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찾은 옐런, 중·러 때렸다..삼성 간 바이든과 닮은꼴, 왜

고석현 2022. 7. 19. 16: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 등을 전시한 '지속가능 갤러리'를 관람한 뒤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한 중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K-배터리 전초기지’를 찾아 중국·러시아 등을 견제하며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을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지난 5월 방한 당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기술 동맹을 강조했는데, 옐런 장관의 이번 행보도 동맹 강화의 연장 선상으로 풀이된다.

옐런 장관은 19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내 LG화학 연구개발(R&D) 캠퍼스를 찾았다. 차세대 양극재와 분리막 등 미래 전지소재 연구시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옐런 장관이 방한 기간 중 방문한 기업은 LG화학이 유일하다.

LG화학은 최근 미국 현지에 양극재 공장 신설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배터리 제조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미국 오하이오·테네시·미시간 등에 합작사 형태로 생산시설을 세웠다. 두 회사는 북미지역 배터리 공급망 확대를 위해 2025년까지 110억 달러(약 14조44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옐런 장관은 이날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소개로 전기차 배터리 등 재생에너지 전시관인 ‘지속가능 갤러리’를 30여 분간 둘러봤다. 전시관을 관람하면서는 “전기차 배터리를 완충하면 얼마나 운행할 수 있나” “재활용 배터리는 얼마나 더 사용 가능한가” 등의 질문을 했다고 한다. 또 전시된 배터리셀을 보고 “이렇게 큰 배터리 안에 양극재나 리튬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느냐”며 소재 공급망에 대한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지속가능한갤러리'에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으로부터 전기차 배터리 소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韓 공급망 중요” 치켜세우며…중·러 때리기


이어진 공개 발언에서 옐런 장관은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의 주요 공급망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망 차질로 인한 물가상승 예방과 협력이 중요하다”며 “한국과 미국이 반도체·배터리 분야를 함께 협력해서 (공급망) 병목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를 겨냥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타격을 전 세계 시민이 보고 있다”며 “재생에너지는 푸틴 대통령이 (유가를 볼모로)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을 향해서도 “독재 정치를 하는 국가들은 경제에 큰 타격과 압력을 주고 있다”며 “중국과 같은 독단적인 국가들이 특정 제품과 물질에 대해 지배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을 막고자 한다”고 날을 세웠다.

옐런 장관은 삼성·현대차 등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늘고 있다고 치켜세우며 “이런 경제 관계가 더 돈독해지면서 세계 경제가 더 탄력받고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또 공급망 차질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뒤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주요 우방과 경제 협력을 굳건히 해야 하고,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된다”며 “핵심 국가들에 더 집중해야 한다. 경제 질서 유지를 강화하고 협력을 굳건히 하고, 미국은 세계에서 뒤로 물러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재무장관의 기업 방문 이례적”


이번 미국 ‘경제 사령탑’의 국내 기업 방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미 간 ‘배터리 동맹’을 강화하면서 지속적인 대미 투자를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중국과 패권 전쟁 중인 바이든 행정부로선 안정적인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구축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 상무장관이 아닌 재무장관의 기업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재무부의 핵심 사안인 환율이나 물가와는 결이 다르다.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 반도체 공장에 방문한 뒤 미국 투자 유치를 강조했는데 옐런 장관도 이번 LG화학 방문에서 대미 투자를 못 박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입장에서도 경제 안보와 군사 전략적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이들 분야의 한·미 협력이 강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동맹국 간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 미국은 코로나19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공급망 대란이 일어나자 프렌드쇼어링에 집중하고 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