표 전부터 이공계열 중심 인재 육성 요구가 거세지면서 인문계열 등 기초학문이 타격을 입는 것이라는 우려는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박 부총리는 "10만5000명의 인력은 융합 인력으로 키울 계획이며, 문과를 소홀히 하는 그러한 정책으로 우리 교육정책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디지털 혁신공유대학을 현행 8개에서 16개로 늘리고, 이중 2개 컨소시엄은 반도체 특성화로 지정한다. 대학 간 반도체 교육과정을 공동개발·운영하고 시설과 장비를 공동으로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연간 2500명을 배출할하기로 했다. 부처협업형 혁신인재 양성사업(교육부-산업부, 과기부 협업) 등을 통해 학부생이 반도체와 AI반도체를 주전공 또는 연계 과정으로 이수할 수 있는 전공트랙과정도 개설한다.

반도체 교육과 기초연구 핵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중앙 거점으로 두고, 권역별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설치해 연구소 별 특성화와 협업체계를 구축한다. 정부는 ‘인재양성 전략회의’를 신설해 범국가적 인재 양성 아젠다를 발굴하고 대책을 마련할 협업 인프라를 마련한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과감한 규제 혁파와 지원으로 반도체 관련 정원을 확대하고 고급인력 양성에 주력하면서 융합교육을 통한 반도체 인재양성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겠다"며 "산업계, 교육계, 정부가 미래첨단산업을 이끌 인재 양성을 집중 논의할 수 있도록 인재양성 전략회의를 신설하고, 인력수급 전망도 고도화하는 한편 반도체 인재양성지원협업센터를 통해서 추진 상황을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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