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룸살롱 재판 증인이 '음치' 고백한 이유 "난 거기 없었다"

조혜지 2022. 7. 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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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룸살롱 접대 ④] 청와대 전 행정관 참석 여부 관건.. "그때 검찰이랑 사이도 안 좋았는데"

[조혜지 기자]

"2020년 5월인가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구치소 일과 중) 운동을 하다가 만났다. 이종필이 저한테 '형, 출정(법정에 나가는 일) 갔다가 술자리에서 본 검사를 봤어. 라임 건 수사하는 것 같다' 했다. 내가 '어떤 술자리?' 물으니 '참 형은 없었지 맞아' 했다. 그리고는 잊어버렸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박영수 판사 심리로 19일 열린 검사 룸살롱 접대 의혹 공판. 이른바 '술값 계산'의 핵심 증인인 김정훈 전 청와대 행정관이 출석했다. 시종일관 "나는 그 술자리에 가지 않았다"는 증언이 반복됐다. 김 전 행정관은 술자리를 주최한 이주형 변호사, 술값을 계산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는 절친한 동향 친구 사이였다.

2019년 7월 18일, 서울 강남의 고급 룸살롱. 영수증에 찍힌 금액은 주대 240만 원, 여성 접객원 등 봉사료 296만 원. 총액은 536만 원이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문제의 그날 술자리에 김 전 행정관 자신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어떻게든 한 사람의 참여라도 더 증명하여 한 사람당 100만 원 미만으로 술값을 냈다고 주장해야 하는 피고인들 입장에선 난감한 증언이다. 피고인들은 공판 내내 '머리 수 더하기'와 술값 할인 가능성에 매달려 왔다. 

"참 형은 없었지" 이종필 말 전한 증인, '검사에 앙심' 물은 피고인 측

지난 법정 진술들을 통해 알려진 참석자는 김봉현 전 회장을 포함,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당시 대검 소속이었던 나아무개 검사, 그의 선배 검사 출신 변호사인 이주형 변호사, 그리고 이들의 후배검사 두 명이다. 

라임자산운용 사태 당시, 김 전 회장의 옥중 폭로로 불거진 검사 술접대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이다. 김 전 행정관이 참석했다면 총 참석자는 7명, 참석하지 않았다면 총 참석자는 6명인 셈이다. 

여기에 후배 검사 두 명은 먼저 자리를 떴고, 이 전 부사장도 자리에 잠시 착석했을 뿐 전혀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상황.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접대 금액 100만 원 이상 향응)를 가뿐히 벗기 위해선, 김 전 행정관의 '참석' 증언이 필수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때문에 나 검사 등 피고인 측은 김 전 행정관의 당일 통신 기록과 술집 도면도, 자주 불렀던 여종업원들의 이름 등 필요한 모든 증거를 동원해 증언을 뒤집기 위해 노력했다. 술값 계산에서 추가 비용으로 책정된 '노래 반주 밴드'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그러나 김 전 행정관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그는 당일 해당 주점의 작은 방에서 양주 반병 정도의 술을 마신 적은 있어도, 검사들이 있는 방에 가지는 않았다면서 "전 엄청난 음치라 노래한 것을 싫어하고, 엄청나게 취하지 않는 이상 노래를 하는 것도, 시키는 것도 싫어한다"고 했다. 당일 평소 절친하게 지내던 이주형 변호사의 얼굴을 본 기억도 없다고 재차 증언했다.

"친구인 김봉현 회장의 호의로 즐긴 골프와 술이 모두 뇌물이 됐다. (당시 수사 검사였던) 나아무개 검사가 무리하게 수사했다고 생각한 것 아닌가."

피고인 측은 김 전 행정관이 자신을 수사한 나 검사 등 서울남부지검 검사들에게 앙심을 품고 허위 증언을 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러나 김 전 행정관은 이를 부인하며 "나 검사가 가끔 불러 커피를 타주시면서 안타깝다고도 하셨다"면서 "아무리 호의(김봉현이 제공한 골프, 술)라 제가 주장할지언정, 국민감정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검사 룸살롱 접대 공판 막바지... 진실공방 여전
 
▲ 영장실질심사 앞둔 김봉현 회장 1조6천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錢主)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2020년 4월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청와대와 검찰이 한창 아웅다웅하고 있을 시기, 굳이 현직 검사들이 있는 방에 갔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김 전 행정관은 "(당시) 검찰과 청와대가 좋은 사이도 아니고, 현직 검사 3명이 술을 먹는데 왜 같이 할 생각을 하겠냐"면서 "고급술집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검사들을 만난다는 건 저 스스로도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막역했던 김봉현 전 회장마저도 자신이 술자리에 참석했다고 주장하는 사실에 대해선 김 전 회장이 다른 술자리와 '혼동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김 전 회장은 "제 기억에는 증인이 만취 상태로 와서 다른 작은 방에 찌그러져 있기에 제가 (검사들이 있는 방으로) 데리고 왔다"고 반박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에 만취 상태가 아니었고, 그런 일은 없었다고 다시 반박했다.

박영수 판사 : "술값이라는 게 한 자리에 없었다면 문제가 안 되지만, 같이 있었다면... 술값 전체가 확인되는 만큼, (참석자들에 따라) n분의 1을 할 수밖에 없다."

김 전 행정관의 증언으로 재판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다. 재판장은 검사에게 김 전 행정관이 다른 방에서 술을 마시다 검사들의 방으로 갔다는 김 전 회장의 증언을 다시 검증해보기를 요청했다. 다음 공판 기일은 오는 8월 9일로, 이날엔 모든 증거조사를 마친 뒤 재판이 종결될 예정이다. 첫 기소 이후 1년 8개월여 만이다.

한편, 김 전 행정관은 라임사태에 연루,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받고 복역 중이다. 약 27개월째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그는 조만간 가석방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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