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만 6번, 임기만료는 못했다..이번엔 대통령 노리는 정치인
“지난 반세기 동안 ‘여우’라는 별명을 가진 이 사람 만큼 스리랑카 정치에 충실했던 이는 없다.”
가디언은 18일(현지시간) 라닐 위크레메싱게(73) 스리랑카 총리를 두고 “끊임없이 정치 생명을 부활시키는 확실한 능력으로 ‘여우’라는 별명을 얻었다”면서 이렇게 평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대에 쫓겨 사임한 뒤 헌법에 따라 지난 15일 임시 대통령에 취임했다.
28살에 국회의원, 최연소 장관
위크레메싱게는 총리만 6번을 지냈지만, 임기를 마친 적은 없다. 스리랑카 초대 대통령 주니우스 리차드 자야와데네가 그의 삼촌이다. 실론대학교(현 스리랑카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해 변호사가 된 후 부유한 정치인 집안 내력에 힘입어 1977년 통일국민당(UNP) 소속으로 국회의원이 됐고 같은 해 청년고용부 장관에 임명돼 최연소 장관이 됐다. 1993년 총리에 처음 취임한 뒤 올해까지 총리 취임만 6번을 했다.
그는 정계 입문 후 경제 전문가이자 친서방 개혁파로 입지를 쌓았지만, 부패 혐의에선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과거 중앙은행 내부거래 사기에 연루돼 기소됐을 때 결백을 주장했지만, 이를 믿는 이는 별로 없었다. 야당 지도자였지만, 여당인 스리랑카인민전선(SLPP)을 이끈 라자팍사 가문과는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냈다. 2015년 총리가 된 후엔 부패와 인권침해 혐의로 기소된 라자팍사 가문을 보호한다는 비난도 받았지만, 당시 라자팍사 가문 수사는 흐지부지 끝났다. SLPP는 현재 위크레메싱게를 대통령 후보로 지지하고 있다.
위크레메싱게의 6번째 총리직도 그와 오랜 친구 사이인 라자팍사 대통령의 러브콜을 받고 성사됐다. 대통령의 친형인 마힌다 라자팍사가 국가부도 사태에 분노한 민심에 밀려 총리직을 사임한 뒤였다. 시위대의 분노는 위크레메싱게에게도 향했다. 시위대는 지난 8일 대통령 집무실에 이어 총리 집무실도 공격해 불을 질렀다. 대통령이 사임한 후엔 시위대의 구호는 “라닐은 집으로 돌아가라”로 바뀌었다.
“진실 은폐” 라자팍사家와 선 긋기
그는 오는 20일 스리랑카 의회가 실시할 대통령 선거를 위해 전국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경찰과 군대가 때때로 공격을 받고 있지만, 무기 사용은 최대한 자제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시위도 평화롭게 할 수 있다”며 “(대통령 선출을 위한) 의회와 의원들의 의무 수행을 방해해선 안 된다. 이 나라에는 법과 질서가 있어야 한다. (선거를 방해하는) 폭력 행위나 습격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위트레메싱게는 이번 선거에서 이변이 없는 한 대통령으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권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대통령이 되면 민심은 더욱 폭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반정부 시위대를 이끈 가톨릭 사제 제반타 페이리스 신부는 가디언에 “라닐 위트레메싱게 역시 이 부패한 체제를 수호해온 인물로, 총리로서도 이미 수차례 실패했다. 우리는 또 다른 부패한 지도자가 필요하지 않다”며 “우리는 시민으로서 그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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